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OEM/테슬라

[시승기] 테슬라 모델 Y 퍼포먼스 시승기

21c형Pilot 2021. 5. 30. 21:32

지난 금요일부터 2박 3일동안 테슬라 모델 Y 퍼포먼스 차량을 시승할 기회가 생겨 약 500km 정도를 주행해 보았다. 실제로 테슬라 모델은 조수석에 타본 경험 밖에는 없었기 때문에 운전자 입장에서 테슬라라는 브랜드가 주는 경험은 무엇일지 기대를 했다. 아쉽게도 전기차를 실제 운전해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다른 모델과의 비교는 할 수 없었고 모델 Y가 내게 준 경험 위주로 기술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미 테슬라에 대한 시승기는 다양한 매체에서 많이 다뤘기 때문에 어디서나 보고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은 굳이 작성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동차 전문가들의 시승기를 보면 우선 마력, 출력 등 기타 제원에 대한 수치를 먼저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 차의 엔진은 몇 마력이고 토크가 어느 정도인지, 제로백은 얼마나 짧은지 등을 강조하곤 한다. 마치 자동차의 근본적인 가치는 "빠르고 힘있게 잘달리는 거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며 자동차가 사람들에게 가져다 주는 가치가 굉장히 다양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이 가치는 유효해 보인다. 모터의 응답성을 기반으로한 전기차의 주행 성능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더 빠르고 세다'라는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력, 토크, 전비, 모터 출력 등 다양한 지표에 대한 숫자들이 수많은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직관적으로 다가오는지는 미지수다. 이 지표는 분명 중요한 데이터이지만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데이터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모르긴 몰라도 국내외 대부분의 자동차 판매 지점 또는 딜러를 방문하면 이런 데이터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을까 싶다. 테슬라는 마켓팅을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고 대부분의 정보가 팬페이지 등 온라인 상에서 사용자들끼리 공유되며 전달되는 형태이다보니 실제 사용해본 사람들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관점에서 매력 포인트가 발굴되기 쉽다. 처음에는 이러한 구조가 모험이었을테지만 이제는 테슬라의 큰 무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왜 사람들을 열광시키나?라는 기대와 함께 나도 설레는 마음으로 시승을 시작했다.

 

#첫인상

비록 처음 운전을 해보는 것이지만 테슬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 예전부터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을 해본터라 첫대면이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그저, "드디어 만났네요 우리." 같은 느낌이었다.

복잡한 계기판의 기존 차량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이 사진 한장이 주는 여백은 굉장히 클 수 있다. 그런데 2박 3일 동안 약 500km를 주행하며 터치 스크린을 조작한 것들이 에어컨, 주행모드, 라디오, 목적지 입력 정도였던 것을 보면 우리가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기능을 위한 버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디자인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느낌마저 들게한다.

테슬라는 거의 대부분의 조작 기능을 터치 스크린에 넣었다. 그런데 스크린 하단에 공조, 와이퍼 등의 안전관련 기능들은 별도 뎁스(depth) 없이 바로 조작할 수 있게 했다. 날씨에 따라 윈드실드에 습기가 찼을 경우 전방 시야를 방해하기 때문에 공조 기능은 '안전 기능'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와이퍼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작동을 시켜야 시야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 기능으로 분류되어 언제든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해 독일에서 테슬라 유저가 와이퍼 작동을 시키려다 앞을 보지 못하고 사고를 낸적이 있다. 당시만해도 와이퍼 작동은 터치스크린을 여러번 눌러 하위메뉴로 들어가야 작동시킬 수 있었다. 운전자가 그 버튼들을 쳐다보느라 앞을 보지 못했고 차량이 가로수를 들이 받았다. 테슬라는 이후 S/W 업데이트를 통해 와이퍼 작동 기능은 스크린 첫 화면에서 바로 작동할 수 있도록 수정한 것이다.

