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OEM/테슬라

[테슬라] 자율주행 레벨보다 돋보인 그들의 '일하는 방식'

21c형Pilot 2021. 3. 12. 22:13

얼마전 눈에 띄는 기사 제목이 하나 있었습니다. 

"테슬라가 FSD는 자율주행 레벨2 시스템이라고인정했다."

www.autoblog.com/2021/03/09/tesla-full-self-driving-level-2-sae/

 

Tesla admits its Full Self-Driving technology is a Level 2 system

Tesla admitted to California regulators that its Full Self-Driving technology is a Level 2 system, like Autopilot. Some say the name is misleading.

www.autoblog.com

어떤 내용이 쓰여져 있을지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SAE 자율주행 레벨은(자동화 레벨이라고 해야한다는 등의 논란은 많지만 편의상 자율주행 레벨로 부르겠다.) 법규 만족이나 인증의 대상이 아니라, 제조사가 선언하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현존하는 양산차 중 가장 높은 수준은 최근 레벨3를 유일하게 발표한 혼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제조사가 레벨 2에 해당하는 주행보조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우리 회사 시스템은 레벨2에요.'라고 선언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내용이 궁금하여 기사를 읽어보니 테슬라 대관 담당자와 캘리포니아 DMV의 담당자간에 오고간 메일 중, 지난해 12월  테슬라 측이 "FSD 도심 주행 기능은 레벨 2 시스템이다."라고 언급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고 그것이 이번에 기사화 된 것입니다.

오토파일럿과 FSD를 동일 선상에서 봤을 때 둘다 네이밍에 관련된 이슈가 있지만 SAE J3016 자율주행 레벨 기준에 의하면 레벨2에 해당한다는 것은 전부터 알려진 개념입니다. 굳이 테슬라가 스스로 오토파일럿과 FSD가 자율주행 레벨2라고 광고하고 다닐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 뿐이죠. 위에서 말했듯이 모두가 레벨2였으니까요. 그리고 사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은 레벨2라고 이미 공식적으로 밝혀오긴 했습니다. 역시 캘리포니아 DMV와의 소통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 DMV로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평가 허가를 취득한 기업은 매년 자율주행 시스템 해제보고서(Disengagement report)를 제출해야 합니다. 테슬라 역시 허가를 취득했기 때문에 그럴 의무가 있었는데요, 테슬라는 실제 자율주행 자동차를 평가하진 않았기 때문에 레포트를 직접 작성하지않고 커버레터에 다음과 같이 작성해 왔습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자동차 평가 취득 기업으로서 관련 법규에 의거하여 자율주행 시스템 해제 보고서를 제출한다. 다만, 우리는 실제로 자율주행 자동차를 평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스템 해제를 기록하지 않아 제출할 데이터는 없다. 현재 양산차에 적용되고 있는 오토파일럿은 SAE 자율주행 레벨2 수준의 운전자 보조 기능으로, 보고서 제출 대상인 '자율주행 자동차'는 아니기 때문에 역시 관련 데이터를 제출할 것은 없다."

자율주행 자동차 평가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를 판매를 할때에도 허가가 필요합니다. 현재까지 판매 허가를 취득한 제조사는 자율주행 배송 로봇 기업인 Nuro가 유일합니다. 2019년 12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Big Holiday OTA 업데이트를 예고했고, 테슬라 소유주들이나 언론은 FSD 출시가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본 캘리포니아 DMV 담당자는, FSD의 명칭이 Full Self Driving이기 때문에 현재 판매된 테슬라 차량이 '자율주행 자동차'에 해당하게 되는 것으로 이해했고, 테슬라는 자율주행 자동차 판매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DMV 측이 문제 제기를 한 것입니다. 이때, 테슬라의 대관 담당자는 '12월 예정된 업데이트는 FSD가 아니라 Visualization 및 일부 편의 기능 업데이트다.'라고 회신하며, DMV의 주장처럼 테슬라는 허가 없이 자율주행 자동차를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판매된 테슬라의 차량이 '자율주행 자동차가 아님'을 새삼 인정한 셈이 되었습니다.

아래는 이번에 공개된 테슬라 대관 담당자(Eric Williams)와 캘리포니아 DMV 직원들간의 메일 중 주요 내용을 재구성해 본 것입니다. FSD가 자율주행 레벨이 어떻게 되는지의 문제보다 더 주목할만한 모습이 있어 이야기해 봅니다.

