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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OEM/테슬라

[시승기] 테슬라 모델 3 롱 레인지 -'20년 7월 버전

테슬라 모델 3 Long Range 시승기

<이 시승기는 지난 해 7월 지인의 차량 조수석에 탑승하여 관찰한 내용을 위주로 작성하였습니다. 따라서 운전자 입장에서 차량 주행 성능에 대한 내용은 포함하지 않습니다.>

 

요즘 핫하디 핫한 테슬라 모델 3다. 지난 3월에는 전기차 분야 뿐 아니라 전체 수입차를 대상으로 해도 국내 판매량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친구의 모델3를 시승하기로 한 날 아침, 밖을 보니 여러 대의 카캐리어가 수 많은 모델3를 싣고와 있었다. 행사를 위한 준비인 줄 알았는데 차를 계속 내려보내는 것 보니 배송의 과정인 것 같았다.

 

 

시승을 하기 위해 20년지기 친구 넷이 모였다. 마침 한 친구는 최근 BMW 530i를 출고하여 모델 3와 비교해보기 위해 직접 차를 가지고 왔다. 두 모델 모두 수입차 왕좌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차량이다.

 

시승을 하기 전 모델 3에 탑승하여 친구로 부터 모델 3에 대한 각종 설명을 들었다. 테슬라는 국내에서도 굉장히 독특한 팬덤을 가지고 있다. 이 팬덤이 갖는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CEO인 Elon Musk의 철학을 포함한 테슬라가 가지는 사업 방향성에 대한 열광, 그리고 기존 내연기관 OEM을 향한 날선 비난이다. 전자의 경우는 OTA로 인한 만족도가 절대적으로 보인다. 흔히 "재밌다."고 표현한다. 내 차의 기능이 계속 업데이트 되니 유저들은 거기서 기존 차량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즐거움을 얻고 있다. 개선된 S/W를 OTA로 업데이트하여 제로백 수치를 0.5초를 줄여졌다고 하면, 실제로 유저가 실도로 주행 상황에서 그것을 체감하지 못할지라도 내 차의 성능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OTA로는 충전속도를 증가시킬 수도 있고 오토파일럿의 UX도 개선하는 등 운전자가 직관적으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후자의 경우는 [우리는 환경을 생각하고 멋진 차를 타는 FLEX!]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새로운 생태계가 기존 생태계에 편입하며 발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는 하나 조금은 지나친 면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계속해서 귀기울여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고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이 사업 방향에 참고할 것을 발굴해 내는 작업은 중요해 보인다.

 

<네비게이션 목적지로 찍고 가면 도착하기 전 배터리 프리컨디셔닝을 해줌>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네비게이션 목적지로 슈퍼차저를 선택하였는데, 도착하기 5분전쯤 고속 충전을 위한 배터리 프리컨디셔닝을 한다는 메시지가 디스플레이에 나타났다. 충전이 최적화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충전소에 도착하기 전 배터리를 웜업해주는 기능이다. OTA 히스토리를 찾아보니 2019년 12주차 대규모 업데이트 당시, 2019.12.x 버전을 통해 "Supercharging을 위한 주행 중 배터리 웜업" 항목이 있었다. 이 때 OTA로 업데이트 된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실제로 슈퍼차저에 도착하게 되면 시설 부족으로 대기 시간이 길기 때문에 최적화 모드가 얼마나 실제로 의도된 기능을 수행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모델 3와 530i의 인테리어를 비교해 보니 새삼 더 차이가 느껴진다. 모델 3의 운전자 컨트롤류는 스티어링 휠(스크롤 2개 포함)/칼럼, 윈도우 개폐 스위치, 비상등 스위치를 제외하면 모두 디스플레이에 디지털 버튼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으로 봤을 때 보다 실제 앉아보니 여백이 더 크게 느껴진다. 반면 530i는 기존 차량과 같이 수 많은 하드키 타입 버튼이 배치돼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차치하고 현재 모델 3와 기존 차량의 가장 큰 차이를 보여주는 것은 인테리어라고 생각한다. 단지, 컨트롤류가 하드키 타입이냐 디지털 타입이냐의 문제는 아니다. 우선 모델 3의 인테리어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시동 버튼 마저도 없다. 반면 530i는 수 많은 하드키 타입 버튼이 있다. 하지만 직관적이다. 내가 어떤 기능을 실행하고 싶을 때 무엇을 눌러야 할지 쉽게 알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알 수 있다.'라는 말은 '익숙하다.'는 뜻과 같다. 주행 중 에어컨을 켜거나 라디오를 켤 때 눈으로 캇핏을 자세히 쳐다보며 버튼을 찾아 누르지 않고, 어림 잡아 어디쯤 그 버튼이 있는지 무의식적으로 알고 누르듯이 말이다. 반면에 모델 3는 익숙하지 않다. 무엇을 눌러야 할지 모르겠다. 디스플레이에 모든 컨트롤이 들어가 있어 누르는 뎁스(depth)가 많은 기능들도 있고 처음 타는 사람들은 쉽게 조작할 수 없다. 당연하다. 누구도 이런 차를 양산해 본 적 없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다는 뜻이다.