 

# 회생제동

모델 Y에 대해 최근 회생제동 관련 이슈가 뜨거웠던 것으로 알고 있어 주행 시작하자마자 가장 먼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주행모드는 컴포트로 하고 정지모드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이랑 가장 비슷하다는 크립 모드로 두고 주행을 시작했다. 저속에서든 고속에서든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가 떼었을 때 바로 발생하는 회생제동은 정말 이질감이 느껴졌다. 마치 뒤에서 차를 잡아 당기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한 제동이 걸렸다. 이것은 내연기관 차량에 익숙한 사람들의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내연기관 차량은 회생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타성주행을 위해 가속 페달에서 발을 급격히 떼어도 제동력이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전기차는 가속 페달을 밟는 에너지량을 줄이면 회생제동을 바로 시작하기 때문에 발을 급격히 뗄 경우 회생제동 역시 급격히 발생하여 이질감을 느끼고 반복되면 멀미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주행 상황을 감안하며 가속 페달을 부드럽게 떼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것에 익숙해지면 회생제동을 활용한 원페달 드라이빙은 정말 큰 운전의 재미를 준다. 앞으로 전기차가 점점 많아지고 비율이 커지게 되면 사람들의 주행 습관도 같이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번 시승 동안 나에게 가장 편안함을 주었던 주행모드 조합은 스포츠모드와 홀드 모드였다. 스포츠 모드는 정말 굉장한 가속력과 토크를 느끼게 하고 홀드 모드는 가속 페달을 떼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차가 정지할 때까지 감속을 한다. 이 둘을 잘 활용하면 고속도로에서는 오토파일럿을 활용한 안정감 있는 주행과, 빠른 가속력을 활용한 펀드라이빙, 그리고 교통량이 많은 시내에서도 브레이크를 거의 밟을 필요 없는 운전이 가능하게 된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밟기 위해 수시로 발을 왔다갔다 하는 것 보다, 가속 페달에만 발을 얹고 밟았다 뗐다만 반복하는 것이 훨씬 피로감이 덜 들게된다. 실제로 시승을 모두 마치고 내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약 1시간 동안 가장 불편했던 것이 회생제동을 못쓴다는 것이었다. 온전히 내 오른 다리에 피로감으로 전달되었다.

스포츠모드와 홀드모드의 조합이 약간 위험할 수 있는 시나리오도 경험했다. 아울렛에서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 나선형 통로를 올라가게 되었는데 홀드 모드로 해두어서 크립이 되지 않아 가속 페달을 밟아야 했다. 그런데 스포츠모드 반응력이 너무 좋아서 이때 자칫 힘조절을 잘못하며 벽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어 보였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주행 메커니즘에만 적응된 사람들은 이런 특이한 유즈케이스들에 있어서는 분명 유의해야 한다.

어쨌든 비록 회생제동 정도를 선택할 수 없는 모델 Y이지만 정지모드와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불편함을 줄일 수 있고, 나아가 조금 적응이 되면 정말 편하하고 재미있는 주행이 가능해진다는 확신을 이번 시승을 통해 가지게 되었다. 적응이 필요한 부분이고 적응되었을 때 경험할 수 있는 가치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모델 Y의 회생제동 문제는 단기간의 시승과 경험, 다른 사람들의 시승 경험을 통해 섣불리 판단할 문제는 절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오토파일럿과 FSD(1)

두 말할 필요 없이 이번 시승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오토파일럿과 FSD는 실제로 나에게 어떤 경험을 줄 것인지 잔뜩 기대를 했다. 오토파일럿의 작동은 스티어링휠에 장착된 우측 칼럼을 두번 연속 내려주면 시작된다. 굉장히 쉽고 직관적인 작동이다. 테슬라가 정말 대부분의 조작 기능을 터치 스크린에 넣었지만 오토파일럿은 칼럼을 통해 조작하도록 했다는 것은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이 '가장 직관적으로 작동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간주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버튼을 누르기 위해 고개를 숙이거나 돌릴 필요 없이 스티어링휠을 잡고 있다가 언제든지 쉽고 빠르게 켤 수 있는 그런 기능 즉, 테슬라 경험의 핵심이다.

내가 시승한 차량은 FSD가 장착되어 있어 Navigate On Autopilot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목적지를 찍고 주행하면 오토파일럿이 (운전자 인풋이 있으면) 자동으로 차로 변경도 해준다. 국내에서는 Navigate On Autopilot을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명칭은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테슬라 경험의 핵심은 '오토파일럿'이다. 관련 기능의 무게중심이 모두 오토파일럿에 있어야 한다. NOA도 굳이 풀어쓰면 '오토파일럿으로 주행/항해하기"인데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이라는 용어는 내비게이션 쪽에 중심이 옮겨진 느낌이다. 나도 딱히 좋은 용어가 떠오르지는 않지만 고민해볼만한 이슈인 것 같다.

