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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JPN 택시 탑승기

작년 1월 10월 잠깐 도쿄에 갈 일이 있었는데 토요타의 택시 전용 모델인 JPN TAXI에 실제로 탑승해 보았다.  

 

JPN 택시는 2013년도 도쿄 모터쇼에 출품한 JPN TAXI 컨셉 차량을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일본에 가본 사람들이라면 택시 모델이 우리나라처럼 다양하지 못하고 대부분 토요타 크라운 또는 프리우스인 것을 알 수 있었을텐데 JPN TAXI는 크라운을 이을 택시 모델로 개발된 것이다. 노후된 크라운 택시는 점차 퇴출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가에 중고차로 수출이 많이 되고 있다고 한다.

JPN TAXI 토요타 최초로 일본 국토교통성이 지정한 '유니버설 디자인' 요건을 만족한 차량(일본 최초는 닛산).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제품을 이용하는 사람의 성별, 나이, 언어, 장애 유무 등에 의해 제약을 받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뒤에도 이야기하겠지만 이 택시에는 휠체어 사용자도 휠체어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탑승이 가능하다. 이 택시의 주요 특징을 실제 탑승하여 경험한 내용과 곁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파워트레인

- 토요타의 THS II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 1.5L 가솔린 하이브리드, LPG 하이브리드 두 종류가 있다.

- 센터 터널을 없애고 승객석 바닥을 flat하게 만들기 위해 배터리팩 크기도 슬림화 시킨 맞춤 설계를 했다. flat floor는 JPN TAXI의 핵심 특징이다.

2) 도어

- 승객실의 좌측 도어는 슬라이드 형식(위 사진 참고)이라 덕분에 Wide open 시 휠체어가 그대로 탑승 가능하다. 앞서 설명한대로 flat floor인 점도 휠체어 탑승을 가능하게 만든 설계 요소다.

- 승객실의 우측 도어는 기존 차량과 같이 힌지 타입이다.

왜 좌우 설계를 다른 식으로 했을까 싶어 자료를 찾아보니 안전 상의 이유가 있는 것 같다승객이 통상적으로 내리는 방향은 인도 쪽이기 때문에 하차 시 안전 상 문제가 될 가능성이 적은데, 만약 양쪽으로 내려야하게 된다면 한 사람은 인도가 아닌 도로 쪽으로 하차해야 한다이 경우 슬라이딩 도어라면 뒤에서 다가오는 차량/오토바이/자전거가 앞차 도어의 개폐 상태를 인지할 수 없어 안전 사고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따라서 RHD 국가인 일본 기준으로 승객이 내리는 방향인 좌측 도어는 슬라이딩식, 차로에 노출되는 우측 도어는 힌지 타입으로 설계한 것 같다.

토요타 측 자료에 의하면 '도어 개폐 상태를 쉽게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되어 있는데 결국 이러한 안전 문제를 고려한 설계 의도라고 보여진다. 기아자동차의 레이도 이러한 형태의 도어 개폐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 승객측 도어는 운전자가 조작할 수 있으며, 안전상의 이유로 원터치 오픈이 아닌 dead man switch 방식(누르고 있을 때만 움직이는)이다.

 

3) 조수석

- 조수석에 글로브 박스를 없애 공간을 확보했다. 휠체어를 탑승 시키려면 조수석을 최대한 앞으로 밀어야 하는데 이 때 공간 확보에 도움이 되는 설계로 보인다.

 

4) 기타 특징

: 나머지 특징은 직접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소개하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Ri4jnQgarhk

- 레그룸이 정말 넓다. 내 키가  186cm인데 다리를 저렇게 뻗고 갈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얼라인먼트를 비교해 보면 조수석도 정상 포지션에 가까운 상태인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카고 공간은 tradeoff 된 것 같다. 큰 캐리어 두개가 다 안들어 간다.