테슬라의 디자인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런 부분을 지적한다. NHTSA에서도 FMVSS 법규나 주의분산 가이드라인 등의 제공을 통해 운전자의 컨트롤류의 안전한 조작에 대한 최소한의 권고 사항을 준다. 분명한 것은 주행 중 여러번의 뎁스를 통해 차량의 기능을 조작해야 한다면, 현재 기준으로 그것은 좋은 설계는 아닐 수 있다. 실제로 유권해석 요청을 받았을 때 그러한 설계가 있다면 최대한 지양을 권고한다. 이는 대부분의 자동차 OEM의 공통된 생각이고, 테슬라의 차량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자동차 OEM의 인테리어가 유사하게 생겼다는 것이 그것을 말해준다. 테슬라는 그런데 왜 이런 디자인을 택한 것일까? 어떻게 이렇게 과감할 수 있었나?

법규나 가이드라인 만족을 말하기 전에 차량 개발 컨셉을 생각해 보겠다. 테슬라가 가장 많이 공격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오토파일럿'이라는 브랜딩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FSD(Full Self Driving)이라는 옵션을 제공하며 여기에 더 불을 붙였다. "자율주행 2단계 밖에 안되는 시스템이 무슨 완전자율주행이고, 오토파일럿인가?"라는 비난을 하는 것이다. 제 3자 입장에서 테슬라는 위한 항변을 해보겠다.

테슬라의 궁극적인 목적은 완전자율주행이다. 지금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을 통해 양산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완전자율주행으로 가는 단계이며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수단이다. 테슬라는 현재의 자율주행 기능을 '오토파일럿'이라고 정의하고 싶은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들이 말하는 오토파일럿과 FSD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그러나 그들이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그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브랜딩이다. 지금 오토파일럿이란 브랜딩을 사용하다가 나중에 정말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이 완성되면 또 다른 브랜딩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나의 추측이지만 이를 뒷받침 하는 근거를 대형 디스플레이어 중심의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찾을 수 있었다. 디스플레이어를 사용하여 각종 컨트롤을 하게 한 기술적 이유는 OTA를 위해서다. 하드키로 구성된 인터페이스를 OTA로 업데이트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차량의 성능을 계속 개선시키려면 디지털키는 필수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보니 앞서 언급한 직관성의 문제가 생긴다. 차량 주행 중 조작을 단순하고 쉽고 익숙해야 한다. 그리고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있어야 하는데 현재 테슬라는 그 어디에도 해당 사항은 없어 보인다.

