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OEM/테슬라

테슬라의 딜레마, 그리고 트롤리의 딜레마

21c형Pilot 2021. 3. 19. 23:43

https://www.usnews.com/news/top-news/articles/2021-03-18/us-safety-agency-reviewing-23-tesla-crashes-three-from-recent-weeks



NHTSA가 공식적으로 조사한 테슬라 관련 사고는 총 27건이고 이 중 4건이 종결되었으며 나머지 23건이 아직 진행중이라고 한다. 양측(NHTSA, 테슬라)이 지금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이 좀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NHTSA의 딜레마
- NHTSA는 규제 당국이다. 규정에 의해 일을 처리한다. 하지만 현재 회자되고 있는 테슬라의 이슈(오토파일럿과 FSD와 관련된 Misuse 등)들은 엄밀히 말하면 NHTSA만의 소관은 아니나 어쨌든 NHTSA는 미국 도로교통 안전의 총책임 기관으로서 역할이 기대되고, 시민단체 및 의회를 통해 테슬라 이슈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엄청난 질타를 받아왔다. 트럼프 정권 내내 NHTSA 청장이 공석이었다는 것을 미뤄보면 그동안 NHTSA는 이빨 빠진 호랑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에 들어서 조금씩 이야기가 달라지고 있는듯 하다. 그동안의 질타가 질타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NHTSA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말했듯이 NHTSA는 규정에 의해 일을 처리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2. 테슬라의 딜레마
- 나도 테슬라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팬이지만, 테슬라의 찐팬들이나 소유주들은 왜 테슬라만 가지고 문제를 삼는지 억울해할 수 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FSD는 다른 제조사들의 보조 기능보다 뛰어난데 말이다. 예전에 컨슈머 레포트에서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벌써 한 3년 전인데, "앞으로 컨슈머 레포트는 운전자 보조 기능도 평가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제조사가 autonomous, self-driving 이라는 용어를 쓴다면, 정말 그런 기능이 있는지를 평가할 것이다." 규제 당국도 마찬가지다. 테슬라가 autopilot, full self driving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고 그에 대한 misuse 사고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규제 당국과 관련 시민단체들은 테슬라에 더 주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autopilot, FSD는 테슬라를 잘 표현해주는 고유명사처럼 되어 버렸다.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테슬라가 이제와서 이 네이밍을 버릴 수도 없을 것이다. 테슬라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의 성능을 극대화 시켜 정말 full self driving을 하는 것인데 통상적으로 full self driving이라 인지되는 수준의 주행이 과연 언제 달성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참고로 full self driving의 업계 공식 정의는 없다.


3. 트롤리의 딜레마
- 지난 주 연이은 테슬라 차량의 교통 사고와 NHTSA의 집중 조사 소식이 이어진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테슬라의 2020년 4/4분기 Safety Report가 발표되었다.

"오토파일럿 개입 시, 345만 마일당 한 번의 accident, 오토파일럿 없이 다른 ADAS 기능이 작동했을 때는 205만 마일당 한 번의 accident. 이 둘 모두 없을 떄는 127만 마일당 한 번의 accident가 발생. 비교 대상을 NHTSA의 최근 데이터에 의하면 미국에서 자동차 crash는 48.4만 마일당 한 번 발생."

전부터 얘기했지만 accident와 crash가 무엇이 다르냐에 따라서 이 비교 결과의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 테슬라는 accident를 기준으로 하고 NHTSA는 crash를 기준으로한 통계를 발표한다. 테슬라의 이 통계는 계속적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트롤리의 딜레마는 주로 자율주행 자동차의 이야기로 회자되지만, 사실 지금 그것보다 더 가까이 있는 트롤리 딜레마의 사례는 여기에 있다. (비단 테슬라뿐만 아니라) 주행보조 기능의 효과로 accident 또는 crash가 "대거" 줄어드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 하지만 주행보조 기능의 과대 마켓팅이나 올바르지 않은 사용 사례 전파로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accident나 crash가 "일부" 일어날 수도 있고, 이 때 과연 우리는 "일부"의 disadvantage보다 "대거"의 advantage를 옹호할 수 있는가? 바로 여기에 트롤리의 딜레마가 있다.

아마 여기까지 내가 쓴 글을 무리 없이 이해했다면, 자동차에 관심이 많아 잘 알거나 혹은 업으로 삼고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자동차 산업에서 Safety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우리는 자동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의 안전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금 면허를 딴 초보 운전자가 운전을 해도, 나이가 많은 노인이 운전을 해도 똑같이 안전해야 한다. 그렇게할 수 있는 방법은 올바른 교육(마켓팅, 네이밍 등)도 있고, 모든 제조사가 개발하고 있는 주행보조 시스템의 성능 강화를 통한 것도 있다. 그런 면에서 현재 테슬라의 이슈는 분명 트롤리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나는 영어 네이티브가 아니어서, 그리고 자동차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autopilot와 FSD가 It is not what it looks like라는 것을 알고 주의할 수 있지만, 실제 미국에서 태어나 영어가 네이티브고 자동차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테슬라 죽이기'같이 보이는 규제 당국의 행동과 여러 비난들이 그 명분을 갖게되는 것이다.

NHTSA가 과연 23개의 현재 조사를 모두 마치면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가 굉장히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