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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OEM/테슬라

롯데몰 테슬라 갤러리 방문 후기

 

잠실 롯데몰에 있는 테슬라 갤러리를 다녀온 후기를 짤막하게 남겨 봅니다.

사실 테슬라 갤러리가 있는지도 모르고 롯데월드 타워에 놀러갔다가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이 있어 눈을 돌려보니 테슬라 갤러리가 있어 새로운 모델 Y를 구경해볼 겸 찾아가 봤습니다. 코로나 때문인지 자유롭게 드나들 수는 없고 한 세션당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있어 대기 예약을 해야하고 대기 시간 또한 굉장히 길어서 테슬라에 대한 인기를 실감하게 합니다. 특히 테슬라는 온라인으로 차량을 판매하고 있어 판매 대리점이 없기 때문에 구매에 관심있는 고객들에게 이런 이벤트는 놓치기 어려운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델 Y가 새롭게 한국에 출시되어 이번에도 전시가 되어 있었지만 아무리 신차여도 옆에 있는 모델 X는 모델 Y로 갈 시선을 모두 강탈할 만큼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활짝 열린 걸윙 도어와 트렁크를 보니 저도 모델 Y보다 모델 X로 먼저 발걸음을 옮기게 했습니다.

1. 모델 X는 우주선?!

테슬라는 어떻게든 고객을 재밌게, 놀라게하고 싶어 안달이난 회사같고 또 바로 그 점이 테슬라가 사랑받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뭐가 있을까?', '저 안에가면 뭐가 있을까?'라는 호기심을 갖게하고 고객들에게는 '또 무슨 기능이 나올까?', '또 어떤 업데이트가 될까?'라는 기대감 같은 것 말입니다. 같이 입장했던, 실제로 테슬라 오너이기도 한 회사 동료가 모델 X에서 나오며 "얘네들 또 장난쳤네."라고 호탕하게 웃으며 나오길래 뭔가해서 봤더니,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는 차량의 이미지를 우주선으로 만들어 뒀습니다.

제 동료의 웃음처럼 이러한 디테일이 고객들을 웃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고객님의 차는 우주선처럼 크고 빠릅니다."

 

2. 휠 디자인, 심미적인 효과와 실용성 사이의 균형

개인적으로 두 차량의 휠을 유심히 봤습니다. 보통 배터리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휠을 생각하면 공력에 유리하게 만들려고 디자인한 것이 한 눈에도 보이는 휠 디자인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아래 차량들 처럼 말입니다.

 

<사진 출처 : BMW, 현대자동차, 닛산>

그런데 이러한 유형의 디자인은 공력에는 유리하게 작용하여 차량의 연비, 주행가능 거리에는 좋은 영향을 주지만 안타깝게도 고객에게 심미적인 만족감을 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습니다. 연비와 주행거리도 차량의 상품성이 될 수 있고, 디자인 역시 그렇기 때문에 이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테슬라 갤러리에 전시돼 있던 모델 Y와 X의 휠을 비교해 봤습니다.

모델 Y(하)는 모델 X(상)에 비해 조금 더 공력에 신경을 쓴 디자인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차량의 가격이나 타겟 고객을 고려하면 모델 Y는 주행가능 거리에, 모델 X는 차량 성능과 외관에 어울리고 알맞는 디자인을 선택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포드의 Mach-E나 아우디 e-tron이 주행가능 거리를 높이려고 '공력형'휠을 탑재해 나왔으면 차량 컨셉과 전혀 맞지 않는 불균형이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같은 관점에서 모델 X는 조금 더 과감한 휠 디자인을 갖고 출시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 NVIDIA CEO 젠슨 황이 오토뉴스와 인터뷰하며, "전기차는 친환경적이라 사는 것이 아니다. 럭셔리하기 때문에 사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충전 인프라가 풍부하여 충전에 대한 부담이 덜한 지역에서는 조금 더 화려한 디자인의 휠을 제공하여 차량의 럭셔리함을 조금 더 강조할 수 있는 전략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연비는 MPG 정수 단위로 표시가 됩니다. 같은 세그먼트에서 경쟁 모델간 연비는 고작 몇 MPG 밖에 차이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MPG가 떨어지면 확실히 수치가 높은 모델들과 다른 그룹핑이 됩니다. 반면, 전기차의 주행가능 거리는 세자리수 정수 mile 단위로 표시되고 어짜피 같은 세그먼트의 경쟁 모델끼리도 차이가 많이나기 때문에 그루핑의 의미가 없고, 숫자에 집착할 이유도 그만큼 줄어들 것입니다.

 

3. 1억이 넘는 차의 프렁크

전기차는 엔진이 없기 때문에 엔진룸을 저장 공간으로 활용합니다. 후드를 열면 나오는 이 저장 공간을 프렁크(Front Trunk)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예전에 모델 3의 프렁크를 열고 닫아본 적있는데 일단 unlock은 실내 디스플레이로 하지만 실제 opening/closing은 수동으로 해야한다는 사실이 살짝 의아했습니다. 모델3는 테슬라의 엔트리 모델이긴 하지만 가격으로만 보면 국산 준대형 차종보다 비싼 모델이기 때문에 이 기능 정도는 자동화 되어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1억이 넘는 가격으로 판매되는 모델 X의 프렁크는 어떨지 한 번 작동해 봤습니다.

