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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자동차,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레전드' 출시 예정

21c형Pilot 2021. 2. 17. 22:21

지난해 11월, 일본 혼다 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3단계 시스템인 Traffic Jam Pilot을 양산차에 적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혼다 자동차는 지난 11월 11일 공식 브리핑 자료를 배포하고 TJP가 장착된 자사의 플래그쉽 세단 '레전드' 차량에 대해 국토교통성(우리로 치면 국토부) 인증을 완료하였다고 밝혔습니다. 

판매 시점에 대해서는 "本年度内の発売を予定(올해안으로 발매 예정)"라고 보도되어 두 달 밖에 남지 않아 좀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영문 보도자료를 보니 저기서 말하는 '올해'란 회계년도 기준이고 일본은 회계년도에 있어 4~3월제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판매 시점은 내년 3월 경으로 계획되어 있다고 합니다.

기존에도 아우디 등에서 자율주행 3단계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등의 동향은 있었는데(결국 잠정 중단 발표했지만) 인증을 완료하고 판매 개시를 예고한 기업은 혼다가 최초입니다. 보도 자료들을 읽다보니 한 가지 재미난 것이 보이는데 일제히 '혼다가 세계 최초로 인증을 받았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막상 혼다 공식 자료에는 세계 최초라는 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국토 교통성 자료에 다음과 같은 표현이 있었습니다 

"国土交通省は、本田技研工業株式会社から申請のあった車両(通称名:レジェンド)に対し、自動運行装置を備えた車両としては世界初の型式指定を行いました。"
"국토 교통성은 혼다가 신청한 차량(레전드)에 대해, 자율주행장치(레벨3) 탑재 차량에 대한 세계 최초 형식지정(인증)을 실시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혼다의 세계 최초 자율주행 3단계 시스템 개발 완료의 공적이 혼다가 아닌 인증 기관인 국토 교통성으로 넘어간 묘한 느낌이네요.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소개해 드립니다. 

 1) 자율주행 단계 소개

 - 이번 발표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지금까지 어느 제조사도 자율주행 3단계 시스템을 판매한적 없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 3단계 시스템은 특정 조건(즉, 시스템이 작동 가능한 조건 - ODD) 아래서 시스템이 스스로 차량을 주행하며 이 때 인간은 도로 위에서 시선을 떼고 스마트폰을 보거나 주행과 무관한 행위를 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즉, 이 시스템이 작동 중에 인간은 더 이상 운전자(Driver)가 아니라 대기자(Fallback ready user)의 역할을 하게 되고 시스템이 더 이상 자율주행이 어려운 경우 운전자에게 알림을 주어 제어권을 가져가게 하는 시스템입니다.

※ 일본에서는 자율주행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자동운행/자동운전 등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래 설명 내용에서 해당 용어가 등장할 경우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국토 교통성은 혼다의 자율주행 3단계 시스템을 '자동운행 장치'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2) 혼다 자동차의 Traffic Jam Pilot 구성

- 설명에 앞서 이 이름을 들으시고 의아해 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TJP는 아우디가 개발하던 자율주행 3단계 시스템의 명칭이기도 했죠.  혼다도 예전부터 TJP라는 명칭으로 개발을 했던 것으로 확인했는데 서로 상표권 등록은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혼다 자동차가 제공하고 일본 국토 교통성이 배포한 자료에 포함된 그림입니다. 빨간색은 카메라, 파란색은 레이다, 그리고 초록색이 라이다에 해당하고 표시되어 있진 않지만 운전자 모니터링용 카메라도 장착돼 있습니다. 우측 하단 機能冗長化(기능용장화)라고 되어 있는 것은 이중화설계/리던던시의 일본식 표현입니다. 이중화설계 항목으로는 전력계통/스티어링 기능/브레이크 기능 3가지가 나타나 있습니다.  자동운행에 필요한 대응 장비에는 사이버보안/소프트웨어 업데이트/작동상태기록장치/외부표시 스티커가 있습니다. 스티커를 차량 후방에 붙여 자율주행 자동차라는 식별을 하는 것 같은데 디자인이 예뻐 보이네요.

 

3) Traffic Jam Pilot 개요

- 고속도로 본선에서 정체 시 자동운전을 제공하며  다음과 같은 주요 주행 환경 조건(즉, ODD)이 되면 시스템이 자동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혼다 자동차 제공)  

(1) 도로 및 지리적 상황

            (도로구간) 고속자동차국도, 도시고속도로 및 여기에 연결될 예정인 자동차 전용도로(일부 구간 제외)

            (제외구간/장소) 상/하행선이 중앙 분리대 등에 의해 구조적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은 구간. 급커브, 휴게소, 톨게이트 등

  

(2) 환경조건

            (기상상황) 폭우, 폭설 및 시야가 현저히 떨어지는 안개 또는 역광 때문에 자동운행 장치가 차선이나 차량을 인지하기 어려운 상                                  황이 아닐 것

