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동차 OEM/테슬라

[테슬라] 오너스 메뉴얼로 본 신형 모델S의 기어 변속 방식

* 전기차는 기어변속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진 않지만 편의상, 이해를 돕기 위해 이 표현을 계속 사용했습니다.

https://www.tesla.com/sites/default/files/model_s_owners_manual_north_america_en_us.pdf

 

테슬라 북미 모델S의 오너스 메뉴얼이 나왔다. 모델 S가 새로이 나오기 전부터 크게 이슈되었던 것이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요크 스티어링휠, 다른 하나는 기어 쉬프터의 삭제였다. 그 중에서 기어 쉬프터에 대해 오너스 메뉴얼을 통해 살펴 보았다.

예상했던대로 AI를 활용한 Auto shift out of Park, 터치스크린 스와이프, 그리고 센터 콘솔의 버튼을 이용하는 총 3가지 방법을 제공하고 있었다.

1. Auto shift out of Park

- 주변 상황을 센서들이 파악하여 상황에 맞게 변속을 시켜 줄 것이라고 알려진 이 기능은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떻게 그 수많은 변속 use case들을 대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며 굉장히 위험한 설계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너스 메뉴얼 내용을 살펴보니 알려진바와는 다소 다른 기능임을 알 수 있었다.

이 기능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Auto shift out of Park는 P단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주변 상황에 맞게 D 또는 R로 바꿔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P-R-N-D를 자유롭게 바꾸며 주행한다는 설계는 아니었다. 오너스 메뉴얼에는 이 기능이 실행될 수 있는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 차량이 P단에 있는 상태일 것
  • 안전벨트가 착용돼 있을 것
  •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있을 것
  • 모든 문, 트렁크가 닫혀 있을 것
  • 센터콘솔을 활용한 기어 변속 기능이 해제돼 있을 것

이 조건들을 보면 '운전자가 탑승해 있고', '차량은 정지해 있고', '출발을 대기하고 있는(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있다는 것은 곧 그것을 떼고 전진 또는 후진을 할것이란 의미)'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주행 중 정지 신호에 걸려 기다리고 있다가 신호가 바뀌면 출발하는 때이다.

굉장히 합리적인 방식으로 보이는 문제는 엣지 케이스에 얼마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 여부다. 우리가 주행 중에 후진을 할 경우에는 주차를 할 경우가 가장 많고 그 외로는 외길에서 마주오는 차에게 길을 비켜줘야할 때 등의 케이스가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얼마나 편리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예를들어,

외길에서 마주오는 차를 발견

→ 일단 정지(P단 및 브레이크 밟음)

→ 운전자는 후진하기로 결정

이 상황에서 Auto shift out of park는 과연 후진을 할 것인지 전진을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고 그것이 운전자의 의도와 일치해야하는 과제를 가진다. 물론, 미국에서는 이런 엣지 케이스가 우리나라에서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기능은 아마도 미국의 주행 환경에 특화된 것으로 보여지는데 과연 다른 수출국에 이 기능이 수평전개될지, 그렇다면 각 나라의 규제 당국과 소비자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2. Shifting gears using the touchscreen

터치 스크린을 활용해 기어 변속을 하는 것도 흥미로운 컨셉이나 한 가지 우려 사항이 보인다. 일단 이 컨셉은 터치 스크린에 나온 strip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는 것인데 손가락으로 윗 방향으로 스와이프 하면 D단, 아래 방향으로 스와이프 하면 R단이 되는 방식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직관적인 방식이라고 보일 수 있지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소비자의 적응이다.

전자식 기어 쉬프터(SBW)는 미국 NHTSA에서 주요 안전 부품으로 여기고 있을 정도로 차량의 안전운행에 있어 핵심요소 중 하나이다. 실제로 기어 쉬프터 개발에 참고해야하는 법규도 소비자의 안전한 사용을 도모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설계 품질 문제가 아니더라도 사용자의 오사용으로 잦은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품질 문제로 간주하여 리콜을 하는 사례도 많았다. 그 시작은 2016년 약 110만대의 FCA 차량 리콜이었다.

당시 닷지 차저, 크라이슬러 300 그리고 지프 그랜드 체로키 등에 해당한 이 변속 레버는 각 단 사이에서 변속을 할 때 PRND의 위치와 상관 없이 무조건 레버가 중앙으로 원복하고 변속이 될 때 촉감 반응도 분명하지 않아 직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이 변속 레버 조작 실수로 인해 많은 사고와 부상자가 발생했고, 특히 영화 스타트렉에 출연한 것으로 유명한 배우 안톤 옐친도 의도치 않은 사고로 인해 사망하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FYtLLJ8nII

 

다시 테슬라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기존에 모델 S/3/X/Y의 기어 쉬프터는 칼럼식 타입으로, 칼럼을 아래로 내리면 D단, 위로 올리면 R단으로 바뀌는 형태였다. 다시 한번 이번 모델S 신형과 기존 다른 테슬라 모델의 기어 쉬프터를 비교해 보겠다.

