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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을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들

21c형Pilot 2021. 1. 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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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ve changed our name. Here's why. | Let's Talk Autonomous Driving

Let's Talk Self-Driving is now Let's Talk Autonomous Dr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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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웨이모는 블로그를 통해 자신들은 더 이상 Self Driving이란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대신, Fully Autonomous Driving이라는 표현을 쓰겠다고 했는데요, 제가 봤을 때 크게 의미있는 변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자율주행을 나타내는 여러 표현들에 대해서 우선 전체적으로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SAE J3016

SAE는 자동차 업계의 많은 표준을 제공합니다. 표준은 법이 아니기 때문에 구속력을 지니진 않습니다. 다만, 어떤 법규가 SAE의 표준을 차용했다면 그 때는 SAE의 표준을 지켰는지 여부가 법규 만족 여부를 결정하여 구속력을 갖게 되겠지요. SAE J3016은 자율주행 시스템의 단계 구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리는 자율주행  단계는 이 SAE에서 정의내린 것입니다. 미국교통부(US DOT)와 그 산하 기관인 고속도로안전청(NHTSA)은 공식 문서와 대외 커뮤니케이션에서 자율주행 시스템 단계를 설명할 SAE J3016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 법규는 이 단계 구분을 법규 만족과 인증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으며 제조사의 선언적 성격의 구분으로 보고 있습니다. 

편의상 '자율주행 단계'라고 저도 표현하고 있지만 과연 이 말이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도 있습니다. SAE는 이 단계를 0에서 5까지 6단계로 나누며 모두 'automa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표를 보시면 0단계 No Driving Automation에서 5단계 Full Driving Automation까지 모두 Automation을 사용하고 있는데, Automation을 '자율주행'이라고 표현을 한다면 그 어떤 자율주행 기능도 없는 0단계를 0단계 '자율주행'이라 말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SAE의 이 분류체계는 엄밀히 말하면 자동화 단계를 표현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원칙적으로는 그런데 앞으로도 관련 주제로 소통을 할 때는 자율주행이란 표현을 써도 의미 전달에 큰 무리는 없을테지만요.)

1) J3016 2014년 오리지날 버전

SAE J3016 표준은 2014년 최초 배포된 이후 2016년과 2018년 한 차례씩 개정된바 있습니다. 2014년도 문서 서문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These latter levels of advanced automation refer to cases in which the dynamic driving task is performed entirely by an automated driving system during a given driving mode or trip. Popular, media, and legislative references to “autonomous” or “self-driving” vehicles encompass some or all of these levels of automation. "

앞뒤 문맥상 'these latter levels'는 3/4/5단계를 말하는데,

"autonomous 또는 self-driving이라고 대중, 미디어, 그리고 규제 당국의 표현은 이 단계들의 일부 혹은 전체를 나타낸다."

즉, J3016이라는 표준이 나오기 전에도 autonomous와 self-driving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J3016에서는 이 표현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 특이점 등을 설명하고 있지 않은데 오히려 챕터6의 용어 설명을 통해 4단계 및 5단계 자동화를 나타낼 수 있는 표현으로 이 두 가지를 포함한 5가지의 예시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2) J3016 2016년 첫 번째 개정

2년 뒤인 2016년에 J3016은 개정됩니다. 2014년 오리지날 버전을 사문화 시키고 완전히 새로운 J3016이 쓰여졌는데요, 용어와 관련된 아주 중요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DEPRECATED 즉, 앞으로 J3016에서 사용하지 않을 용어를 공개한 것입니다. 그것은 Autonomous, Self-Driving, Driverless, Unmanned 그리고 Robotic입니다. 

"Some driving automation systems may indeed be autonomous if they perform all of their functions independently and selfsufficiently, but if they depend on communication and/or cooperation with outside entities, they should be considered cooperative rather than autonomous. "

"어떤 주행 자동화 시스템이 만약 모든 기능을 독립적으로 자족하여 수행할 수 있다면 그 시스템은 진정 Autonomous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시스템이 외부 주체(entity)와 통신 및 협업을 통해 기능을 수행한다면 그것은 Autonomous가 아닌 Cooperative가 된다."