            (교통상황)자동운행 차량이 주행 중인 차로가 정체 또는 정체에 가까운 혼잡상황이며, 앞/뒤 차량이 가까이서 주행중일 것

  

(3) 주행상황

            (자동운행 차량 속도) 약 30km/h 이하에서 자동운행 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고, 작동 후에는 최대 속도가 50km/h로 제한

            (자동운행 차량 주행 상황) 고정밀지도 및 GNSS에 의해 정보가 올바륵 입수될 것

            (운전자 상태) 올바른 자세로 안전벨트를 하고 있을 것

            (운전자 조작 상황) 가속 페달, 브레이크, 스티어링휠 등의 조작을 하지 않을 것

 < 출처 : 국토 교통성(혼다 자동차 제공)>

 

 

 

- 작동 속도를 보면 50km/h로 제한되어 너무 느린 것 아닌가도 생각이 들었지만, 환경 조건이 '앞/뒤 차량이 가까이 있는 정체 상황'임을 생각하면 굳이 고속으로 자율주행을 하지 않고 저런 교통 상황에서만 스스로 운전해줘도 피로도가 훨씬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발표와 관련해 포브스 칼럼에서,

 "교통 정체 상황은 인간에게는 극심한 피로도를 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스템에게는 '주행하기 쉬운 조건'이 아닐까"

 라고 말했는데 듣고 보니 매우 공감이 가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앞에 차량이 가까이 있으니 고속으로 달릴 때와 달리 차선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흐려지거나, 혹은 (도색 공사 후 기존 차선을 제대로 안지워서) 중복으로 그려져 있어도 바로 제어권을 운전자에게 넘길 필요 없이 그냥 계속 앞 차를 따라가며 주행을 계속하거나 리던던시로 활용할 수도 있을테니 말입니다. 저속으로 달리니 제동거리도 짧구요. 고속으로 달리는 자율주행 3단계 시스템보다 이렇게 주행 가능 환경 조건을 극도로 제한시킨 것이 규제 당국에서도 승인을 내주고 세계 최초로 발표를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4) 일본 자동운행 장치의 보안 기준 등의 개요

- 차량안전 위한 가이드라인 수립('18.9) - 개정도로운송차량법 성립('19.5) - 개정도로운송차량법 및 보안기준(성령)의 시행('20.4) - WP29에서 국제 기준 성립('20.6)

      → WP29에서 논의된 내용을 감안하여 '자동운행 장치'의 국내 기준을 2020년 4월 마련 및 시행.

자동운행장치의 보안 기준(보안기준이란? 자동차의 구조 및 장치가 갖춰야할 보안상, 그리고 공해 방지를 위한 기술 등에 대하 국토교통성령의 기준)

1) 기능

   (1) 주행환경조건 내에서 승차인원 및 다른 교통 이용자의 안전에 해가 되지 않을 것

   (2) 주행환경조건 밖에서 작동하지 않을 것

   (3) 주행환경조건을 벗어나기 전에 운전자에게 경보를 발송하고, 운전자가 제어권을 가져가기 전까지 안전한 운행을 이어가고 끝내             제어권 전환이 안되면 안전하게 정차할 것

   (4) 운전자 상태 모니터링이 가능한 장치를 갖출 것

   (5) 부정한 접근을 방지하기 위헤 사이버보안 확보 방안을 갖출 것

  

2) 작동 상태 기록 장치

              (1) 자동운행 장치의 ON/OFF 시각

              (2) 제어권 전환을 요청을 시작한 시각

              (3) 운전자가 대응 불가능한 상태 등의 시각 등을 6개월 단위로(또는 2,500회) 기록할 것

3) 자동운행 장치가 있는 차량임을 알리기 위한 스티커를 외부에 붙일 것

 

5) 자율주행 3단계의 법적 책임 문제(일본)

-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 이슈 중 사고 발생 시 책임 문제는 항상 꼬리를 물고 나오는 주제인데요, 특히나 인간 ↔ 시스템 사이에서 운전자가 다이나믹하게 바뀌는 자율주행 3단계의 경우는 이 문제가 어렵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4/5단계 시스템이 개인 소유 차량에 적용되는 비지니스 모델은 거의 없기 때문에 3단계 시스템은 개인의 차량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라고 봐도 무방할텐데요, 이 시스템이 아직 세상에 나온적 없는 이유는 기술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규제 문제, 법적 책임 문제도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법적 책임 문제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율주행 3단계는 운전자가 (시스템 ↔ 인간) 수시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사고 발생 시 기존에 오롯이 인간의 과실로 인정되었던 것과 달리 시스템과 인간 각각의 책임을 가려야하는데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기술적, 제도적 장치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미국과 같이 PL 소송이 활발하게 발생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는 지역에서는 더 문제가 되겠지요. 테슬라가 연루된 각종 사고에서 테슬라가 직접적으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던 이유는 오토파일럿은 운전자가 모든 주행 책임을 지는 2단계이기 때문이겠구요. 징벌적 손해배상 중에서도 배상액이 거대한 경우를 "Nuclear Verdict"라고 하는데(보통 1,000만 달러 이상) 이 문제는 미국 트럭 업계에서 굉장히 큰 이슈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되면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모빌리티NOW] 美 자율주행 트럭이 넘어야 할 산 ‘징벌적 배상’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와 법적 문제에 대해서, 싱가포르 법학전문대학원 규제 개혁 위원회에서 지난 9월 배포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관여된 교통 사고의 민사 귀책 분담에 대한 보고서"에 일본 규제 문화에 대한 부분도 소개돼 있어 잠깐 인용해 보겠습니다. 