다시 한번 여기에 대한 항변. 완전자율주행 시대가 되면 현재 수 많은 버튼들은 인간에게 필요 없어진다. 이미 널리 적용중인 기술이지만 비가 오면 자동으로 와이퍼도 작동시켜줄 것이다. 주행과 관련된 각종 컨트롤 들이 인간에게 무의미해진다. 그래서 테슬라는 그 시대가 왔을 때 인간이 탑승자로서 경험하게 될 UX를 선반영한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대형 모니터 하나만 있으면 차 안에서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를 통해 할 수 있는 경험들, 지금까지 다른 차량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것(게임, 오디오 편집, 노래방 등), 을 맛보게 해주겠다는 의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게다가 그런 대형 디스플레이를 센터페시아에 장착하려다 보니 하드키를 놓을 공간은 자연스레 어디에도 없어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디스플레이에 all in은 그들의 전력 리던던시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 같다.

 

<모델 3에 장착된 실내 카메라>

 

이러한 '선적용'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는 실내 카메라다. 실내 카메라는 일반적으로 자율주행 3단계 이하 시스템에서 운전자 유효성을 감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Elon Musk는 일관되게 이를 '쓸데 없는' 기능이라고 강조해 왔다. 따라서 이 카메라를 보고 대부분의 유저들은 로보택시의 승객 감시용이 아닐까하는 추측을 했고, Elon Musk는 공식적으로 맞다는 대답을 해주었다. 현재 이 카메라는 물론 기능을 하지 않고 있다. 향후 로보택시 사업이 실시되면 당연히 OTA를 통해 기능을 작동시킬 것이다.

그런데 "어쨌든 미래는 미래고 현재는 아직 완전자율주행의 시대가 아니지 않나?"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우려면 테슬라는 더 많은 기능을 자동화 시켜야 할 것이다. "디스플레이 조작이 너무 복잡하지 않은가?"라는 지적에, "누를 필요 없게 할 것이다. 자동화 기능이 있다." 혹은 "음성으로 쉽게 조작이 가능하다." 등과 같이 대답할 수 있고 실제 그러한 대한이 있다면, 테슬라는 앞으로도 법규나 가이드라인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것을 만족하며 완전자율주행이라는 목표를 향해 자신들의 설계 자유도를 극대화 시켜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첨언하자면, 위 디스플레이 사진에서도 보듯이 많은 버튼이 디스플레이에 하위 메뉴로 포함되어 있지만, 아래 표시된 각종 공조 버튼들은 상시 디스플레이어 상태바에 보여지며, 뎁스 없이 언제나 한 번에 조작할 수 있다. 법규는 자동차의 안전한 주행과 관련된 컨트롤은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데 운전 시계 확보를 위한 성애 제거 등은 주행 중 안전과 직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OEM들이 공조 버튼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배치를 한다. 모든 OEM과 차별화된 파격적인 디자인 속에서도, 테슬라가 만족하는 최소한의 규정이란 것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나는 고작 1,2 시간 정도 시승을 해봤지만 테슬라 오너라면 이렇게 완전자율주행 시대를 위한 '선적용' 아이템이 또 무엇이 있을지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테슬라 주인 친구가 나머지 친구들에게 각종 설명을 해주는 동안 차량 외관을 조금 더 둘러 보았다. 엔진룸이 없는 전기차가 가지는 장점 중 하나인 프론트 트렁크다. 줄여서 '프렁크'라고도 부른다. 공간은 크지 않지만 비어 있는 공간을 추가적인 수납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다. 보통 차량의 후드를 닫을 때 조심스럽게 내려주면 완전히 닫히게 되는데, 모델 3의 프렁크는 후드를 내린 뒤 버튼처럼 한 번 꾹 눌러줘야 닫히게 된다. 한 번에 닫히게 하는 것이 어려운 설계는 아닐 것 같은데 왜 굳이 저런 방식을 택했는지 모르겠다.

 

프렁크와 트렁크 쪽에는 단차 문제도 살짝 있었다. 위 두 사진은 각각 프렁크의 L과 R을 찍은 것인데 L 쪽이 훨씬 많이 벌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트렁크와 램프쪽에도 단차가 존재했는데 이제 단차 정도는 테슬라 유저들의 불만 사항은 아닌 것 같았다. 

 

지하 주차장에서 출발을 했는데 실제로 주차된 차량이 많았는데 위와 같이 3개의 차량만 시각화를 해주었다. 그리고 라바콘도 잘 인식을 하는데, 사실 저 두 개의 라바콘은 실제로는 아래 사진과 같은 주차 금지 표지판이었다.