※ SAE J3216에는 Cooperative Automated Driving에 대한 표준을 소개

SAE J3016은 또한 Self-Driv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게된 배경은 'Drivring과 Driver'의 정의가 정확히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라 밝혔습니다(The meaning of this term can vary based on unstated assumptions about the meaning of driving and driver.) 참고로 미국 연방 자동차 법규에서 Driver는 사람을 지칭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Self-Driving이라는 표현은 법규적으로도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 됩니다. (현대 Driver의 정의에 사람 뿐 아니라 시스템을 추가해 달라는 개정 요청이 진행되고 있음)

요컨대, 위와 같은 이유로 SAE J3016의 문서는 오리지날 버전에서 제시했던 autonomous, self-driving 등의 용어를 삭제하고 자동화를 뜻하는 automated/automation만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2. 미교통부(USDOT), 고속도로안전청(NHTSA) 그리고 캐나다 교통부(Transport Canada)

- 미국은 자율주행 법규 부재 속에서 총 4 차례의 자율주행 가이던스를 배포하였습니다. 첫 번째 가이던스 배포 후 두 번째 가이던스는 Automated Driving System 2.0, 세 번째는 Automated Vehicle 3.0 그리고 지난 CES2020에서 백악관 대통령실이 직접 팔표한 마지막 네 번째 가이던스는 Automated Vehicle 4.0이라고 부르며 계속해서 'automated'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이던스 내용에는 간간히 autonomous라는 표현이 섞여 있어 이 둘을 SAE의 권고 만큼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지는 않은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캐나다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표현할 때 CAV(Connected and Automated Vehicle)이라고 표현하거나 아예 CV와 AV를 구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캐나다 교통부는 CAV는 SAE 기준으로 3단계 이상의 시스템을 갖춘 차량으로 간주한다고 캐나가 가이던스를 통해 밝혔습니다.

 

 

3. Waymo는 왜 Self-Driving이라는 표현을 버렸는가?

Autonomous, Self-driving 그리고 Automated라는 용어 중 무엇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앞서 소개한 내용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utonomous : 자율주행 시스템이 외부 통신 등의 도움 없이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주행할 수 있어야 함. 물론, 인간의 도움 역시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SAE 자동화 4, 5단계에 해당해야 함

Self-Driving : Driver, Driving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데 아직 이 둘의 명확한 정의가 없음

Automated : 각 기능의 자동화를 통해 자율주행을 하는 시스템을 나타내는 가장 보수적인 표현

그렇다면 Waymo는 왜 Self-Driving이라는 표현을 버리고 Autonomous로 바꾸겠다고 했을까요?

웨이모 블로그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이 돼 있습니다.

Waymo’s vehicles don't drive themselves. Rather, Waymo is automating the task of driving and thus the term "autonomous driving" is more accurate. 

"웨이모 차량으 스스로 주행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행 과제를 자동화 하기 때문에 "fully autonomous driving"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

음, 잘 이해가 되시나요?

autonomous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두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 외부 주체와 협력 없이 스스로 모든 주행 기능을 완수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 automation 기능이 SAE J3016 표준의 High Driving Automation(4단계), Full Driving Automation(5단계)에 이르는 정도로 고도화 되어 인간의 개입이 필요 없는 시스템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웨이모의 자율주행 자동차는 원래부터 autonomous vehicle이었습니다. 자신들의 마켓팅 용어로서 Self-driving이라는 표현을 써왔던 것이지요. Driver/Driving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Self-driving과 autonomous는 동의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웨이모가 Self-Driving이라는 표현을 버리고 fully autonomous라는 표현을 쓰겠다는 선언에 대해서는 충분히 그럴듯하다고 생각하지만 웨이모는 그 이유를 납득할만하게 제시하진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에게 올바른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는데(실제로 웨이모가 이 분야에서 정말 잘하고 있기 합니다.) 과연 Fully autonomous가 Self-driving 보다 대중들에게 더 올바르고 명확한 의미로 다가갈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얼마전 파이낸셜 타임즈에서 웨이모 CEO인 존크라프칙이 인터뷰를 했는데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로켓을 만드는 것 보다 어렵다.'라는 말을 했는데 저는 이 말이 순간 테슬라를 겨냥한 것이 아닌가 했습니다. 인터뷰 원문을 읽어보니 미국과 구소련이 경쟁하며 로켓을 쏘아올렸을 때도 정말 시간이 오래걸렸다는 코멘트를 한 것을 보면 단순히 테슬라를 겨냥한 것은 아닌 것 싶기도 하지만, 이번에도 그다지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로 자신들은 'Self-driving'이란 표현을 버리겠다고 선언한 것 또 테슬라를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