 

 

- 실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열선 버튼이 천장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내 차를 운전 하면서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버튼 설계는 왜 드라이브 모드 버튼이 스티어링 휠에 없고 변속 레버 근처에 있는지였다요즘 차들은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14년식 내 차만해도 그렇게 설계가 되어 있어서 스포츠/에코/노말을 수시로 바꿔 운전하는 내 입장에서 너무 불편했다모드를 바꿀 때 마다  버튼 찾느라 전방에서 시선을 떼어야 했기 때문이다.

JPN 택시 탑승 당시 목디스크 통증이 심해져서 택시를 타서 뒤로 기대어 있는데 천정에 열선 버튼이 눈에 보였다. 고개를 움직이지 않고도 손을 뻗으면 바로 조작이 가능한 암리치에 있었다그 때 순간 뇌리를 스친 생각은, 위치 설정이 법규의 제약이 있는 버튼이 아니라면,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자세에서 조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 최적의 버튼 위치'라는 것이었다시트 열선 버튼이라고 해서 꼭 시트쪽이나 암레스트 쪽에 있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편의 기능 버튼은 내가 편한 자세에서 작동시킬 수 있어야 가장 best UI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JPN TAXI는 자가용이 아닌 영업용이라는 특징에 충실하여 기능이나 버튼 개수도 최소화하였다. 정확히 확인은 못했지만 아래 사진을 통해 보시면 클러스터 디스플레이 구성도 매우 단순하. 전반적으로 투박해 보이지만 꼭 필요한 기능만 선택과 집중을 한 느낌을 받았다.

또 각종 인디케이터의 크기를 볼 때, 고령 운전자가 많은 일본 택시의 특징을 반영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 결제를 할 때는 기사님께 카드를 드릴 필요가 없다. 후석 모니터에서 직접 스스로 결제를 할 수 있다. 물론 현금 결제의 경우는 아직까지는 기사님께 직접 해야 한다영상에 있는 모니터는 점검 중이어서 촬영을 못했는데, 전날 탑승해서 찍은 아래 사진으로 대체한다. (아래 사진은 JPN TAXI는 아님.)

에피소드지만 충분한 리뷰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러 하네다 공항에서 시내로 갈 때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택시를 타기로 정했는데 하필이면 JPN TAXI가 아니라 기존 크라운 택시가 왔다. 그런데 뒤에 오는 택시도 줄중이 크라운 택시여서 계획이 망했다는......

- 또 좋았던 점은 천장에 달린 손잡이다. 보통 승용차에는 손잡이가 고정형인 경우가 많은데 JPN TAXI의 승객실 천정 손잡이는 마치 버스 손잡이 처럼 회전형이었사람의 체형, 선호 착좌 자세에 따라 손잡이를 잡을 때 필요한 암리치가 다 달라지는데 저렇게 회전형으로 만들어 놓으면 본인에게 맞는 최적의 자세에서도 편하게 손잡이를 잡고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회전하는 모습을 찍으려고 일부러 열심히 흔들어 보았다.

지금까지는 카고 공간을 제외하면 JPN TAXI의 좋은 점을 위주로 설명했는데, 이제부터는 문제점에 대해 리서치한 부분을 적어본다.

앞선 설명에서 도어가 슬라이딩 형식으로 열리면서 휠체어가 직접 탑승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https://www.youtube.com/watch?v=yH_cE5jbAPg

역시 지난 방문 때 촬영한 영상이다슬라이딩 도어가 완전히 열려있는데 휠체어에 탄 노인이 그대로 휠체어에 앉은 채 탑승하지 않고 정말 힘겹게 택시에 타려고 하는 모습이다

왜 기능이 있는데도 안쓸까? 분명 홍보자료에는 이렇게 되어 있는데 말이다.