위 사진은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이 켜져 작동하고 있는 상태이다. UI가 익숙하지 않아서 나는 저 파란색 버튼을 눌러야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을 켤 수 있는 것인줄 알았다. 보통 우리가 웹사이트에서 버튼을 클릭할 때 어두운색으로 음영처리가 되어 있으면 비활성화된 메뉴, 밝은색으로 처리되어 있으면 누를 수 있는 메뉴로 인식하곤 하는데 처음 사용할 때는 직관적이지가 못했다.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게 되는 기능은 차로 변경 기능이다. 아래 영상에서 보듯이 변경을 원하는 방향으로 방향 지시등을 켜면 시스템이 주변 교통 흐름을 확인하고 자동으로 차로를 변경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dxzVqwu37NM&feature=youtu.be 

그리고 도로교통법규를 준수하기 위해서 이 기능은 실선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한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실선에서 차로 변경 기능을 켜고 가다가 점선 차로가 나타나면 그때 바로 차로 변경을 할 수 있다는 점인데 운전자 입장에서는 편한 기능일 수도 있는데 차로 변경을 하지도 않을 예정인데(실선 구간이니까) 계속 방향 지시등을 켜고 달리게 되기 때문에 주변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래 영상도 실선 구간에서 방향 지시등을 켤 경우 차로 변경은 하지 않고 진행하다가 점선 구간이 나오고 나서야 차로 변경을 했는데 그때까지 계속 점등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인접 차로 후방 주행 차량에게는 방해가 되었을 수도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5tjRZXVQcQ 

 

사실 여러 주행보조 기능 중에서 자동 차로 변경 기능이 가장 불필요한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여전히 운전자에게 주행 의무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차로 변경을 시스템이 하더라도 주변을 살펴볼 의무가 있고, 또 불안해서라도 그렇게 하게 되기 때문에 그럴바에 내가 스티어링휠을 조작해 차로 변경하는 것이랑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생각은 2박3일간 시승을 하며 약간 바뀌게 되었는데 크게 두 가지 느낀바가 있다.

첫째, 생각보다 정말 자연스럽게 차로 변경을 한다. 마치 사람이하는 것과 같다. 자주쓰니 또 굉장히 편하기도 하다.

둘째,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으로 주행 중 차로 변경을 하고 싶을 때, 자동 차로 변경 기능을 사용해야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 기능이 꺼지지 않는다. 예를들어,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 기능을 켜고 가다가 앞 차가 너무 느려서 차로를 변경해서 주행하고 싶을 때, 내가 스티어링휠을 꺾어 옆 차로로 이동하면 오토파일럿은 해제가 된다. 나의 조향 인풋을 '오토파일럿을 사용하지 않겠다.'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사용하고 싶으면 내가 다시 켜야 한다. 그런데 만약 내가 스티어링휠을 조작하지 않고 자동 차로 변경 기능을 활용해 주행 차로를 변경한다면, 변경 완료 후에도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은 계속 유지가 된다. 따라서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을 계속 내가 작동시켜야하는 불편함을 없애려면 차로 변경은 자동 차로 변경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이지만, 테슬라가 사용자들이 자동 차로 변경을 더 많이 사용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차로 변경은 현재 주행보조 기능을 넘어 자율주행까지 간다면 시스템이 가장 자주, 흔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수행해야하는 주행 과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차로 변경 시나리오는 정말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테슬라는 수많은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운전자들이 자동 차로 변경 기능을 얼마나 많이 수행하여 얼만큼의 데이터를 얻는지는 자율주행의 차로 변경 기능 개발과 관련성이 깊다고 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간에, 운전자 입장에서 오토파일럿 주행 중에 스티어링휠을 사용했다고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이나 오토스티어를 해제시키는 것은 다소 아쉬운 UX인 것 같다. 나는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을 계속 쓰고 싶지만 차로 변경은 직접 하고 싶은 시나리오도 충분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토파일럿과 FSD(2)

