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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내 대형 터치스크린, 안전과 혁신 사이의 어떻게 균형 잡아야 하는가

요즘 차량에 점점 터치 스크린을 넣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테슬라, 그리고 최근에 벤츠 S클래스와 포드 Mach-E에서도 보였구요신형 아우디 A3의 전자 시스템 PM인 멜라니 리머(Melanie Limmer) "사람들의 손이 스마트폰 터치에 익숙해지고 있어 점점 하드키 버튼을 없애기로 했다." 고 했는데, 국산 자동차 회사도 점점 사이즈가 큰 AVN이나 터치 스크린을 넣으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터치 스크린은 심미적 효과, 다양한 조작 기능을 많이 집어 넣을 수 있는 효과, 그리고 OTA 효과 목적 극대화 등의 장점이 있을 것입니다반면에 오랜 시간 전통적인 하드키 조작을 해오던 사람들에게는 익숙해지기 전에는 직관적이지 않고, 익숙해지더라도 주행 사용하기 위험하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앞으로 터치 스크린은 대세가 될 것인가?" 라는 질문 하나를 가지고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터치 스크린과 미국 안전 법규

 - 터치 스크린과 관련된 미국 법규는 대표적으로 FMVSS101 Controls and Displays가 있습니다법규의 취지는 명확합니다. "주행 중에 안전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직관적이어야 한다." 취지는 확실하지만,  얼마나 안전한 것이 안전한 것이며, 얼마나 직관적이어야 직관적인지?(How safe is safe, how intuitive is intuitive?)에 대한 답은 매우 주관적인 영역으로 남습니다게다가, 이 법규가 만들어진 시기가 1968년임을 감안하면 무려 반세기 전 만들어진 법규로 가장 빠르게 변하는 영역 중 하나인 실내 UX를 규제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긴 합니다. 명문화된 규정 가지고는 법규 적합성을 판단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들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2) 터치 스크린과 조작성

- 터치 스크린과 하드키 타입 중 무엇이 더 조작성이 좋으냐고 물으면 아직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드키를 선호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오랜 시간 사용해 왔을 뿐더러터치 스크린이 하드키 타입 대비해서 획기적으로 조작성을 좋게 만들지도 않았으니까요주변에 모델 3와 현대차를 모두 소유하고 계신 지인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물어봤는데 재미난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습관에 대하여 현대차 하드키 버튼은 버튼간 정확한 구분으로 조작 실패 확률이 적다. 모델 3 터치 스크린을 조작할 때 실패 확률이 높은 것을 경험해서 웬만해서는 그냥 누르지 않게 된다.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잠깐 동안은 참는다아이러니하게도 주행 중에 버튼을 누르지 않아 주행에 더 집중을 했다.  

적응에 대하여 : 모델 3 터치 스크린에 적응을 하니 어디에 무슨 버튼이 있는지 다 기억이 되고 편해진 느낌이다. 오히려 현대차를 탈 때 버튼이 너무 많아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역시 적응이라는 것이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초기에만 해도 사람이 어떻게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니냐는 생각을 했지만 이젠 그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린 것도 비슷한 이야기가 아닐까요? 

3) 터치 스크린의 위험성 - 조작성 및 소비자 수용성

- 인터넷에서 터치 스크린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한 글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 내용은 크게 두 가지, 조작성과 소비자 수용성 관점으로 나뉩니다조작성 관점에서는 많은 제조사가 점점 터치 스크린을 많이 활용하고 있지만 얼마나 안전한가에 대해서 검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a) 주의 분산,  b) 버튼 작동 미숙으로 인한 2차 위험 요소 발생입니다.

a) 주의 분산 : 익숙하지 않은 터치 스크린을 조작하다가 전방 주시를 안하는 경우, 게다가 여러 하위 메뉴로 들어가서 버튼을 조작 해야 하는 경우 전방에서 시야를 떼는 시간이 증가

(관련 사례 : 독일에서 테슬라 운전자가 와이퍼 작동 속도를 조절하다 가로수와 충돌 → 이후 테슬라는 OTA를 통해 와이퍼 속도 조절을 최상단 메뉴로 변경)

b) 버튼 작동 미숙: 터치감이 아직 하드키 타입보다 직관적이지 않으며, 하드키 타입은 버튼을 눌렀다는 것을 촉감으로 알 수 있는 반면 터치 스크린은 '촉감 반응(tactile response)'가 없어 버튼이 제대로 눌렸는지 2차 확인을 해야 할 수도 있음.