 

 

주행을 하면서 유심히 살펴보니 주황색의 비슷한 유형의 물체는 죄다 라바콘으로 인식을 하는 것 같았다. 관련 동영상 하나를 찍어보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I0HfMIjjykM&feature=youtu.be

 

심지어 교차로를 지나갈 때 직각 방향 차로에서 신호대기중인 차량도 라바콘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두 차례 정도 있었는데 Visualization은 OTA로 계속 업데이트를 해주고 있으니 개선이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잘 모르지만) 라바콘으로 물체를 인식했을 때 시스템에 기대하는 Response가 있을텐데 라바콘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전혀 성격이 다른 물체를 라바콘으로 인식했을 때의 문제는 없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친구들과 송도에 집결하여 출발을 했는데 옆 차로에 모델 S와 모델 3가 나란히 있다. 송도에 슈퍼차저가 있어 이 동네에서는 테슬라 차량을 많이 볼 수 있는 듯 하다.

  

 

모델 3는 루프가 통유리로 되어 있어 개방감을 주지만(열리진 않음) 여름에 햇볕이 뜨거울 땐 굉장히 불편하다 하여 썬팅을 짙게 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적으로 테슬라가 제공해주는 엔터테인먼트는 TOO MUCH라고 생각한다. 게임이나 넷플릭스, 유튜브는 몰라도 굳이 왜 각종 방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넣어뒀는지 모르겠다. 방귀의 종류가 저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심지어 소리가 굉장히 리얼하다.

 

<시내에서 오토파일럿 주행 중>

 

조수석에 앉아가서 정확히 느끼진 못했지만 상당히 자연스러운 주행을 했다. 오토파일럿을 켜고 있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1일 보험 가입하고 운전해보라고 권유 받았지만, 테슬라는 현재 사업소가 서울과 부산 한 곳씩 밖에 없어 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가 문제가 아니라 수리에 몇 달씩 소요된다. 그래서 우정의 금이 가지 않기 위해 나는 차가 없는 시내 외곽에서 잠깐 느껴보기만 했다. 잠깐 운전하면서 느낌 점은 스티어링휠이 1바퀴 밖에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보통 차량은 1.5바퀴 정도 돌아간다. 기어비 셋팅을 감안해서 해두었기 때문에 순간적인 이질감이 들었다. 이에 관련된 필드 이슈는 없는 것 같아 보이니 단지 순간적으로 느낀 이질감에 불과했던 것 같다.

 

 

530i와 모델 3에 두 명씩 나눠타고 넷이 모두 에어팟을 끼고 대화를 하며 주행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송도에서 영종도까지 향했다. 의도한건 아니지만 재미난 경험이었다.

 

오토파일럿 사용 시 Hands on 경고음을 울리지 않기 위해 헬퍼(좌측 스포크)를 장착해뒀다. 차 받고 다음 날 시승한건데 미리 사둔 듯 하다. 저런거 쓰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20년지기 절친 말도 안들을 정도인데 사람들이 제조사 권고를 들을리 만무하다. 소비자 교육 이슈는 자율주행차 시대의 정말 BIG DEAL이 될 것이다.

 

인천대교에 들어서니 530i가 마치 독일차 부심이라도 부르듯 먼저 치고 나간다. 모델 3 LR의 제로백은 4초대다. 2.0L 싱글 터보 가솔린으로는 어림도 없다. 가속 페달을 밟으니 금새 따라잡았는데 유튜브 영상에는 테슬라 차량의 가속 성능에 조수석 탑승자가 놀라는 반응들이 많이 나온다. 나도 테슬라는 타보기 전에는 '오버액션'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리얼'이었다. 운전자 보조 기능의 오사용, 엄청난 가속 성능, 그리고 증가하는 판매량. 도로 위의 테슬라가 많아질수록 걱정이 되는 부분은 빼앗기는 마켓 쉐어 뿐 많은 아니다.