 

#2019년 12월 20일(DMV → 테슬라)

- 우리가 언론에서 봤는데 일론 머스크가 OTA로 "Holiday S/W 업데이트'를 대규모로 할거라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게 FSD라고 예측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유저들에게 FSD 업데이트 해주는 것인가? 알다시피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를 팔려면 deploy permit을 받아야한다. 그런데 테슬라는 안받았다. 어떻게 된것인지 설명을 해달라.

(회신) 2019년 12월 20일(테슬라 → DMV)

- 이번 업데이트는 우리 FSD 패키지 구매 고객들에게 단순히 비쥬얼 관련된 업데이트를 해주는것이다. 정지선, 정지 간판, 신호등 같은 것을 새롭게 보여주게 될것이다. 우리는 permit 없이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지 않을것이다.

 

#2020년 4월 29일(DMV → 테슬라)

- 최근에 보니까 Traffic Light and Stop Sign Control이라는 오토파일럿 OTA 업데이트가 되었다. 이것이 무슨 기능인지자세히 알고 싶은데 화상 회의를 했으면 좋겠다. 이 기능에 대해 프리젠테이션 한 번 해줄 수 있는가? 언제 괜찮을지 알려주면 DMV측 참석자를 알아보겠다.

(회신)2020년 4월 29일(테슬라 → DMV)

- 물론이다, 얼마든지. 그런데 우리가 슬라이드 자료를 만들어 놓진 않아서 내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일단 지금 보내주는 오너스 메뉴얼을  DMV에서 좀 읽어보고 링크해준 것을 열어 영상을 한 번 봤으면 한다회의는 우리 오토파일럿 엔지니어들이랑 QnA하는걸로 진행하도록 하자. 이번주 금요일 어떤가?

(회신)2020년 4월 30일(DMV → 테슬라)

- 정보를 줘서 고맙다. 금요일에 하자.

 

이후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테슬라 대관 담당자는 캘리포니아 DMV의 요구사항에 성실하게 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회신 날짜가 굉장히 빠르다는 것을 보면 이 대관 담당자에게는

'일처리를 할 수 있는 많은 권한이 주어졌거나'

혹은 '테슬라 내부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는 굉장히 수평적이고 빠르다.'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오토파일럿 엔지니어들과 바로 회의 소집을 할 수 있는 권한, 그리고 거기에 협조하는 엔지니어들, 무엇보다 당국의 프리젠테이션 요구에 '만들어 놓은 자료가 따로 없으니 이미 공개된 오너스메뉴얼과 영상을 보고 회의는 QnA로 진행하자.'라고 제안하며 내부적으로 불필요한 업무 로드를 만들지 않으려하는 모습은 소위 One Team으로 스마트하게 일하는 이미지를 갖게하고, 또 이러한 제안을 쿨하게 받아들이는 당국의 태도 역시 인상적인 부분입니다.

(보통 여기서 최악의 경우는 규제 당국은 굳이 PPT 자료를 만들라고 강요하고, 대관 담당자는 개발하기에도 바쁜 담당자에게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죠.)

 

이 일이 있은지 5개월 뒤. 이제는 오히려 테슬라가 먼저 캘리포니아 DMV에게 연락합니다 .

#2020년 9월 18일(테슬라 → DMV)

- 우리가 이번에 개발한 오토파일럿 기능 업데이트(FSD 베타)에 대해 설명 좀 해주고 싶다. 그리고 Early Access 프로그램 통해서 일부 사람들에게 올해 말에 배포할것이다. 일부 상세 내용은 아직 개발중이긴 한데, 다음 주에 30분만 시간 내주면, 짧게 리뷰해주고 토의해보면 어떨까 싶다. 보안 문제가 있기 때문에 소규모로 진행했으면 좋겠다.

(회신) 2020년 9월 18일(DMV → 테슬라)

- 9/23 3-4pm 어떤가?

(회신) 2020년 9월 18일(테슬라 → DMV)

- 좋다. 그때 하도록 하자.

 

이렇게 한번의 회의는 끝났고 이후 팔로업이 이어집니다. 이번에도 테슬라가 먼저 연락을 합니다.

 

#2020년 10월 26일(테슬라 → DMV)

- 우리 지난번에 다 못한 QnA 이번주에 하려고 하는데 어떤가? 혹시 질문을 미리 생각해 둔것이 있는가?

(회신)2020년 10월 26일(DMV → 테슬라)

- 그래 이번주에 하자. 미구엘이 지금 질문지 작성하고 있으니 곧 보내주겠다.

(회신)2020년 10월 30일(DMV → 테슬라)

- 지난번 회의가 너무 좋았다. 의미있는 토론이었던 것 같다. 내가 얘기했듯이, 곧 출시될 FSD를 시연해보는 기회가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날짜를 곧 잡아보도록 하자.