그 이유는 어렵고 불편하기 때문이다아래 링크는 휠체어 승객을 그대로 태우는 방법에 대한 운전자 메뉴얼 영상이다. (지금은 삭제됐다. 많은 비난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526&v=G_t1-OYnz2o&feature=emb_title&fbclid=IwAR3-wf6os0kLcqcl2Q6wyoz9PyqHJM-wUeJQinMK7sFAFhakgbiR2qLB_xQ

토요타에서 직접 만들어 배포했었는데, 재생 시간이 무려 30분이었다. 총 11개의 챕터로 구성이 되어 있다그만큼 휠체어를 탑승시키는 방법이 복잡하다는 이야기다. 당시 저 영상을 한 번 다 봤었는데, 요약하자면,

운전석 시트 앞으로 당김
조수석 시트 앞으로 당김
운전석에 장착된 요금 트레이 제거
후석 시트 쿠셔 올려서 잠금
슬로프를 꺼내서 휠체어 이동 루트 확보
탑승 완료 및 벨트 체결

간단해 보이지만 슬로프를 꺼내서 장착하는 작업만 수 분이 걸린다. 해당 유튜브 댓글 반응도 모두 부정적입니다.

"현직 택시 기사입니다.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입니다. 이렇게 느긋하게 셋팅할 수 있는 장소가 현장에 있습니까? 대부분의 손님은 노상에서 승차하기 때문에 이런 수고를 들이고 있으면 주위 교통에 폐를 끼치게 됩니다.

'사건은 회의실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어'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휠체어 탑승에 관해서는 닛산이 단순해서 훨씬 쉽습니다. 노선 버스의 슬로프처럼 바닥 위를 올려도 슬라이드를 겹납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야 했습니다."

"휠체어 생활을 하는 사람입니다. 혼잡한 거리에서 이런 작동이라면 승차 거부 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차를 저도 타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번거로워서 기사님에게도 미안합니다.

토요타는 시엔타 휠체어 사양 모델이라는 좋은 사례가 있는데 왜 이런걸 만든 것이죠? 최악입니다."

"나는 택시 기사는 아닙니다만 이 정도의 복잡함이라면 손님을 태우고 싶지 않습니다."

"택시 기사도 불쌍하고 손님도 불쌍하다.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차에 재팬택시라고 이름 짓지 말아주세요."

 

댓글에서 언급된 토요타 씨엔타 모델은 아래와 같이 휠체어를 탑승시킬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guDqeLDfTc&fbclid=IwAR1faW5YhPsA3h8-nI9IXUa9nbDSJ5TPJBGynaps33vdN3PX4D4SDoURaQg

일단 조작 방식만 보면 씨엔타가 훨씬 간단하다고 하다. 토요타 씨엔타와 토요타 JPN TAXI의 결정적 차이는 휠체어를 차 후방 즉, 트렁크 쪽에서 태우느냐, 승객실 도어를 통해 옆으로 태우느냐인데 설계 측면에서는 후자가 훨씬 어려운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그런데 왜 굳이 힘들게 옆으로 태우는 방식을 만들었을까?

기존과 같이 뒤에서 태우는 경우에는 이용자들이 짐 취급받는 기분이 든다는 리서치 결과가 있어서 토요타는 새로운 JPN TAXI에는 비장애인과 똑같이 승객석으로 휠체어를 태우는 방법을 고안한 것인데 현재 결과적으로 승차거부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당시 모든 JPN TAXI에는 2020 도쿄 패럴림픽 로고를 대문짝만하게 붙이고 운행하고 있었다. 비록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올림픽은 열리지 못했지만 현실은 휠체어 사용자들에 대한 승차 거부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아이러니함이 골치거리로 남아있다고 한다.

휠체어 탑승 차량이나 택시를 만들 때는 설계 강건성, 사용자의 입장, 사업자의 입장, 현장의 상황 모든 것을 반영할 수 있어야 기존 목적에 부합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특히, 뒤로 탑승할 때 짐 취급을 받는 기분이었다는 말은 실제로 휠체어 사용자가 되어 보지 않으면 예상할 수 없는 감정이고차에 휠체어를 태우는 작업은 통제된 공간이 아닌 혼잡한 교통 환경 속에서 진행된다는 것 등을 고려하는 철저한 UX 측면의 검증이 필요하겠다.

사람이 있어도 이렇게 어려운데 만약 로보택시에 휠체어를 태워야 한다면 어떤 고민을 해야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