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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 도요타의 전동화 전략과 전기차 수용성

21c형Pilot 2021. 3. 28. 13:12

Disclaimer

이 글은 최근 도요타 북미법인 CEO인 테드 오가와가 오토뉴스와의 팟캐스트에서 출연해 언급한 내용중 일부인 도요타의 전동화 전략을 듣고 작성한 것으로 아래 내용을 통해 특정 기업, 정부 등의 전동화 전략을 Endorsement하지 않으며, 몇 가지 생각해볼 부분에 대한 의문을 던짐으로써 논리적 강건화를 도모하는 목적을 지닙니다.

 

도요타 북미법인 CEO인 테드 오가와는 지난 2020년 3월 새로 부임하여 이제 1주년을 맞이했습니. 그런데 그가 지난 1년간 경험한 일을 돌이켜보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락다운, 재택근무, 공장 셧다운, 이후 재가동 가속화에서 반도체 수급 부족 문제까지 1년에 한번 겪을만한 일들을 모두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팟캐스트는 그 전반에 걸쳐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는 내용이었고 이 글을 그중에서도 전동화 전략에 대해 간단히 언급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Q) 도요타가 내년에는 2개의 전기차를 출시하기로 발표했다. 왜 지금이 미국에 적절한 시기인가?

A) 어려운 질문이다. 첫째는 정부다. 미국 정부는 환경 법규를 강화하고 있고 친환경적인 제품의 판매를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는 고객이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고객이 Right Product를 선택할 수 있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우리는 다양한 PT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Q) 미국 소비자의 전기차 수용성에 대한 도요타의 생각은?

A) 미국 소비자들은 준비가 되어있다. 하지만 주(state), 지역 등에 따라 다르다. 캘리포이나는 휘발유 가격이 비싸고 전기차 인프라가 잘 되어 있다. 관련 환경 법규도 잘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가솔린이 아직 매우 저렴하고 전기차 인프라도 많이 부족하다. 따라서 주(state), 지역에 따라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Q) 다른 경쟁사들은 100% 전기차 전략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도요타도 그렇게 될 것인가?

A) 물론이다. 미국에서뿐 아니라 전 지역에서 그렇게 해야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렇게 해야하는지는 의문이다.

 

위 질문에서 나온것 처럼 경쟁사가 100% 전기차를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는 시점에 도요타만이 노골적으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배터리 전기차 그리고 수소연료전지차까지 모두 활용한 단계적 100% 전기차 전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도요타가 이러한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근거는 크게 세가지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 다른 경쟁사들 보다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비교 우위를 지녔습니다. 북미 시장에서 도요타는 '20년 기준으로 하이브리드 모델 총 9개(아발론, 캠리, 코롤라, 하이랜더, 시에나, 벤자, 프리우스, RAV4)과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 총 2개(프리우스, RAV4)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다른 경쟁사들은 상대적으로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기 때문에, 전기차 100% 시대라는 궁극적인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에서 하이브리드를 활용하겠다는 언급조차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둘째, 도요타는 다른 경쟁사 대비 오랜시간 하이브리드 모델을 많이 판매해왔기 때문에 환경 규제 대응에도 유리합니다. 테슬라가 전기차만 판매함으로서 자연스레 대량으로 얻게 되는 각종 환경 법규 대응 크레딧으로 많은 수입을 얻고 있다는 것은 이제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규제가 강화될수록 법규 대응 크레딧을 얻기가 어려워지고 그럴 경우 제조사들은 차를 팔지 못하거나 벌금을 내야하는 등의 압박이 가해지게 되어 전기차의 시장 투입 시기를 앞당겨야 하는  것인데 도요타는 여기에 있어 다른 제조사들에 비해 조금 더 여유가 있다는 뜻입니다.

셋째, 소비자 수용성 및 규제의 한계를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요 도시별 전기차 신규 등록 현황(2019), 출처 : IHS Markit>

위 지도는 미국에서 2019년에 신규로 등록된 전기차 비율을 주요 도시별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서부 해안 지역과 동부 해안 지역의 전기차 등록 비율이 나머지 내륙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입니다. 특히, 서부에는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주 그리고 동부에는 뉴욕, 뉴저지, 메사추세츠, 펜실베니아주 등에서 유독 높은 비율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환경 규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캘리포니아는 ZEV라는 환경 규제를 독자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규제는 캘리포니아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제조사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ZEV 크레딧을 발생시켜야한다는 내용이며, 각 제조사는 이를 대응하기 위해서 판매해야하는 ZEV(BEV, FCEV 등)의 최소 대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제조사들은 캘리포니아에 전기차 판매량을 집중시킬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 ZEV 법규를 가져다 쓰는 주도 있다는 것입니다. 법규를 만들 때에 많은 연구와 그에 따른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주가 스스로 강건한 환경 법규를 만들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따라서 캘리포니아의 환경 법규는 다른 주에서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Federal Clean Airt Act의 Section 177 규정에 명시된 캘리포니아 규정을 가져다 쓴다고 하여 이들 주를 '캘리포니아 177 States'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California 177 state>

위 테이블에는 캘리포니아와 그 법규를 따르는 다른 주(177 state)가 명시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주들이 앞선 지도에 뚜렷하게 표시되었던 서부 및 동부 해안에 위치한 지역입니다.

차량 판매 비율 관점에서 보면 캘리포니아와 177 state에서 미국 전체 승용차량(내연기관 포함) 판매 대비 비율은 약 36% 정도입니다. 캘리포니아를 제외하면 24.2%로 떨어집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승용차의  약 64%는 캘리포니아와 177 state 외 지역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 지역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고, 진정한 탄소 중립 및 전동화를 위해서는 이 64%에 해당하는 지역에서의 성과가 중요한데 과연 이곳이 소비자 수용성, 규제, 인프라 차원에서 빠른 전동화를 위한 준비가 되어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합니다.

VW 디젤 스캔들을 밝혀낸 곳으로도 유명한 비영리 기관 ICCT(International Council on Clean Transportation)에서 작성한 ZEV 법규 관련 보고서(링크)에는 캘리포니아 ZEV 법규를 대응하기 위해 실제로 신차 판매량 중 다양한 전동화 파워트레인 비율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에 분석이 나와 있습니다.

<ICCT 보고서>

신차 기준으로 하이브리드의 판매량은 2020년대 초반에 최고치를 보인뒤 하락세를 예상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판매량은 2030년에 절정을 이룰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물론,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의 판매량은 2020년대 초반을 기전으로 선형적으로 계속 증가하지만 앞으로 약 10년 뒤에도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의 비율은 여전히 40%가 유지되야한다는 예상입니다. 이 분석의 근거를 찾지는 못했습니다만 만약 그것이 소비자 수용성, 인프라 그리고 규제 문제까지 모두를 고려한 결과라면 과연 지금 도요타의 주장을 가볍게 들을 수 있을까요?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기대와 현실이 많은 과장이 되어있다라는 비판이 있는 가운데, 전기차 역시 궁극적인 탄소 제로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비록 그 전략이 도전적일지라도 정확한 현실인식과 문제제기는 반드시 뒤따라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