오토파일럿은 주행보조 기능이기 때문에 운전자가 계속 스티어링휠을 잡고 있도록 요구된다. 만약 일정 시간동안 전혀 잡고 있지 않을 경우 1차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띄워준다. 하지만 터치 스크린에 나타난 경고 문구는 그 목적에 정확히 부합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은 들었다. 일부러 경고 메시지를 경험하기 위해 스티어링휠을 잡지 않고 주행했더니 "스티어링 휠을 가볍게 움직여 보십시오."라는 메시지가 떴다. 엄밀히 말하면 "스티어링휠을 잡으십시오."라고 표현해야 경고 문구가 된다. "잡아 보라"는 메시지는 적절한 워딩이 아닐뿐더러 운전자의 이해도에 따라서는 "왜?"라는 2차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어 경고의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모델 Y의 미국 오너스매뉴얼을 확인해 보니 스티어링휠을 일정 시간 잡지 않으면 "Apply light force to steering wheel"이라는 경고를 띄우는 것으로 되어 있다. 분명히 명령조의 경고 문구인데 아마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뉘앙스가 "보십시오."라는 권유조로 바뀐 것 같다. 정확히 어떤 배경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테슬라가 이 메시지를 '경고용'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문구는 수정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오토파일럿과 FSD(3)

주행보조 기능은 말그대로 운전자를 돕는 기능이다. 따라서 운전자가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 관점에서 개선이 되었으면 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 운전자 인풋에 대한 시스템의 저항 정도는 조금 더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을 켜고 주행을 하고 있을 때 운전자가 직접 스티어링휠을 회전시켜 차로 변경을 하려고 하면 1차적으로 오토파일럿은 그 반대방향으로 큰 저항력을 준다. 아마 기본적으로 Autosteer가 차로 유지 기능이기 때문에 이 인풋 자체가 Autosteer의 목적에 위배되는 행동이라고 정의한 것 같다. 하지만 차로 유지 기능은 운전자의 인풋이 없을 때 시스템이 스스로 차로 중앙을 잘 유지하며 주행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지(운전자 인풋이 없다고 계속 차량이 정확히 직진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운전자가 스스로 인풋을 넣었는데도 거기에 굳이 반대 방향 저항력을 세게 표출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실제로 작년에 탯참 리서치와 유로 NCAP이 공동 실시한 주요 제조사 주행보조 기능 평가에서 테슬라가 낮은 점수를 받았던 영역이 이 부분이다.

https://www.euroncap.com/en/ratings-rewards/assisted-driving-gradings/?ratingId=41020 

 

Assisted Driving Gradings | Euro NCAP

On this page you will find the 2020 gradings of cars tested by Euro NCAP on assisted driving technologies

www.euroncap.com:443

당시 모델 3의 평가 결과를 살펴보며 SAFETY BACKUP 부분에서는 무려 95% 포인트를 얻어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평가 결과를 받았는데 ASISTANCE COMPETENCE에서는 36% 포인트를 얻는데 그쳐 전체 순위에서 많이 밀려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ASISTANCE COMPETENCE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원인이 운전자와 협동 주행을 잘 못한다는 이유였다. (The system limits co-operative driving) 주행보조 기능은 운전자와 오토파일럿이 서로의 역할을 양분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 주도의 Seamless한 Safety Driving을 시스템이 지원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이 둘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주행 중 한쪽 차선에 다소 치우친 상태에서 주행하다 오토파일럿을 켰을 때, 시스템은 Lane Centering을 하기 위해 스티어링휠을 순간적으로 빠르게 회전시킨다. 이는 차량이 차선 한쪽 가까이 치우쳐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운전자에게는 자칫 시스템이 잘못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순간적으로 운전자를 놀라게 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부분이라면 오토파일럿 작동 시작 후 Lane Centering은 조금 더 부드럽게 진행되면 더 좋을 것 같다.

 

#오토파일럿과 FSD(총평)

앞 부분에서는 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언급했지만 전체적으로 오토파일럿의 성능은 놀라운 수준이다. 차로 유지, 앞차와 간격 유지, 차로 변경 등 다양한 주행 과제를 마치 숙련된 인간 운전자가 하듯이 해낸다.

https://www.youtube.com/watch?v=yfPJmkTrd9c 

위 영상처럼 곡선 주행까지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양한 주행 보조 기능을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이것보다 더 성능이 좋은 경쟁 시스템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전후방 시야