모델 S는 디스플레이를 세로로 배치했는데 모델 3는 가로로 길게 배치했다. 그래서 덩치가 큰 사람들은 운전 중 습관에 따라 계속 모니터를 다리로 치게 될 수도 있다.

 

사이드 미러의 크기는 동급 대비 조금 작은 것 같았다.

얼마전 OTA History를 정리하며 Horn을 누르면 Dashcam 클립이 저장되도록 업데이트 했다는 것이 기억이 나서 직접 해봤다. 아마, Horn을 누른 상황이란 것은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으로 판단해 영상의 저장을 Horn의 작동과 연계시킨 아이디어 같다. 그런데 주행 영상은 SNS에 올리고 싶다거나 기타 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 저장을 하고 싶을 수도 있는데 그 때 Horn을 누르는 것은 보행자를 놀래키거나 앞 차량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줄 수 있어 비록 직관적이지만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Horn을 누르면 동영상이 저장되는지 확인해 보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ZM7B83Zeqa0&feature=youtu.be


 

코로나로 인해 수개월간 넷드링킹만 했던 20년 지기 남자 넷의 수다는 모델 3 LR의 주행거리만큼 길었다. 어느 새 해가 지려고 해서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송도 슈퍼차저로출발했다.

 

  

슈퍼차저에는 충전 중인 차량이 약 5대, 대기 중인 차량 또한 3~4대는 되어 보였다. 순번을 어떻게 정하냐고 하니 그런 룰 같은 것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 슈퍼차저 입구에서 같은 테슬라를 마주치면 레이싱을 하듯 달려가기도 하고, 다툼도 잦은 것 같다. 선착순으로 충전하고 빠질 수 있도록 프로토콜 마련이 시급한 것 같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충전 중에 무엇을 하느지도 중요하지만, 충전을 하려고 대기하면서 무엇을 할지도 중요해졌다. 공회전 걱정도 없으니 시원하게 에어컨 켜 놓고 차 안에서 이런저런 경험을 할 수 있다. 내 친구는 레이싱 게임을 했는데, 실제로 스티어링휠과 브레이크 페달을 이용하여 주행 게임을 할 수 있다. 어린 자녀와 같이 있을 땐 무릎에 앉혀놓고 게임을 시켜줘도 좋아할 것 같았다. 옆에서 하는 것을 지켜보니 내 친구한테는 오토파일럿이 꼭 필요해 보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tZXB6QNkxN8&feature=youtu.be


 

송도~영종도를 왕복하며 확인해 보고 싶은 몇 가지들을 다 체크해봤지만 의외로 발견한 것 중 하나는 와이퍼의 위치였다. 모델 3는 와이퍼의 위치가 실내에서 보이지 않았다. 내 앉은키가 큰 편인데도 완벽하게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아래 두 사진(모델3와 15MY VG PE)을 비교하면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

 

아래 동영상을 보면 모델 3의 와이퍼가 얼마나 숨겨져 있는지 알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hxLEpLcowE&feature=youtu.be


 

모델 3의 와이퍼는 공력에 유리하기 위해 후드 아래 숨겨져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건 테슬라만의 아이덴티티는 아니었다. 우리 회사들은 어떤지 오너스 메뉴얼을 찾아봤더니 LX2, DN8, CN7에 이어 RG3, GV80까지 최근에 나온 차량의 와이퍼는 모두 후드 아래 숨겨진 형태로 설계되어 있었다. TL PE 차량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몇 년 되지 않은 설계인 것 같다. 오너스 메뉴얼을 통해 알 수 있는 방법은 '블레이드 교체 방법'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잠깐 뒤에 이야기하도록 하고, 와이퍼가 실내에서 보이지 않으니 굉장히 깔끔해 보이고 심미적으로 훌륭한 요소였다. 다른 차도 그렇지만 특히 모델 3의 경우는 워낙 인테리어의 여백이 많기 때문에 와이퍼가 눈에 보인다면 굉장히 거슬릴법도 하다.