소비자 수용성에 있어서는 "전자기기라는 것이 불안하다. 무슨 일이 생기면 다 볼 수 없는 것 아닌지?"라는 불안함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후자의 경우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실제로 소송으로까지 이어진 사례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터치 스크린은 크기에 따라서 위험도 평가와 소비자 수용성도 조금 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예를 들어, 터치 스크린이 매우 크면 손으로 누르게 될 아이콘도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으나 대신 제조사는 최대한 많은 기능을 넣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작동의 뎁스가 많아진다든가(하위메뉴로 들어가 누르기), 사용성과 별개로 에러가 발생했을 경우 차량의 주요 기능을 사용못한다는 단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 "크면 좋다. 비싼차일수록 커야한다. 작은 화면이 훨씬 산만하다."라며 큰 화면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터치 스크린이 작은 것에 대한 장점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터치 스크린의 위험성은 모두 '주행 중 조작'에서 시작합니다. (고장이 나는 것은 잠시 논외로 하구요.) 그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터치 스크린을 없애거나, 터치 스크린을 조작에 최적화시켜 만들도록 연구하거나, 또는 궁극적으로 '조작할 일'을 없애주는 것입니다2017년 미해군 소속의 구축함 존 메케인호가 싱가포르 해상에서 상선과 충돌하여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가 있었습니다NTSB(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가 이 사고를 조사한 결과  27가지 사고 원인 중 하나로 항해사가 터치 스크린 방식의 조타 및 동력 장치 조작에 익숙치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했습니다.

이후에 미해군은 해당 구축함의 터치스크린 조작계를 기계식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실시했습니다.

물론, 구축함은 대중에게 판매되는 일반 자동차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기존 전통적인 방식과 달라지는 주요 조작 방식으로의 천이 과정에서 안전문제는 정말 다양한 영역에 걸쳐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정도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미 대형 터치 스크린은 대세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는 이것을 버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합니다그렇다면 조작에 최적화된 대형 터치 스크린을 만들든지, 궁극적으로 조작할 일을 없게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서 음성 인식과 자동화 기술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a) 음성 인식을 통한 조작

: 이미 음성 인식은 현재 양산차량에도 적용되어 편의와 안전 모두에 도움이 되고 있는데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지면 지금과는 비교가 될 수 없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테슬라가 작년 연말 Big Holiday S/W 업데이트(2019.40.50)을 했을 때 음성 명령 기능도 포함되었었습니다아래 내용을 보시면 자연어 이해를 위해 음성 명령이 rebuilt되었다고 되어 있는데 improvement가 아닌 rebuilt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we focused on commands that minimize having to touch the screen so you can keep your eyes on the road." 라는 표현인것 같습니다계속해서 조작의 필요성을 줄여 나가다가 궁극적으로는 조작할 일을 없애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죠.

 

b) 자동화 기술

: 자율주행 3단계에서 인간의 역할이 사라지는 시점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다시 제어권을 받아올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인간 뿐 아니라 차량 상태 역시도 인간이 full control할 수 있게 항상 최적화 되어 있어야 합니다창유리가 보이지 않아도 자율주행 시스템은 카메라로 주행하겠지만, 인간이 제어권을 받았을 때 창문에 김서림이 있다면 운전자는 제어권을 받는 행위와 Defrost  행위까지 수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깁니다(유럽 법규에서는 자동 Defrost를 요구하는 규정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주행의 자동화 뿐 아니라 안전 운전에 필요한 다른 기능의 자동화가 가져다 줄 효과는 자율주행 자동차에서는 좀 더 user friendly UX자율주행이 안되는 자동차에서는 '조작할 일'을 없애줌으로써 운전자 전방 시야를 유지하게 하여 안전한 운전을 도모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자동차에 유저 등록까지 할 수 있다는데 특정 유저로 주행을 할 때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외기온에 따라 에어컨/히터 풍량 및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준다든지심지어 설정된 온도를 계속 켜주는 것 뿐 아니라 껐다 켜는 인터벌까지 재현해 준다든지어쨌든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이런 조작 시나리오를 없애줌으로써 터치 스크린 활용의 안전성을 높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전 법규를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특정 시나리오를 '안전한가 vs 안전하지 않은가'의 프레임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주 쓰는가 vs 자주 쓰지 않는가'로 분석하는 것도 의미가 클 것 같습니다.

구글의 해리스 라미스(Harris Ramis)가 볼보와 폴스타 차량에 탑재될 터치 스크린 개발을 하고 있는데 이런 말을 했습니다. 

Today, people pull out their phones and use them while driving anyway, so when we started thinking about safety, we did so from the perspective of ensuring they have access to the services they want that are built for in-car use, to ensure they leave their phones where they need to be.

