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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OEM/테슬라

[테슬라] 모델 S/X 리프레시, 과연 이대로 출시될 수 있을까?

https://www.theverge.com/2021/1/27/22252832/tesla-model-s-redesign-plaid-mile-range-interior-refresh

 

Tesla unveils redesigned Model S with new interior and 520-mile range option

The first major overhaul since it launched in 2012.

www.theverge.com

 

테슬라의 2020년 4/4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모델 S/X의 리프레시 버전이 공개되었습니다.

큰 터치 스크린을 중심으로한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는 그대로이지만 크게 두 가지 차이점을 보입니다. 요크형 스티어링휠로의 변경 그리고 각종 스티어링휠 장착 칼럼이 사라진 것입니다.

<현재 모델3 스티어링 휠 양쪽으로 칼럼이 장착되어 있다>
<모델 X 리프레시 - 양쪽의 칼럼이 사라져 있다.>

 

기존의 칼럼이 담당하던 조작기능이 전부 터치스크린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테슬라는 우측 칼럼 조작을 통해 PRND 조작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과연 이 조작 기능까지 터치스크린으로 넣어버린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더 이상 칼럼(스토크)는 없다. 자동차가 스스로 주변 인식을 하여 주행 방향을 추측할 것이고, 운전자는 터치스크린을 통해 오버라이드 할 수 있다."

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즉, 운전자가 굳이 PRND 변속을 하지 않아도 차가 스스로 해줄 것이며 만약 운전자가 직접 하고 싶은 경우에는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작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저 'guess'라는 말은 좀 무섭네요.)

우리가 운전을 하는 상황을 되새겨 보면 A에서 B라는 목적지로 가는데 있어서 일단 D단에서 출발을 한 뒤에 B에 도착 후 주차를 하기 전까지는 PRND 변경을 할 일이 잦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예상했던대로 문제 없이 운전을 했다면 말이죠. 만약 중간에 변수가 생겼다면 운전자가 터치스크린을 통해 오버라이드할 수 있게 기능을 남겨두었기 때문에 이 컨셉이 굉장히 새롭긴 하지만 완전히 말이 되지 않는 컨셉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컨셉과 현실에는 분명히 간극이 존재하고 특히 변속 레버는 예전부터 규제 당국의 주요 관심 부품 중 하나였기 때문에 과연 이러한 설계 컨셉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주목해봐야합니다. NHTSA는 Unconventional 변속 레버에 대해 굉장히 우려를 하고 있으며 그 시작은 2016년 약 110만대의 FCA 차량 리콜이었습니다. 

당시 닷지 차저, 크라이슬러 300 그리고 지프 그랜드 체로키 등에 해당한 이 변속 레버는 각 단 사이에서 변속을 할 때 PRND의 위치와 상관 없이 무조건 레버가 중앙으로 원복하고 변속이 될 때 촉감 반응도 분명하지 않아 직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FYtLLJ8nII

결국 이 변속 레버 조작 실수로 인해 많은 사고와 부상자가 발생했고, 특히 영화 스타트렉에 출연한 것으로 유명한 배우 안톤 옐친도 의도치 않은 사고로 인해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테슬라의 리프레시 디자인은 출시에 문제가 없을까?>

제조사가 특정 설계 디자인을 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첫째, 고객들이 좋아할 것인가?

둘째, 법규에 문제가 없는가?

셋째, 법규에 문제가 없더라도 결함 등으로 인한 (제조물 책임법) 발생시 대응이 가능한 수준인가?

고객들의 선호 여부는 실제 출시를 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소는 아니기 때문에 일단 법규와 PL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변속 레버와 관련된 미국 연방 안전법규는 FMVSS101, 102 그리고 114가 있고 각각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룹니다.

FMVSS101 Constrols and Displays

FMVSS102 Transmission shift position sequence, starter interlock, and transmission braking effect.

