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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OEM/테슬라

[TESLA as a RESEARCH] Chapter1. Intro(1) Disrupter의 등장

DISCLAIMER

Tesla as a Research(이하 TaaR)는 자율주행, 전동화, 사이버보안, 디자인, 법규 인증 그리고 각종 소비자 경험 등을 포함한 다양한 시각에서 Tesla를 리서치한 개인 레포트로 독자의 관심사에 따른 참고 목적 혹은 입문 교육 목적으로의 활용을 기대합니다. 모든 리서치 결과는 자료의 유효성 검토를 마친 뒤 작성하였으나 참고 문헌의 오류가 있을 수 있고 필자의 주관적 판단이 반영된 부분이 있음을 주의 하시기 바랍니다. 필요시 자료의 출처가 되는 문서를 하이퍼링크 처리하였습니다.         

Intro(1) Disrupter의 등장

테슬라의 국내 행보가 심상치 않다. 2020년 상반기 국내 전기차 신차 등록 대수를 살펴보면 현대 코나 EV4,078, 기아 니로 EV1,942대로 나란히 네 자리수를 기록했. 그런데 같은 기간 테슬라의 모델 3는 코나 EV와 니로 EV를 합친 것 보다 많은 6,839대를 기록하여 전체 1위를 차지하였다. 이제 도로 위에서 테슬라 차량을 보게되는 것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닌게 되었다. 

자동차 산업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이고 진입 장벽이 매우 높았다. 이종(異種)을 배척하는 경향도 있었다. 따라서 많은 도전자들이 진입에 실패하고 사업을 포기한 사례를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나마 진입 장벽이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기차 시장에서도 영국의 다이슨은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며 결국 포기를 선언했다. 특히, 회장인 제임스 다이슨은 다음과 같이 사업 철수의 이유를 밝혔다.

"기존 자동차 제작사은 전기차 개발 및 판매로 인한 손실을 내연 기관 차량의 수익으로 만회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테슬라 역시 모델 S를 시작으로 전기차를 판매하기 시작했던 초창기 때는 차량 판매로 인한 수익을 내기 힘들었다. 게다가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제작사 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산업의 기존 플레이어들로부터 많은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단차 문제와 같은 품질 이슈에 대한 지적, 자동차는 휴대폰과 같은 전자 기기가 아니라는 지적에서부터 반쯤은 사기꾼이라는 CEO 일론 머스크에 대한 비난 등이 있었고 무엇보다 그들의 자율주행 기술인 오토파일럿에 대한 논란은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과대 마켓팅에 대한 지적, 게다가 소비자의 오사용으로 인한 사고 역시 그대로 테슬라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는 지금, 일론 머스크는 美연방 고속도로 교통 안전국(NHTSA)의 통계에 의하면 오토파일럿 사용 시 안전 사고 발생율이 전체 평균보다 훨씬 낮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오로지 오토파일럿 관련 사고만을 이슈화 시킨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물론, 개인적으로 일론 머스크의 이 주장은 아무리 오토파일럿 오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가 소수일지라도 트롤리의 딜레마 관점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TaaR은 저자가 지난 2년 동안 자율주행 및 모빌리티 관련 개인 리서치를 실시하며 접한 테슬라의 각종 이슈들을 한 곳에 모아두는데 의의가 있다최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테슬라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예측하고, 또한 그로부터 특이점을 얻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TaaR은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문서이며 집단 지성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모두가 작성 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지향한다TaaR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테슬라가 보유한 특정 기능(. 자율주행)의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였다. 그보다는 그들이 양산하고 있는 현재의 기술이 개발 의도대로 작동하였을 때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는 세계와 생태계의 모습을 그려보는 쪽에 집중하였다. 작성 초반에는 자율주행이라는 기술에 집중하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오히려 리서치를 진행할수록 평소 보이지 않던 영역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연결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게 될 것이지만 그 중 두 가지만 우선 강조해 보고 싶다.

[OTA(Over The Air)를 통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OTA 업데이트를 테슬라의 뛰어난 기술 중 하나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무관한 기존 산업 영역이 OTA로 인해 받게될 영향과 변화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OTA 업데이트는 인간의 온 몸에 연결된 모세혈관과 같다. 테슬라의 OTA 업데이트 기능은 소비자의 경험 뿐 아니라 제조사의 각종 전략, 법규 및 품질 문제 대응 등 굉장히 광범위한 영역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OTA업데이트를 통해 소비자의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거나 안전 관련 기능을 더 강건히 향상시켜 주거나 혹은 물리적인 리콜까지도 대신해 줄 수 있다. 여기까지는 이미 많이 알려진 OTA의 장점이며 또 규제 당국에서도 이와 관련된 부작용은 없는지 많은 제도적 고민을 하고 있다. TaaR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확인한 이슈가 두 가지 있다.

첫째, OTA 업데이트로 인해 A라는 기능의 성능을 향상시켰는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트레이드오프로 B라는 기능의 성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면 어떻게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인가? 법규 대응은 어떻게 할 것인가?