 

위 영상을 보면 실내에서 프렁크를 unlock할 수 있지만 실제 opening/closing은 손으로 직접 해야합니다. 특히, 프렁크를 닫을 때는 후드를 아래까지 손으로 내리고 마지막까지 꾹 눌러줘야 하는데 1억이 넘는 차량에서 느끼기 원하는 감성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opening을 자동화시키는 것은 PL 문제 소지가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왜냐하면 어쨌든 프렁크는 주로 개인 소지품을 저장해둘 용도로 쓰는 것인데, unlock을 실내에서 했을 때 바로 프렁크가 열려버리면 지나가던 사람이 물건을 훔친다든지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closing 만이라도 자동화 된다면 좋을텐데 이 두개의 메커니즘을 수동/자동으로 이원화 할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참고로 코나 EV의 경우 사용 설명서를 보니 후드를 30cm 정도 높이까지만 내리면 그 뒤로는 자동으로 닫히는 설계인 것 같습니다.

 

4. 도어 핸들

사진을 찍진 못했는데 모델 X는 터치식 개폐방식이더군요. 최근에 국내에서 안타까운 사고로 모델 X의 도어 개폐 메커니즘이 이슈가 된적이 있습니다만, 정상 상태에서 모델 X의 도어 unlock 방식은 편리했습니다. 버튼을 누르듯 꾸욱 눌러주기만 하면 됩니다.

다만 내릴 때는 조금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실내 도어핸들을 당겼을 때 문열림량이 꽤 많았습니다. 예를들어 일반 차량의 경우 실내 도어핸들을 당기면 일단 unlock이 되지만 문을 스스로 밀어내지 않으면 문이 열려버리진 않는데, 모델 X는 도어핸들을 당겨 unlock을 시켰더니 바로 문이 일정량 열려버렸습니다. 적응이 되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이질감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네요.

 

5. 대형 디스플레이

같이 구경을 하던 여자친구는 아직 운전에 익숙하지 않는데, 모델 X와 Y에 모두 타보더니 '뭐야, 화면이 왜이렇게 커? 너무 어지러워.'라는 말을 했습니다. 사실 저도 모델 X에 앉아 디스플레이를 보니 어디에 먼저 손을 대면 좋을지 모를 정도로 뭐가 많더군요. 제 여자친구에게 이 화면이 이렇게 큰 이유를 일일이 설명해주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은 마치 제조사가 고객을 가르치려고 하는 행동이나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MBUX의 하이퍼스크린을 공개하며 다임러 그룹의 CDO(Chief Design Officer)인 고든 바그너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인간이 기술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에 적응해야 한다. 좋은 기술이란 인간에 적응하고 인간이 더 무언가를 더 쉽게, 편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는 의미다."

같이 구경한 회사 동료의 말을 빌리면, "(테슬라의 디스플레이는)적응이 되면 기존 자동차의 HMI를 보았을 때 더 정신이 없게 느껴진다."라고 합니다.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반영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개인적으로 주의 분산, 조작 실패 등 대형 화면이 가지고 올 수 있는 위험성은 분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제 블로그에 다른 글로 소개했듯이 대형 화면으로의 전환은 이미 대세가 되어가고 있어 바꿀 수 있는 흐름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에는 이 대형 스크린의 복잡성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이를 위해 테슬라는 음성 인식 등을 통해 수동 조작의 필요성을 줄여주려고 하고 있고 벤츠 MBUX는 운전자에게 필요한 조작을 AI로 분석하여 주의 분산과 조작 실패를 줄여주려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대형 스크린의 더 안전하고 편리한 UX가 개발돼야 겠습니다. 

21cpilot.tistory.com/48

 

차량 내 대형 터치스크린, 안전과 혁신 사이의 어떻게 균형 잡아야 하는가

요즘 차량에 점점 터치 스크린을 넣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테슬라, 그리고 최근에 벤츠 S클래스와 포드 Mach-E에서도 보였구요, 신형 아우디 A3의 전자 시스템 PM인

21cpilot.tistory.com

 

 

조금 더 자세히 둘러보고 싶었지만 사람들도 많고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자세히 둘러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부스 외부에서도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자동차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며 테슬라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글 서두에서 말했지만 고객에게 궁금증을 주는 것은 앞으로 더 중요해집니다. BMW 5시리즈가 신형이 나왔을 때, 현대자동차 그랜저의 신형이 나왔을 때 우리는 예측가능한 범주 내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를 생각해 봅니다. 특히나 BMW 같이 외관이 패밀리룩을 오래 고수하고 있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강한 모델의 경우 그 범주가 더 작아지곤 하죠. 그런데 테슬라는 적어도 지금은 온전하게 물음표를 던져줍니다. 저 갤러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 물음표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2시간이 넘는 대기 시간을 기다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자동차가 전자기기라는 말은 정말 싫어합니다만, 이제 갤럭시 노트 10을 쓰던 사람들이 노트 20의 출시에 기대하던 수준의 혁신을 자동차에서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자동차는 전자기기와 닮아가고 있습니다. 예측 가능한 변화가 아니 예측하지 못한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제조사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 같습니다.

차량을 판매하는 직원들도 차에 대해 더 깊고 다양한 이해도를 가져야할텐데, 테슬라 코리아 직원으로(추정) 보이는 갤러리 현장 직원들은 꽤 informative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질문에도 구체적으로 답해주고 설명도 잘 해주었습니다. 모델 X의 트렁크를 열려고 손을 가져다 대었는데 열리지 않자, 먼저 다가와서 설명을 해주는데 그냥 트렁크를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 왜 제가 열지 못했는지까지도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손을 가져다 대어 unlock을 시킨 뒤, 바로 손을 떼지 않고 데고 있으면 다시 lock이 된다고 하네요.

독일에서 VW이 딜러들에게 전기차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인센티브도 제공하지 않아 많은 딜러에서 전기차의 판매를 꺼려한다는 기사 역시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