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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자료

SAE 자율주행 단계

자율주행차에 대한 대화를 하다보면 자주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지금 몇 단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지?'

SAE J3016은 자율주행 단계를 0에서 5단계까지 분류를 해두었고 현재까지는 가장 많이 통용되는 분류 체계라 볼 수 있습니다.여기서 파생되어 2.5, 2+, 3- 등의 단계들도 일부 사용되고 있지만 SAE에서 권고하고 있는 방식이 아닙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뒷 부분에서)

자율주행 단계에 따라서 차량에 기대하는 성능과, 인간에게 요구되는 조건들이 다르기 때문에 자율주행차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몇 단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지가 우선 중요합니다. 오늘은 그 단계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자율주행차는 영어로 Autonomous vehicle, Automated vehicle, Self-driving vehicle 이 세가지 표현이 가장 많이 혼용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를 나타내는 가장 적합한 표현은 무엇일까요? 일단, SAE J3016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Autonmous라는 말은, '독자적 결정능력 및 권한'을 뜻하기 때문에 자율주행 차량이 모든 기능을 스스로 수행하지 않고 통신이나 외부에 의존하게 된다면 이는 Autonmous가 아니라 Automated에 가까움. 따라서, 이 문서에서는 Autonomous란 표현을 쓰지 않을 것"

만약 완벽한 AI를 통해 차량이 스스로 모든 것을 관찰, 생각, 판단, 행동할 수 있다면 Autonomous vehicle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이는 이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Automated vehicle이 맞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어느 누구도 (심지어 정부 기관 및 업계에서도) 이 둘을 구별하여 쓰고 있지 않습니다. 그 동안의 리서치 결과로는 Autonomous vehicle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어디에서도 이 세 용어의 정확한 정의 구분을 제공해 주고 있진 않습니다. 따라서, 자율주행차를 이야기할 때, Autonomous vehicle이라는 말을 개인적으로는 가장 선호하며, Self-driving이란 말은 사용하기 가장 조심스러운 표현입니다.

본격적으로 SAE J3016의 자율주행 단계 구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SAE J3016에 삽입된 Taxonomy는 전문 용어로 설명이 되어 있어, 대신 미국 교통부 자율주행 가이던스(AV3.0)에 삽입된 그림을 가져왔습니다. 표현만 달리 했을 뿐, SAE J3016개념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1. 자율주행 0단계(No Automation)

: 시스템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차량입니다. 자율주행 단계에 구분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자율주행 기능이 없습니다. 인간이 스스로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아마 차량을 구매하신지 5년 이상 되셨다면 자율주행 0단계에 해당할 확률이 높겠네요.

2. 자율주행 1단계(Driver Assistance)

: 영문명을 보면 여전히 Assistance입니다. 자율주행 기능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0단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차량이 스스로 종방향 제어 또는 횡방향 제어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스마트크루즈컨트롤을 통해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주행할 수 있고, 차선을 벗어나지 않게 제어를 해주는 기능 중 하나라도 갖추고 있다면, 이것은 자율주행 1단계에 해당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능은 운전자의 보조수단이기 때문에 인간은 항상 주위에 집중하고 운전 외 다른 행위를 해서는 안됩니다.

3. 자율주행 2단계(Partial Automation)

: 2단계 부터는 드디어 'Automation'이란 단어가 포함되었습니다. 2단계는 앞서 말한 1단계에서 언급된 종방향 제어와 횡방향 제어가 동시에 가능해야 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모든 주행 의무는 인간에게 있기 때문에 1단계와 마찬가지로 운전 외 다른 행위를 해서는 안됩니다. 2단계 자율주행까지는 보편적으로 상용화 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의 상징과도 같이 되어 버린 테슬라의 오토파일럿도 자율주행 2단계에 해당합니다. 즉, 인간이 모든 주행 의무가 있는 것인데 '파일럿'이라는 단어의 늬앙스가 '기계가 스스로 하는 것'을 포함하기 때문에 미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오토파일럿'이란 기능이 마치 만능 자율주행 기능처럼 오해할 수 있게 하는 소지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테슬라 유저들이 오토파일럿을 맹신하고 한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운전 중 수면, 영화보기 등과 같은 주행과 무관한 행위를 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고속도로에 정차해 있던 소방차를 모델 S가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미교통안전위원회(NTSB)조사 결과 사고의 원인은 1)운전자의 부주의 2)운전자가 한눈을 팔 수 있도록 만들어진 오토파일럿의 설계로 지목 되었습니다.

4. 자율주행 3단계(Conditional Automation)

