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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FSD 베타 v9( 2021.4.18.12) 출시

21c형Pilot 2021. 7. 11. 22:27

미국 시간으로 지난 토요일, 테슬라가 FSD 베타 v9를 2021.4.18.12 S/W 배포를 통해 본격 출시했습니다. 내용 파악에 앞서 조금 의아했던 부분은 S/W 네이밍이었습니다. 테슬라는 xxxx.xx.xx.xx와 같이 총 4종류의 숫자로 S/W 명칭을 정하게 됩니다. 첫 4자리는 출시년도, 그다음 두 자리(혹은 한 자리)는 개발된 주(week)차, 다음 두 자리(혹은 한 자리)는 버전, 마지막 두 자리(혹은 한 자리)는 패치 순번을 나타냅니다. 즉, 2021.4.18.12라는 S/W는 2021년 네 번째 주에 만들어진 S/W가 되는데 지금이 7월이기 때문에 통상적인 네이밍과는 조금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가 있는지는 좀 더 찾아봐야할 것 같네요.

그리고 지난 10월 배포된 FSD 베타 v8.2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EAP(Early Access Program)을 통해 약 2,000명 정도의 고객들에게만 먼저 배포를 하였습니다. 테슬라는 주요 S/W 업데이트 시에 EAP에게만 먼저 OTA 업데이트를 제공하여 초기 품질을 검증하고 반응을 살핀 뒤 점차적으로 업데이트 대상을 넓히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차량의 패치 사이클에 따라 업데이트 시기가 달라지게 되는데 보통 차량마다 30~60일의 사이클을 지닙니다. 이는 모든 소유주가 같은 S/W를 OTA로 다 같이 동시에 업데이트 받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렇게해서 테슬라 플릿(Fleet)이 S/W 관점에서 Heterogenous한 상태로 유지되어 single-bug failure를 막을 수 있게 해줍니다. 즉, OTA로 새롭게 업데이트하려는 S/W가 의도치 않은 버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모든 차량에 그 S/W를 OTA 업데이트하여 예상치 못한 버그가 플릿 전체에 확산되는 시나리오를 막겠다는 운용 방식입니다.

 

FSD 베타 v8.2 VS FSD 베타 v9

FSD 베타 v9를 살펴보기 전에 우선 '20년 10월 첫 선을 보인 FSD 베타 v8.2와의 release note비교를 해보겠습니다. Release note란 S/W를 업데이트 받는 고객들에게 해당 S/W에 대한 설명이 적힌 일종의 공지사항입니다.

우선 Release note와 유튜브에 올라온 EAP 고객들의 후기를 봤을 때, 이번 v9 업데이트가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기 보다는 기존에 제공된 기능들의 성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개발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20년 10월 FSD 베타 v8.2 업데이트 당시에 제공되었던 Release note가 이번 FSD 베타 v9에서도 글자 하나 바뀌지 않고 똑같이 제공되었습니다.

Release note에는 FSD 베타가 실행되면 시내에서도 차로 변경을 포함한 일부 구간에서 주행이 가능하고, 좌회전/우회전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실제로 많은 유튜브 후기에서 해당 기능들이 작동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AP 고객 중 한명은 자신의 트위터에 영상을 올리면서, 기존에는 좌회전이 필요한 좁은 길에서 좌측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을 경우 (시야를 가려) 차가 좌회전을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이슈가 있었는데 이번 v9의 경우에는 같은 공간, 같은 상황에서 좌회전에 성공했다며(blind left turn) 이것은 굉장한 개선이라고 놀라움을 표현합니다. (영상

또한, 신호가 없는 교차로 구간(4 way stop)에서 좌회전이 훨씬 자연스러워 졌고 특히, 기존에는 완벽한 좌회전 타이밍을 찾기 위해 굉장히 오래 기다려야만 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사람의 패턴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처럼 타이밍을 잡는다고 합니다.

<4way stop 교차로>

유튜버 'My Tesla Adventure'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이번 FSD 베타 v9가 Roundabout(로타리)를 통과하는 능력도 더 좋아졌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영상) Roundabout 통과는 작년 FSD 베타가 처음 출시되기 전부터 일부 지역에서 가능한 기능이었는데 정말로 FSD 베타 v9에서 성능 개선이 된 것인지는 궁금한 부분입니다. Roundabout 통과는 꽤 독특한 Driving Manuever 중 하나인데 Release note에 표현이 되어있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유튜브 영상을 보고 많은 EAP 고객들이나 향후 업데이트를 받는 고객들이 Roundabout에서 테스트를 할 것 같네요.