 

#2020년 11월 4일(DMV → 테슬라)

- FSD 시연에 관한 팔로업이다. 가급적 빨리 했으면 좋겠다. 기술 시연을 가장 빨리할 수 있는 날짜가 언제인지 알려달라.

(회신)2020년 11월 5일(테슬라 → DMV)

-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다. 다음주 목요일 어떤가? 1st AVE Parking circle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회신)2020년 11월 6일(DMV → 테슬라)

- 알려줘서 고맙다. 그때가 좋을 것 같다. 미구엘한테 얘기해서 필요한 것 준비하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고맙다. 시연 기대하겠다.

 

결국 테슬라는 캘리포니아 DMV를 대상을 FSD 베타에 대한 시연을 마쳤고, 캘리포니아 DMV 직원들도 매우 만족해하며 OTA 업데이트에 대한 절차상 문제를 따로 제기하지는 않았습니다. 테슬라가 홍보팀을 없애서 소통할 창구가 없어졌다고 하는데 대관 담당자 한사람이 이런식으로 필요한 일들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 같아서 놀랍습니다.

적절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충분한 권한을 주는 것, ONE TEAM이라는 생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 그리고 내부 동료들의 짐을 최소화시킬 수 있도록 스마트하게 일하는 것. 수차례 오고간 테슬라와 DMV 사이의 메일에서 예상할 수 있었던 테슬라의 또 다른 힘이었습니다. 기술의 개발 속도가 빠른 것도 테슬라의 핵심 경쟁력이지만 '필요한 일을 빠르게 처리하고 불필요한 업무 로드를 최소화'하려는 조직문화 역시 강점으로 보입니다. 

 

 

캘리포니아 DMV는 FSD 베타의 시연 후 공식으로 테슬라와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것으로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마쳤습니다. 질의 응답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FSD가 레벨2라고 언급하는 내용도 아래 질의 응답에 포함된 것입니다.

Q) FSD 베타를 업데이트 받은 소비자들에게 어떤 안내를 했는가? (도심 주행, 기능 한계, 기술의 의도, 한계, 운전자 책임 등)

A) 몇가지 루트를 활용해서 소통했다. Early Access Program설문에 성실히 답해준 운전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OTA 업데이트 예정일을 포함 상세 안내를 했다. 그리고 또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 상세 내용을 설명해 줬다. 나중에 추가적으로 88명을 추가했는데 이 중 25명은 일반인, 63명은 우리 직원이었다.

그래서 총 200명 정도가 업데이트를 받아 사용했고 이 중 54명이 일반이이었다. 그리고 이 업데이트를 받은 사람들은 이메일, 전화 안내 말고도 차량에서 팝업 창으로도 주의 사항 안내를 받았다.

 

Q) 테슬라가 FSD 베타를 릴리즈하며 도심 지역 주행 기능을 제공했는데 이 기술로 테슬라가 구현하려고한 내용, OEDR과 관련된 설명이나 문서를 제공해 달라.

A) 현재 도심 주행 기능은 물론 아직 검증 단계이긴 하지만, 이 기능 자체에 나중에 정식 발매됐을 때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데이터를 받아서 기능을 강건화해 나가고 있다. OEDR 관련해서는 significant enhancement를 기대하진 않는다. 즉, 레벨2 수준이 유지된다.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우리가 완전히 검증을 끝내거나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기 전에는 일반 대중에게 릴리즈하지 않을 것이다.

 

Q) 테슬라가 FSD 도심 지역 주행 기능에 대해 대중과 어떻게 소통했는지  설명하거나 관련 문서를 제공해 달라.

A) FSD는 도심 지역 주행을 포함한 feature suites다. 우리는 웹사이트를 통해 설명을 해주고 있고, 항상 hands on해서 제어를 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미래에 정식 릴리즈가 된다면, 우리는 웹사이트, 오너스메뉴얼 그리고 소비자에게 보내는 이메일, 비디오, 팝업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할 것이다.

 

Q) 테슬라가 FSD 도심 지역 주행 기능의 한계에 대해 대중과 어떻게 소통했는지 설명하거나 관련 문서를 제공해 달라.

A) 다시 말하지만, 정식 릴리즈는 당분간 안될거다. 하지만, 정식으로 릴리즈가 되면 다른 FSD 기능에 대해 현재 소통하고 있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할 것이다. 특히, 영상 자료를 활요하는 것은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도심 지역에서 hands on하고 있지 않을 때는 별도의 경고음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