: 3단계는 차량과 인간의 역할 분담에 있어 굉장히 다이나믹한 관계를 유지하는 단계입니다. 앞서 설명한 2단계까지는 모든 주행 의무가 인간에게 있었습니다. 3단계의 경우 2단계와 마찬가지로 횡방향 및 종방향 제어를 동시해 해야한다는 요구조건은 동일하지만, 특정 모드에서는 인간에게 주행 의무가 주어지지 않는 시간이 존재하게 됩니다. 즉, 그 모드 동안에는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다른 행위를 해도 괜찮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차량이 스스로 주행을 하지 못할 상황이 되면, 인간에게 다시 제어권을 가지고 가라고 신호를 보내게 되고 인간은 그 신호를 받아 다시 스티어링휠을 잡고 조향, 가감속 등 모든 주행 의무가 주어집니다. 3단계의 어려운 점은 바로, '인간이 그 신호를 받지 못한다면?' 이란 물음에서 시작됩니다. 만약 그 신호가 너무 약하고 부족했다면, 혹은 강력한 신호를 인지하지 못했을 정도로 인간이 다른 행위에 몰두하고 있었다면. 그리고 결국 사고에 이르렀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것이 3단계가 해결해야 할 이슈입니다. 자율주행차의 가치 중 하나는 소위 '인간이 운전하는 것 보다 안전하다.'를 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3단계가 과연 안전한 자율주행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현재 자율주행 3단계를 양산한 회사는 AUDI가 유일합니다. 아우디는 신형 A8 모델에 Traffic Jam Pilot이라는 자율주행 모드를 탑재했고 세계 최초로 3단계 자율주행 기능을 양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아우디는 미국에서는 이 기능을 빼겠다고 했습니다. PL 등의 소송이 유독 타지역에 비해 활발한 미국 시장에서, 3단계 자율주행 차량을 판매했다가 위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제조사가 귀책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3단계의 컨셉에 대한 자사의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면 3단계가 어떤 자율주행 단계인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DsaiaE-Xig&feature=youtu.be&fbclid=IwAR2EA9Pa1Qp6WdZSLf1ZGLzBfDaxY0GHEA2DMCE-QM0xbaXf6Kd9lCKJZvo

 

5. 자율주행 4단계(High Automation)

: 4단계 부터는 우리가 '자율주행'하면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모습입니다. 흔히 무인차라고도 하는데, 4단계는 인간의 역할이 없습니다. 가감속, 조향, 차로 변경 등 모든 주행 행위의 의무가 시스템에 있습니다.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인간의 역할이 없기 때문에 스티어링 휠, 브레이크/가속 페달, 변속 레버 등의 수동 조작 장치가 필요 없습니다. 주행 중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 문제를 해결할 의무도 시스템에 있습니다. 안전하게 정차하여 구조 요청을 한다든지, 갓길에 정차하여 구조 요청을 한다든지 말입니다. 단, 4단계의 한계는 정해진 조건에서만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광화문 광장에서 청계천을 돌아 왕복하는 무인차량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차는 운전자도 없고, 승객들만 탑승할 수 있는 차량입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출발하여 오로지 정해진 루트로만 청계천을 돌아 옵니다. 이러한 지리적 한계 외에도, 눈이 오거나 비가 많이 오거나 혹은 어두운 밤에는 주행을 하지 못한다는 제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 A와 B 사이를 무인으로 주행할 수 있지만 특정 조건에서만 주행할 수 있고 주행에 제약사항이 있다면, 그 차량은 자율주행 4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가장 많이 이슈되고 평가되고 있는 자율주행 단계 중 하나입니다.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Waymo Robotaxi도 이러한 주행 한계를 정의해둔 4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6. 자율주행 5단계(Full Automation)

: 마지막으로 5단계, 완전자율주행입니다. 완전자율주행을 이렇게 오해해서는 안됩니다. '어디든지 가는 차' 내가 원하면 서울 우리집에서 부산 해운대까지라도 알아서 척척 가는 차. 물론, 정말 그런 차가 있다면 그 역시 완전자율주행에 속하겠지요. 하지만 현재로서 SAE나 정부 당국이 정의하는 자율주행 5단계 완전자율주행은 그런 이상적인 차량이 아닙니다.

4단계를 설명하며 운행 제약을 언급했습니다. 눈, 비, 낮과 밤의 조건 등. 자율주행 5단계는 4단계에 비해 이러한 제약 조건이 없는 차량입니다. 즉, 광화문 광장과 청계천 사이를 오고가는 무인차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낮이나 밤이나 얼마든지 혼자 돌아다닐 수 있고, 중간에 공사 구간이 있으면 우회까지 할 수 있는 차량이 있다면 그 차는 자율주행 5단계에 속합니다. 

SAE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추가했습니다.

"자율주행 단계는 설계 의도를 반영한다. 5단계로 설계된 자율주행차가 갑자기 주행을 못하는 특정 구간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그 단계가 격하되진 않는다."

쉽게 말해, 5단계 자율주행차는 눈이 와도 주행할 수 있지만, 우리 인간들도 눈이 80cm ,1m 쌓이면 차량 운행을 못하듯이 자율주행차 역시 상식적으로 주행 가능한 조건을 전제로 합니다.

이렇게 자율주행 6가지 단계에 대해서 정리를 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정리하자면

1) 2단계는 여전히 인간이 전방 주시 의무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현재 구매할 수 있는 차량의 가장 높은 자율주행 단계는 2단계 입니다. 테슬라 타신다고 한눈 파시면 안됩니다.

2) 3단계는 인간의 전방 주시 의무가 사라지는 모드가 있습니다만, 여전히 인간은 언제든 제어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3)현재 무인 자율주행차는 대부분 4단계 입니다. '무인차=완전자율주행'으로 받아들이면 안됩니다.

이정도로 생각 됩니다.

끝으로, 지금의 SAE J3016버전에서는 위 자율주행 단계를 세부적으로 나누지 말라고 권고 하고 있습니다. 즉, 2.5, 3.5 단계, 2+/3- 단계로 임의적으로 나누지 말라는 의도인데요, 언제 다시 J3016가 개정될 지 모르겠지만 이미 많은 기업에서 단계를 자체적으로 세분화하여 부르기 시작했기 때문에 J3016도 지금의 입장을 계속해서 고집하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6단계가 완벽하게 모든 자율주행 기술을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지 않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