이처럼 이번 FSD 베타 v9는 주행 기능 관점에서 보았을 때 새로운 기능들이 대거 추가되었다기 보다는 기존에 제공되었던 시내 주행 성능을 강화해서 운전자가 보다 더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해주는 방향으로 개발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FSD 베타 v9의 HMI

이번 2021.4.18.12 업데이트에는 FSD외에도 두 가지 HMI 관련 업데이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첫째는, Driving Visualization 개선이고 둘째는 Cabin Camera 업데이트입니다.

Driving Visualization 업데이트

Release note에 의하면 FSD를 더 잘 지원하기 위해 클러스터 또는 중앙 터치스크린에 보여지는 Visualization을 개선했다고 합니다. FSD가 시작되면 주변환경을 더 많이, 잘 보여주기 위해 화면이 확장되며 만약 운전자가 이것이 싫을 겨우에는 설정을 통해서 해제할 수도 있습니다.

위 사진들은 이번에 개선된 Visualization 모습이고 시내를 주행할 때 사람들의 모습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묘사되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물론 체형이나 이러한 디테일까지는 묘사하고 있지 못하지만 기존 아이콘 보다 더 '사람처럼' 표현하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쓰레기통까지 인지를 하는 것 같구요.

차선과 신호등도 표현이 되는데, 기존 v8.2에는 점선이나 끊기는 선으로 차선을 표현한 것 대비 이제 실선으로 구현을 해서 보는 입장에서도 단정한 느낌을 줍니다. 노란색은 중앙선을 의미하고, 양쪽의 붉은색은 인도와의 경계를 보여줍니다. 인도는 차가 넘어가서는 안되는 구역이기 때문에 붉은색으로 강조해서 표현을 해준 것 아닌가 싶습니다.

야간에 표시되는 Visualization을 보아도 기존 v8.2(상)대비 v9에서는 조금 더 선명한 디스플레이를 보여줍니다.

v 8.2
v9

그리고 이번에 더욱 개선이된 것은 주변 차량들을 point cloud로 잡아내는 것이 아니라 전부 다 실제 차량의 형태로 구현해주고 있고, 심지어 전방 차량들의 브레이크등까지도 보여주는 디테일을 선보입니다. 기존에는 오토파일럿 사용 당시에는 실제 차량 아이콘으로 보여주긴 했지만 FSD 화면에서는 point cloud로 잡아서 보여주었는데 보기에 매우 산만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v9에는 FSD 화면에서도 차량 아이콘을 활용해서 디스플레이를 굉장히 깔끔하게 구현해 주었습니다. 브레이크등이나 방향지시등 역시 기존에는 본인 차량의 아이콘에서만 구현이 되었는데 이제는 다른 차량의 것 역시 파악해서 구현해내게 되었습니다.

v9의 디스플레이

보통 운전자는 주변 차량을 확인할 때, 사이드나 후방 거울을 눈으로 보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이드 미러를 디지털 미러가 대체하기도 하고, 사이드 미러는 존재하지만 클러스터를 통해 후방 영상을 보여주는 기능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또 테슬라와 일부 다른 제조사의 차량에는 주변 교통 상황을 아이콘화하여 보여주는 경우도 생겨 운전자 입장에서는 주변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매우 다양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때로 혼란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사이드 미러 확인이 익숙한 운전자는 클러스터나 디지털 미러에서 표출되는 정보에 대한 불신이나 불안감을 느껴 여전히 사이드 미러를 선호할 수도 있고, 반면에 어떤 운전자는 터치스크린이나 클러스터에 표출되는 차량 아이콘으로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주행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이는 옳은 방법은 아니죠. 테슬라가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FSD가 바라본 주변 환경을 다양하게 표현해주는 것은 인간과 기계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내가 바라보는 주변 환경을 시스템이 그대로 디스플레이해준다면 오토파일럿/FSD가 정말 잘 작동하고 있다는 안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이것이 아직 100% 정확할 수는 없겠죠. 테슬라도 이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오너스메뉴얼을 통해 터치 스크린에서 제공되는 차량 아이콘은 참고용이기 때문에 절대 여기에 의존하여 판단하지 말고 사이드 미러를 통해 숄더 체크를 하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FSD 베타 v9가 출시된 이 시점에서도 주행 및 주변 감시의 의무는 운전자에게 있기 때문에 주행 환경에 대한 인풋이 너무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되는 것은 안전한 주행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도 테슬라를 몇번 시승해 보았을 때, 실제로 전방 주시를 해야할 상황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터치 스크린에 보여지는 아이콘들을 일일이 보고있을 수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됩니다. 