이 말의 뉘앙스는 '사람들은 (그렇게 해서는 안되지만) 어쨌든 운전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때문에그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용하려는 기능을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여 스마트폰 사용 빈도는 낮춰 안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해리스는 이런 접근 방식을 "driver distraction optimized"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영국의 교통 연구기관인 TRL Limited(Transport Research Laboratory)는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터치 스크린을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했습니다20명의 운전자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15분 간의 주행을 3회 완료했는데요, 앞유리에 빨간색 막대가 깜박일 때마다 레버를 당기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고 합니다그 결과 위와 같은 비교를 할 수 있었는데요, 운전 중 하는 많은 행동들이 음주 운전(법정 제한 수치 수준)과 대마초를 피우고 운전할 때보다 반응 시간에 나쁜 영향을 주는 비율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상적인 조건에서의 반응시간 보다 음주 운전 조건(법정 제한 수치 수준)에서의 반응 시간은 10% 증가, 애플 카플레이 뮤직 앱을 터치로 사용하고 있는 조건에서의 반응 시간은 약 57% 증가한다는 의미입니다비록 절대 수치로 따지면 저 차이는 1초 정도 차이를 보일 뿐이지만 산술적으로 고속도로 100km/h를 달리는 순간 1초간 주행거리는 28m 정도이므로 무시할만한 수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게다가 시뮬레이션에 참가한 사람들은 빨간색 막대가 깜박일 것이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예상하고 있을 것이므로 실제 필드에서의 차이는 더 크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마치 영화 '허드슨 강의 기적'에 나온 얘기처럼 말입니다.)

4) 터치 스크린과 캐딜락 CUE

- 2019년 캐딜락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UE 화면에 거미줄 같이 금이 가는 현상이 다발적으로 발생하여 GM TSB(Technical Service Bulletin)를 발행했습니다TSB는 제조사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각 딜러에 제공하는 서비스 지침으로 리콜과는 성격이 다릅니다그런데 소비자들은 GM이 이 문제를 알고 있었고 2013~2017MY 다양한 캐딜락 차종에서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리콜을 하지 않았다며 집단 소송을 했습니다소송은 아직 진행중이고 자세한 내용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만 기존과 다른 인포테인먼트 인터페이스에 대한 소비자 수용성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5) 터치 스크린과 테슬라

- 아시다시피 테슬라는 터치 스크린에 거의 모든 조작 기능을 넣었고(심지어 글로브박스 열림까지) 모델 3는 클러스터 마저 없애 각종 디스플레이 역시 터치 스크린을 통해 보여줍니다구형 모델 S/X eMMC 문제로 터치 스크린이 먹통이 되는 문제가 지속되었고 이는 주행 중 심각한 안전 문제로 연결될 수 있어 NHTSA 현재 리콜까지 검토 인 상황인 것 같습니다.

모델 S가 출시되며 대형 터치 스크린이 선보였을 때도 충격적이었지만 어느 새 모델 3/Y에서는 클러스터까지 없애고 기존 클러스터의 기능마저도 모두 터치 스크린에 넣어 버렸습니다테슬라 리서치를 하며 테슬라의 장점, 단점 혹은 논란이 되는 점을 종합해 보면 개인적으로 그들이 "제일 중요한 것을 가장 먼저한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고 그 기조를 실행하다보면 놓칠 수 있는 것들이 결국 단점이나 논란의 원인이 되고 있으나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이 소비자에게 가져다 주는 만족감이 높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질주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제일 중요한 것은 'Full Self Driving'일 것입니다. 적어도 차량 관점에서는요. 아직 그들이 사전적 정의의 FSD를 할 능력은 되지 않지만 언젠가 그 시대가 오거나 혹은 점점 가까워질 때, 사람들 눈에 익숙해져 '이것 아니면 어색한' UX를 선점하려는 의도를 갖고, 그렇게 파격적인 실내 UX를 밀고 나갔다고하면 너무 무리한 추측일까요?

마치 지금 우리는 하드키 타입의 버튼이 익숙하고 편하고, 터치 스크린을 어색해하는 것처럼 말이죠.

차량에서 대형 터치스크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안전성과 수용성 측면에서 정리를 해봤습니다아직은 정답이 없는 문제인 것 같고 'high risk  high return' 같은 묘한 느낌도 듭니다제조사들끼리 눈치 싸움도 치열할 것 같구요.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 Starsky Robotics CEO 슈페판이 올해 폐업을 하며 남긴 회고로에서,

 "아무도 안전에 신경쓰지 않는다. 기능을 원할 뿐이다. 안전에 투자하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No One Really Likes Safety, they like Features. We couldn’t figure out how to make safety engineering sexy enough to garner its own reporting"

하드키 타입의 버튼 조작에서 터치 스크린 조작으로 천이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안전을 어필하는 것 역시 비슷한 이야기 아닐까 싶습니다하드키 타입 버튼 조작이 더 안전한 것은 맞지만 이미 양산차 및 각종 컨셉카에서 대형 터치 스크린을 소비자에게 노출하고 있는 상황에서가장 안전한 방식만 외쳐서는 선택 받지 못할 위험성도 있고 균형을 맞추는게 너무나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운전자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것이 가장 안전한 것이다."는 핵심 기조 아래서 음성인식과 자동화 기능의 완성도의 승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혁신적인 생각과 안전에 대한 고민을 통한 견제로 최적의 UX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엔지니어 분들에게 박수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