둘째, 보증이라는 것은 제품의 사용에 따라 부품이 열화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특정 기간 안에 그 부품을 교체 및 개선해 준다는 개념이다그런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특정 기능 혹은 부품이 열화되지 않고 오히려 성능 개선이 된다면, 보증 입장에서는 이 이슈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실제로 첫 번째 이슈에 대해 현재 테슬라는 미국에서 집단 소송을 당한 상태이다테슬라는 배터리 수명을 늘리기 위해 OTA를 통해 버퍼(Buffer)량을 조절했다버퍼량은 배터리가 지나치게 높은 혹은 낮은 충전량(State of Charge, SoC)에서 작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충방전량의 상/하한치를 조정하겠다는 개념이다테슬라는 일부 모델 S차종에 대해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버퍼량을 기존 보다 더 많이 가져 갔는데 이에 대한 트레이드오프로 실도로 주행 시 가용 SoC 범위가 줄어들었다. 결국 이것이 완충 시 주행가능거리의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상세 내용은 챕터8 '2) 배터리 개요' 참고). 소비자는 OTA를 통해 BM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아 차량 배터리의 수명 증가라는 성능 개선을 경험하게 되었지만 동시에 주행가능거리에 대한 성능 열화를 경험해야 했던 것이다. 자신이 소유한 모델 S 차량의 주행가능거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확인한 소유주는 그 원인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때문이라며 동일한 증상을 경험한 소유주들과 테슬라에 대한 집단 소송을 진행중이다.

두 번째 이슈 또한 이와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 테슬라는 올해 초 모델 S와 모델 X의 보증 정책을 변경했다(상세 내용은 챔터 8 '3) 배터리 열화' 참고). 변경 내용 중에는 특히, 배터리 수명을 개선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인해 다른 기능에 '눈에 띌만한 변화'가 보인다면, 그것은 보증의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품은 열화된다."라는 보증의 기본 전제가 뒤흔들리게 되었다. 보증은 법규와도 관련된 이슈이기 때문에 테슬라를 포함한 자동차 제조사들은 기술의 개발 뿐 아니라 OTA 업데이트 기술 전개에 따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충분한 사전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과 뚝심] 자동차 법규 대응 측면에서 테슬라는 좋은 벤치마킹 대상은 아니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의 양산 차량에는 없는 기능이 테슬라에만 적용된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테슬라만이 지닌 독자 기술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보편적인 기술이지만 법규 적합성을 따지는 과정에서 양산하여 고객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은 리스크가 있어 기존 제조사들이 적용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필드 문제보다는 빠른 양산을 통한 고객 경험을 중요시하는 테슬라의 문화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미국의 규제 문화를 공격적으로 이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자동차 안전 법규는 '네거티브' 규제 즉, 법규에서 금지하는 것만 하지 않으면 필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법규 대응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예를들어, 비상등 점등 스위치의 위치에 대한 미국 자동차 법규는 '운전자 시야에 잘 보이고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것'을 요구한다. 테슬라 모델 3의 비상등 점등 스위치는 대부분의 기존 자동차에 위치한 센터페시아 중앙 부분이 아닌 루프에 가까운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테슬라 모델 3의 비상등 점등 스위치의 위치가 법규 만족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고 법규가 정확하고 구체적인 위치를 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테슬라는 자신들의 판단을 기반으로 얼마든지 법규 대응에 문제 없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 다른 차량의 비상등이 위치한 자리에 모델 3는 대형 터치스크린이 자리하고 있으며 사용자 경험과 OTA의 핵심이 되는 대형 터치스크린 자리에 고작(?) 조그만 비상등 점등 스위치가 방해가 되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기존 자동차 제조사였더라면 생각하지 못했을 설계나 디자인을 테슬라가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의 완성도에 자신이 있었을 뿐 아니라 미국 규제 문화를 자신들의 설계 의도에 맞게 재해석하고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NHTSA와 같은 미국 규제 당국도 테슬라의 이런 과감한 시도를 비난할지언정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명분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테슬라가 그리는 미래 중 하나는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완전 자율주행(Full Self Driving)이다완전자율주행이란 용어는 SAE J3016 문서에 의하면 인간이 운전해서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시스템 스스로 어디든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FSD(Full Self Driving) 패키지를 실제로 판매하여 현재 차량의 성능에 맞지 않는 마켓팅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이슈가 되고 있다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겠다.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도래했다. 그런데 가족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뉴욕에서 LA로 가야 한다. 우리는 40시간에 걸쳐 자율주행 자동차를 타고 갈 것인가, 아니면 5시간만에 비행기를 타고 도착할 것인가?

여기에 대한 답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는 '정말 완전 자율주행'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또 근본적인 질문을 또 던지게 한다테슬라가 말하는 완전 자율주행이란 뉴욕에서 LA로 가는 차를 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SAE 규정을 참고하면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는 뉴욕에서 LA까지 주행할 수 있어야 하지만, 소비자가 상상하는 완전 자율주행차는 내 일상의 평범한 주행 루트에 대해서만 나의 역할을 없애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완전 자율주행은 완성된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테슬라는 자신있게 완전 자율주행이 곧 완성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는 '집과 회사를 이동하는 동안 인간의 개입이 없을 것'이란 언급을 다수의 인터뷰에서 한적있어 테슬라가 생각하는 완전자율주행이란 국제 표준이 제공하는 정의보다 '실용적인' 성격을 띄고 있을 것이라 예측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진정한 완전 자율주행이 완성되려면 수십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것은 SAE와 같은 표준이나 규제 당국이 제공하는 정의를 기반으로한 차량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차량에 탑승하게 될 승객 입장에서 완전 자율주행차는 정말 그 정의에 반드시 부합하는 차량이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따라서 테슬라는 주행 기능 뿐 아니라 실내에서 인간이 경험할 UX를 지금부터 개발하고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양산차에 과감히 적용하는 전략을 세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규적으로 완벽한 방어라는 가치를 중요시해 온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의 입장에서 테슬라가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되지 못했던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듯 완전히 '법규 불만족'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슬아슬한 컨셉을 지금부터 과감하게 양산 적용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예쁘고 멋진 차를 만들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완전 자율주행 시대란 정말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여 지금부터 과감하게 소비자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들고, 그 경험이 곧 머지 않아 다가올 시대의 뉴노멀이 되도록 누구보다 먼저 선점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마치 그들이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여 누구보다 빠르게 파이를 키우고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