테슬라 FSD 베타 v9에서 개선된 성능을 보면 확실히 머신러닝 기반의 결과물이 경외스럽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운전자의 의무가 남아있는 과도기적 단계이기 때문에 FSD와 관련된 다양한 Visualization이 인간-기계의 신뢰보다 안전한 운전을 방해할 수 있는 요소는 없는지 테슬라측에서는 고민해 보았으면 합니다. 단순히 오너스 메뉴얼을 통해 (아무도 보지 않는) 경고문구를 남기는 것 말고 말입니다.

 

Cabin Camera 개선

또 다른 업데이트는 실내 카메라 기능 추가입니다. 오토파일럿 사용 때부터 줄기차게 사용자들의 misuse 이슈가 불거져 많은 비판을 받았던 테슬라입니다. 단지 스티어링휠 감지 등을 떠나 조금 더 적극적으로 운전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실제 다른 제조사의 경우 카메라 등을 통해 운전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여 주행보조 기능의 올바른 사용을 유도하려는 추세가 있는 가운데 이번에 테슬라 역시 S/W 업데이트를 통해서 실내 카메라가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게 되었습니다.

유튜버인 "Tesla Raj"는 자신이 스티어링휠을 잡고 있지만 앞을 보지 않고 있을 때, 얼마 후에 경고음이 울리나 테스트를 해봤습니다(영상). 실제로 약 6초 후에 경고음이 울렸습니다. Raj는 만약 앞만 제대로 보고 있다면 스티어링휠을 잡지 않아도 경고음이 울리지 않는지 역시 테스트해봤는데, 비록 계속 전방을 주시하고 있더라도 기존의 Hands-off 경고는 원래대로 울리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 역시 이 경고음이 평소에 거슬렸는지 Nag(잔소리, 짜증나는 소리)라고 표현을 합니다. 평소 테슬라의 과감성(?)이라면 카메라를 활용한 운전자 모니터링 기능만 남기고 기존에 있었던 Hands-off 경고는 없애거나 경고음 송출 주기를 길게 가져갔을법도 한데 그러지 않았나 봅니다.

저는 다른 유튜버의 영상보다, 바로 위에 링크해드린 Tesla Raj의 영상과 또 다른 유튜버인 "AI Addict"의 영상을 추천합니다. AI Addict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주행한 영상을 업로드했는데,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FSD 베타 v9의 반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잘 되는 것도 많고 잘 안되고 위험한 상황도 있어, 가장 현실적인 시승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모델 Y를 잠시 시승할 때도 느꼈지만, 테슬라 오토파일럿/FSD의 경우는 운전자가 수동으로 조향을 할 때 Corrective/Resistive 액션이 조금 과하다 싶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AI Addict의 영상에서도 그런 장면들이 자주 보이는데, 마치 일론 머스크가 최근 모델 S Plaid Delivery 행사 때 "인간의 모든 인풋을 에러다."라고 말한것 처럼, 인간보다 AI 시스템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는 개발 철학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끝으로, 베타 버전을 출시하는 것까지는 좋다고 하더라도, 실제 EAP든 기타 사용자든 정확히 FSD 베타 v9의 기능이 무엇이고 어떤 시나리오의 대응이 가능하며 한계는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주는 채널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Release note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도로는 테슬라 유저들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사람들이 공유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것이 안전한 교통 환경을 만들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FSD가 단지 Fun & Surprise에 머물러서는 안되겠습니다.

이제 막 Release된 v9이기 때문에, 일단 이 정도로만 정리하고 향후에 또 특이한 내용이 있을 때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