모델 Y에 앉자마자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시야였다. 대형 SUV에 탑승한 것과 같이 탁트인 시야는 너무나 안정감을 주었다. 반대로,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의 특성상 후방 시야는 굉장히 제한된다. 실질적으로 리어 윈드실드 글라스를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게다가 사이드 미러 역시 화각이 좁아 불편하다. 보통 후방에서 달려오는 차는 사이드 미러와 리어 윈드실드를 통해 확인하게 되는데 이 차는 화각이 좁은 사이드 미러에 거의 의존해야 한다. 같이 동승한 테슬라 모델 3를 소유주의 말을 들어보니 우리나라 고객들도 이 부분에 대한 불만이 많아 사이드 미러는 많이 교체를 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전방 시야에서 한가지 더 특이한 점이 있었다. 프런트 오버행 같이 차량 전면부가 굉장히 짧기 때문에 정상적인 시트 포지션에 앉았을 때 차량 끝단히 전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캡오버 타입 트럭 운전석에 앉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따라서 운전이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앞차량과의 간격 유지에 신경쓰지 않으면 자칫 충돌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도 있어 보인다. 아래 사진은 핸드폰 카메라를 꽤 위쪽까지 올려 촬영한 것인데도 차량 본넷이 잘 보이지 않는다. 

 

#디테일의 최강자

사진 속 디스플레이에 있는 빨간색 차량 이미지는 주행하는 내내 보여지게 된다. 그런데 내가 주행 중 방향지시등을 켜면 그림에서도 같이 켜지고, 회생제동을 포함해 차량이 제동을 하게 되면 제동등까지도 같이 보여주어 실제 차량과 저 이미지가 완벽히 연동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사실 디스플레이에 너무 많은 정보를 주고 또 그 정보의 변동이 잦아 운전자의 불필요한 이목을 끌게 된다면 주의분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주행 중에 운전자가 전방을 보고 있다면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작은 크기여서 소위 TMI일 수 있는 디테일들이 주위분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했다. 손톱 크기보다 작은 정도의 오토파일럿 텔테일(telltale)은 스티어링휠 모양으로 생겼는데 실제로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을 돌리면 이 텔테일 역시 회전하는 디테일도 보여준다. 굳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내기 힘든 디테일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인상적이었고 고객들은 여기에 열광하고 있다.

방향 지시등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테슬라는 FTA 규정으로 인해 아직까지는 미국 법규만 만족해서 국내에 들여올 수 있고 미국 법규상 방향 지시등은 우리나라와 같이 호박색이 아니다. 아래 사진과 테슬라의 리어램프에서 방향 지시등이 점등되는 부분이 짙은 붉은색 계열이다보니 내 앞에 빨간색 테슬라 차량이 지나가며 방향 지시등을 켜면 눈에 잘 안띄는 경우가 많다. 운전할 때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기타 좋았던 경험

모델 Y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버튼식 도어 오픈 방식은 내 손에 짐이 있을 때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음료수나, 기타 쓰레기 같은 것을 손에 들고 차에서 내려야 할 때 굳이 레버를 당길 필요 없이 버튼을 눌러 팔로 문을 밀고 나가는 유즈 케이스는 굉장히 흔하고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사례가 될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ygp5myK02zU 

 

#마무리

2박3일 동안 와이프가 나에게 너무 신나 보인다는 말을 했다. 웬종일 운전만 했는데 평소 같았으면 피곤해 쓰러졌을텐데 쌩쌩한 모습을 보니 그게 신기했나보다. 모델 Y는 즐거운 차다. 차에 타면 넓은 전면 시야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오토파일럿과 FSD를 사용하면 나의 부담을 잠시 덜어주고, 대형 화면에는 다양한 UX들이 눈을 즐겁게 하고, 달리고 싶을 땐 주행 보조 기능은 꺼버리고 엄청난 가속력으로 펀 드라이빙을 가능하게 해준다. 다른 차도 이런 기능을 보여 주는 모델들은 있지만 그 각각의 기능들이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차는 많지 않다.

시승 기간동안 친한 지인과 밀착 모니터링을 하다가 오늘은 그의 4살짜리 딸 아이와 함께 드라이빙을 했다. 테슬라를 좋아하는 아빠를 닮아 아빠 차가 모델 3인데도 테슬라에서 제일 좋은차는 모델 X라고 말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과연 현재 자동차가 주는 경험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시대를 보고자란 세대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경험하게 되는 차의 가치는 무엇일지에 대한 기대가 된다. 트렁크는 전통적으로 짐을 싣는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앉아 기념 사진을 찍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공간이 되어버린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