<좌 : 모델S 신형 / 우 : 기존 테슬라 모델 방식>

가장 큰 차이는 '조작 방향성'이다. 조작의 좌표를 위/아래라는 1차원적 공간으로 정의했을 때, 이번 모델 S 신형에서 D단을 놓기 위해서는 '위로 조작'을 해야하고, 기존 테슬라 모델에서 D단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래로 조작'을 해야한다.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 두 쉬프터 각각을 놓고 보면 조작이 직관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 둘을 모두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과연 서로 다른 조작 방향성을 지닌 이 쉬프터가 직관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추측하건데, 테슬라가 기존의 칼럼식 쉬프터를 만들면서 위와 같이 아래는 D, 위는 R 이라는 방향성을 설정한 이유는 기존에 그와 같은 벤치마킹 모델이 있었기도 했지만(예. 벤츠), PRND 순서가 정확히 정해져 있고 제조사별 설계 차별성이 거의 없었던 SBC 변속기(쉽게 말해 PRND 변속 드르륵~기계식으로 이동하는) 사용자들에게 가장 익숙할 수 있는 변속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SBC 사용자들은 D단은 레버를 아래로, R단을 위로 움직이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 방식에 대한 순간적인 오해는 도로 위에서 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 예를들어, 주차장에서 출발을 할 때 무심코 D단 변속이 아래 방향이라고 생각해서 아래로 스와이프하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가는 뒷차량 또는 별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기존 사고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사용자가 제조사가 설계한 의도대로, 능숙하게 차량을 조작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테슬라의 Shifting gears using the touchscreen에서 위험 요소를 하나 찾자면 기존과 달라진 조작 방향성으로 인한 오사용(misuse)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글 마지막에 언급할 예정이므로 궁극적으로는 이 조작 방향성으로 많은 차량들이 수렴을 하고 있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 Gear shifting using the center console

이 방식은 가장 직관적이고 기존에도 많은 제조사들이 버튼식 SBW를 탑재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는 이질감이 가장 덜한 방식일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아쉽게도 버튼이 너무 작다. 변속은 '빠르게', '직관적으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속을 위한 조작기가 항상 운전자 전방 시야에 있거나(칼럼식), 크기가 충분히 커서 굳이 눈으로 보지 않고도 작동할 수 있는 방식(SBC 타입)이 가장 안전하다. 그런 면에서 이 조작방식 뿐 아니라 현재 많은 자동차에 사용된고 있는 버튼 방식 SBW도 오작동의 여지는 충분히 남아 있다. 이렇게 SBW의 디자인과 작동 방식에 따라 사람들의 오작동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규제 당국에서도 이를 유심히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참고로 센터 콘솔에 있는 이 기어 셀렉터는 메인으로 사용되길 기대하고 만든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래 오너스 메뉴얼 내용을 보면 우선적으로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기어 변속이 메인이고 만약 터치스크린 문제로 사용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자동으로 센터 콘솔에 있는 기어 버튼이 점등되고 활성화 된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아마 평소에는 굳이 자동으로 활성화 시키지는 않고 버튼 하나를 눌러야 사용을 할 수 있게 해둔 것으로 보인다. (In most situations, these buttons are not available until you press one of the gear buttons to activate it.) 이 점을 감안하면 테슬라는 여러가지 이유로 센터 콘솔 버튼을 이용한 변속은 메인 변속 장치라기 보다는 터치스크린 오류 시를 대비안 리던던시 개념의 변속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문제 제기한 것처럼 크기가 너무 작다는 것에 대해서 크게 개의치 않았을 지도 모른다.

 

 

 

<좌 : VW ID4 변속 레버 / 우 : 현대 아이오닉 5 변속 레버>

최근에 출시된 VW ID 4와 현대 아이오닉 5는 똑같이 칼럼 회전형 SBW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번 테슬라 모델S의  Shifting gears using the touchscreen과 작동 방향성은 유사하다. 비록 위/아래 1차원 이동이 아니라 2차원 회전식 조작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두 모델 모두 D단으로 가기 위해서는 위쪽으로(즉, 시계방향으로) 회전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작동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SBC 변속 레버는 센터콘솔 부근에 위치했지만 전기차 시대로 돌입하며 차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주기를 바라는 니즈가 늘어나고 그에따라 공간 활용이 굉장히 중요해지면서 앞으로 많은 차들이 변속 레버를 스티어링휠 쪽으로 이동시키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그렇다면, 테슬라처럼 터치스크린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칼럼식 레버가 스티어링휠 근처 어딘가에 장착되어지며 디자인 역시 점점 비슷한 형태로 수렴하지 않을까도 예상한다. 그럴 경우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 뿐 아니라 운전자들이 직관적으로, 헷갈림 없이 사용할 수 있는 PRND 조작성 역시 공통점을 가져야할 것이다. 특히나, 차량 공유가 정말로 활성화되어 사람들이 내 차를 오래 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다양한 차량을 운전할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라면 이 SBW 변속 레버의 안전한 조작은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사실 미국 법규에는 다음과 같은 변속 방향에 대한 규정이 존재한다.

S3.1.1.1   Transmission shift levers. If a steering-column-mounted transmission shift lever is used, movement from neutral position to forward drive position shall be clockwise. If the transmission shift lever sequence includes a park position, it shall be located at the end, adjacent to the reverse drive position.

N단에서 D단 변속은 시계 방향으로만 조작돼야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에서 예로 든 ID4, 아이오닉 5, 그리고 기존 테슬라 모델의 칼럼식 변속 레버는 모두 이 규정을 정확하게 만족한다. ID 4와 아이오닉 5는 완전한 회전식 SBW이면서 D단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시계방향 변속을 하고 있고, 기존 테슬라의 SBW는 회전식 칼럼은 아니지만 D로 이동하기 위해 아래로 내리는 동작은 스티어링휠을 XY 축으로 봤을 때 Z축 기준으로 회전을 한다고 가정할 수 있고 그럴 경우 시계방향 변속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이번 모델 S 신형의 Shifting gears using the touchscreen는 과연 D단 변속이 시계방향이 맞느냐에 대해서 명확하게 답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단지 위/아래 1차원적 이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규를 만족하고 있는 ID 4와 아이오닉 5의 변속 레버 조작과 같은 조작 방향성으로 간주할 수 있어 보이기 때문에 아마 테슬라느 규제 당국에서도 이를 문제 삼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