→ 일본 국토 교통성이 2018년 배포한 보고서가 일본 정부에의해 인용되었고, 해당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

 - 현존하는 자동차 사고 보상 규정 제도를 우선 유지할 것

 - 레벨3 자율주행 자동차와 관련된 사고의 책임은 일반 차량과 마찬가지로 '사용자'에 있으나, 시스템의 명백한 결함이 있을 때는 제작      사의 귀책이 될 것 (제가 레벨3로 번역을 한 이유는 이 보고서 앞 부분에서 일본은 4/5단계가 아닌 당장 양산될 수 있는 3단계 법제화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 입니다.)

 

→ 당국은 다음 세 가지 옵션을 고려해 왔다.

 (a) 자동차 사고 보상 규정 제도는 현재를 유지한다.

 (b) "자동차 제작사 등에 일정 금액을 보험료의 일환으로 선지급" 이라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현재 제도에 추가한다.

 (c) "시스템 제공자의 법적 책임에 대한 새로운 법리적 개념(무과실 보상 책임에 대해)"을 현재 제도에 추가한다.

하지만 결국 당국은 현재 제도 유지를 결정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율주행 자동차로의 천이 단계에서도 자동차 사용자의 법적 책임 문제에 대한 유권해석에 문제가 없다고 느꼈음

둘째, 자율주행 자동차로의 천이 단계에서 급격한 법제도의 개정은 신중하지 않다고 생각했음

셋째,  (b)와 (c) 내용은 너무 많은 문제에 대해 모두 원만한 해결을 요구한다고 생각했음

넷째, 해외 주요 선진국가에서도 법제도를 급격히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없음

따라서 일본 정부는 당분간은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법리적 프레임워크를 급히 수정할 계획은 없다.

일본 정부 의견처럼 주요 국가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와 민사 책임 문제에 대해 기존 자동차 대비 자율주행 자동차 특이 법규를 새롭게 내놓는 움직임이 없고, 또한 S/W의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제작사의 결함을 밝히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많은 국가에서 현존하는 자동차 사고 보상 체제를 인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앞서서 트럭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이야기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자율주행 자동차의 미래를 예측하는 많은 사람들이 점점 보험 회사의 역할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있고 보험 회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사회적 파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오기 전인 '천이 단계'에서 최대한 수익을 내려고 할 것입니다. 그것이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은 법리적인 결과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볼 수 있구요.

어느 법조인께서 해주신 말을 빌리자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 현행법상으로 법적 책임은 제조사의 귀책으로 사고가 난 것임이 증명되지 않는 이상 운전자가,  만약 운전자에게도 책임을 묻기 어렵다면 차주가 최종적인 무과실 책임을 부담하도록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규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 연원을 따라 올라가 보면 민법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책임 소재가 밝혀지지 않았을 때 누가 책임을 부담할 것인지, 즉 제조사에 책임을 부담시킬 것인지는 손해배상 법리의 패러다임까지도 바뀌어야 하는 문제라 설령 레벨5가 사용화 된다 하더라도 생각보다 쉽게 제조사에게 최종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법이 바뀌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싱가포르 법학전문 대학원 규제 개혁위원회에서 배포한 위 보고서에도 이런 내용이 수시로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Liability/Regulatory Regime를 바꾸는데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우리는 단순하게 누구 잘못인지 조사해서 그 주체에게 배상 판결을 내리면 되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법리적 패러다임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가 봅니다. 

많은 불확실성 중 주목해볼만한 것은 S/W입니다. 예를 들어, 사고 당시의 S/W 에러 또는 오작동을 제조 결함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 될 것입니다. S/W는 타이어나 브레이크 처럼 물리적으로 만들어지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현행법대로는 제조상의 결함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제조사의 잘못일 수도 있지만, 사용자의 잘못이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고, 게다가 만약 사용자가 S/W를 가장 최신의 상태로 유지하는데 실패해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책임은 대부분 사용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이상 미국 기준)

기술이 발전하고 자율주행 자동차가 늘어남에 따라 S/W의 비중 역시 크게 증가하면 또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과연 코딩 한줄 한줄을 분석해서 결함을 찾아낼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지적재산권 문제는 없는지 등 복잡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