다만 이런 심미적인 요소와 트레이프오프 되는 것은 작업성이다. 기존 차량은 와이퍼 블레이드 교체를 할 때 바로 와이퍼 암을 세워서 작업하면 된다. 그런데 모델 3나 최신 현대차 모델들은 와이퍼가 후드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와이퍼 암을 바로 세울 수 없다. 후드에 걸린다. 따라서, 모델 3는 P단 상태에서 디스플레이에 [와이퍼정비모드]에 들어가 [켜짐]을 누르면 와이퍼가 살짝 올라와서 블레이드를 교체할 수 있게 해준다. 마찬가지로 현대차 모델들도 차량 시동을 끈 후 20초 이내에 와이퍼 스위치를 MIST 부분까지 작동 시키면 와이퍼가 살짝 올라와, 와이퍼 암을 세울 수 있게 해준다. 아래는 이와 관련된 모델 3(상)와 G80(하)의 오너스 메뉴얼 내용이다.

 

 

다만, 모델 3와 현대차 모델의 결정적 차이는 모델 3의 와이퍼는 와이퍼 암을 세울 수 없는 1자 구조라는 것이다. 따라서 블레이드를 교체하려면 손으로 와이퍼를 윈드실드로 부터 살짝 들어 올려 교체해야 한다. 한 유튜버의 영상에 의하면 윈드실드에 손상이 가지 않기 위해 타월 같은 것을 깔고 작업을 하기도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3UveGXvKruI&fbclid=IwAR2OoWORuLnbvVLNIeP17CCeQ4QA5K01dYlaZwWous9Rqt-4MQzOa6zfj9g


 

사실 와이퍼 숨김으로 인해 교체 작업성이 어려워 진 것은 감내할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와이퍼가 안보여 심미적인 요소가 상승한 것은 굉장한 플러스 요인인데 비해, 와이퍼 블레이드 교체는 자주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잠시 동안의 불편함만 감수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와이퍼 암을 세울 수 없는 설계는 그 장점이 떠오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다음 날 눈이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사람들은 와이퍼가 눈 때문에 윈드실드와 얼어 붙는 것을 막으려고 전날 와이퍼 암을 세워 놓기도 한다. 그런데 모델 3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북미 지역에서 이와 관련된 클레임이 있는 모양이다. 눈이 내려 와이퍼가 윈드쉴드와 얼어 붙어 떼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에서 전기차 주별 판매량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클레임에 해당되긴 할 것이다. InsideEV의 보도에 의하면 2018년 미국의 주별 전기차 판매량(등록 기준)은 캘리포니아가 153,442대로 1위를 차지했는데 2위인 뉴욕주가 고작 15,752대로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저런 클레임이 나올리 없다. 물론 뉴저지(6위), 메사추세츠(7위), 일리노이(8위) 등 겨울에 폭설로 유명한 주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나머지 기후가 온화한 주와 비교하면 절대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다. 참고로 미국에는 ZEV 규정에 의해 일부 주에서는 반드시 제조사가 일정 비율의 ZEV 차량을 판매해야 하는 곳이 있는데, 캘리포니아 및 미국 동북부 주들이 해당한다. 따라서, 전기차의 판매량이 많은 주들도 주로 이곳이 해당되는 것이다.

 

요컨대,

1) 와이퍼를 후드 밑으로 숨긴 것은 정말 멋진 설계다. 알고나면 심미적 만족도가 급상승!

2) 교체할 때 번거로움이 있지만, 교체 주기가 긴 것을 감안하면 심미적 만족감을 위해 감내할만함!

3) 모델 3의 와이퍼가 왜 세울 수 없는 구조로 설계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음. 뭔가 장점은 있겠지만 겨울철 use case를 고려하지 못했을 수도.

참고로 모델 X에는 와이퍼에도 열선이 들어간다고 하니 어느 정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듯 하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고 게다가 전기차 유저들은 전력 상태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데 비록 얼마 되지 않더라도 와이퍼를 얼게한 것을 녹이는데 굳이 전력을 써야한다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설계 대안이 있고 이미 그것을 경험해 봤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