FMVSS114 Theft protection and rollaway prevention

101 규정은 전체 변속단(PRND)과 현재 변속단 식별자가 운전자에게 잘 표시되는지, 102 규정은 변속이 됨에따라 그 순서와 식별자가 운전자에게 잘 표시되는지, 그리고 114는 엔진이 켜져 있고 P단이 아닌 즉, 차량이 움직일 수 있는 상태에서 운전자가 문을 열었을 경우 구름 방지 기능을 갖추는지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실제로 앞서 소개한 FCA의 리콜 변속 레버의 경우 법규 대응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운전자가 현재 자신의 차량이 PRND 중 어느 단으로 되어있는지 정확하게 인지하기 어려운 디자인으로 되어있어, D단이나 R단에서 실수로 문을 열고 내리다 차량이 움직이게 되어 사고가 나는 사례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즉, 법규를 만족하지 못해 리콜할 것이 아니라 실제 고객이 사용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유발하는 '결함 부품'으로 인정되어 리콜을 했던 것입니다.

만약 위 사진처럼 비록 변속 레버가 없더라도 터치스크린을 통해 전체 PRND와 현재 변속단을 표현해준다면 FMVSS101, 102 법규를 만족하는데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FMVSS114 구름 방지 규정 역시 현재 테슬라 모델 기준이라면 대응에 문제되지 않습니다. 특히나, 미국 연방 안전법규는 '물리적 변속 레버가 있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테슬라의 이번 리프레시 디자인은 법규적으로 문제가 될 부분은 찾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최근 모델들은 변속 레버 없이 버튼형 SBW를 사용 중)

 

<NHTSA의 생각은 어떠할까?>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FSD의 과장된 네이밍과 그로인한 사고에 대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NHTSA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것은 이 기능이 법규를 위반하지 않았고 결함으로 볼 수 있는 근거 또한 없었기 때문입니다.(NHTSA는 '결함'을 같은 제조사의 동일 설계 장치가 의도치 않은 위험성을 지니는 것이 공통적으로 여럿 발견되는 경우라고 정의) 이미 일부 언론에서 이번 리프레시 디자인에 대해 NHTSA에 문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는제 NHTSA는 대답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안전 인증 제도는 사전 인증 방식으로 모든 것은 제조사 스스로 결정하고 향후 문제가 생겼을 경우 스스로 책임을 져야하는 구조입니다. 그 과정에서 NHTSA에 유권해석 등을 진행할 수는 있지만 NHTSA는 그 외 특정 시스템에 대해 옳다/그르다는 의견으로 개입한 이력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정말 변속 레버가 없이 출시가 된다면, 이는 오토파일럿과 FSD와 마찬가지로 계속 이슈가 될 것입니다. 테슬라의 혁신이라 옹호하는 입장과, 안전하지 못한 설계라고 비판하는 입장이 계속 첨예하게 다툴 가능성이 큽니다. 안타깝지만 규제 당국이 관여할 수 있는 시점은 문제가 터진 이후입니다. 만약 변속 레버와 관련된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거나, 그로 인해 피해자가 생기기 시작한다면 NHTSA는 FCA에게 그랬던 것처럼 결함으로 간주하고 리콜 지시를 내릴 수 있습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FCA는 리콜 대상 차량을 S/W 업데이트로 처리할 수 있었지만 S/W 업데이트의 대표 주자인 테슬라는 만약 이 이슈로 인해 리콜을 하게 되면 S/W로 처리할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변속 레버라는 H/W를 아예 없애버렸기 때문에 S/W 이슈가 아닌 H/W 이슈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테슬라의 이번 도전이 어느 때보다도 과감해 보이고 우려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오토파일럿과 FSD에 대한 세간의 비판을 NHTSA는 좌시하고만 있다는 비난이 거센 가운데, 과연 NHTSA가 가장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던 부품 중 하나인 기어 레버에까지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테슬라를, 규제 당국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지 주목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