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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왜 이슈가 되나?

21c형Pilot 2020. 7. 11. 16:16

요며칠 갑자기 국내에서 테슬라에 대한 이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대한 중립적인 시각으로 포인트만 정리해 보겠다. 이번 글에서 자율주행 단계에 대해서는 언급을 최소화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자율주행 단계에 대해 '일관된', '정확한' 개념을 알고있지 못하는 상태에서 자율주행 단계를 언급하며 소통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주요 관련된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오토파일럿이라는 브랜딩 / 소비자 교육과 모니터링 / 베타 버전 ,결함과  부주의는 한 끗 차이

첫째, 오토파일럿이라는 브랜딩

이 브랜딩은 테슬라가 지향하는 가치의 정점(최소한 자동차에 있어서)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즉 완전자율주행이라는 목표와 일치하는 것이다. 이 정점을 설정하고 feature complete 및 업데이트 전략을 통해 빠르게 목표에 다가가는 테슬라의 전략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기존 OEM은 사실 흉내내기 어려운 문화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더 그렇게 다가온다.

하지만 동시에, 자동차는 안전하게 작동해야 하고 나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기계인 것도 분명하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브랜딩이 비판을 받은 이유는 사람들이 이 명칭을 들었을 때 테슬라의 미래 지향적 브랜딩이라고 이해하지 않고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사용하는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파일럿'이란 단어가 문제가 되었다. 실제로 항공기에는 오래전부터 오토파일럿이라는 '자동항법장치'가 쓰여왔기 때문에 미국 사람들에게 '파일럿'이라는 표현은 어느 정도 '자동화'라는 개념과 이어지게 마련이라고 한다. 그래서 OEM에서도 운전자 보조 기능의 시스템의 브랜딩에 있어서는 파일럿 보다는 어시스트라는 표현을 써왔다. 파일럿을 사용한 예를 보면, 아우디가 처음 자율주행 3단계 시스템 양산을 선언하며 선보였던 Traffic Jam Pilot, BMW가 최근 발표한 로드맵의 L3 Highway Pilot, 그리고 벤츠의 자율주행 3단계 시스템인 Drive Pilot 등과 같이 주로 3단계 고등자율주행 정도 돼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지금 테슬라가 파일럿을 넘어 Full Self Driving이라는 용어마저도 사용하고 있어 네이밍 이슈를 더 수면 위로 올리고 있다.

 

둘째, 소비자 교육과 모니터링

물론, 많은 소비자들은 아무리 테슬라가 오토파일럿, Full Self Driving이라는 브랜딩을 가져가더라도 실제 그들의 차량의 한계가 무엇인지 바르게 알고 사용할 것이라고 믿는다. 문제는 극소수의 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과 사용이 당사자 뿐 아니라 제 3자에게도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신 자동차를 스마트폰에 비유하는 것이 싫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동차의 Fool Proof는 스마트폰의 그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하다. 

테슬라는 분명 오너스메뉴얼에 각종 주행 보조 기능의 올바른 사용법을 강조해 두었다. 하지만 그것을 따르지 않는 일부 소비자들에 의해 사고가 발생하고 계속 같은 이슈가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테슬라 뿐 아니라 자동차를 만드는 제조사라면 모두에게 해당되는 두 가지 연구 대상이 있다.

  • 소비자는 오너스 메뉴얼을 읽는가?
  •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 발생시, 오너스 메뉴얼에 주의 사항(전방 주시 의무)을 명시했다는 사실로 제조사가 Good faith를 충분히 보였다는 법리적 해석이 현재 가능한가?

차량의 오너스메뉴얼은 수 백 페이지에 이른다. 모르는 것이 생겼거나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는 검색을 해보겠지만 이 메뉴얼을 모두 숙지한 다음에 주행을 시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궁금한게 있으면 직접 찾아보기 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질문을 하여 답을 구하는 문화가 익숙해져 있다. 오너스 메뉴얼은 점점 소비자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안전 운전과 관련된 신기술이 점점 보급되며,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 교육 이슈는 더욱 중요해 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소비자 교육만큼 이슈가 되는 것이 운전자 모니터링이다. 사실 테슬라는 지금 억울한 부분도 많을 것이다. 테슬라는 자체 시스템적으로도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안전 장치를 만들어 두었다. 스티어링 휠에서 일정 시간 동안 운전자의 손이 감지되지 않으면 경고음을 올리고(심지어 경고음 송출 빈도를 속도와 연동하여 높은 속도에서는 더 자주 알림을 줌) 계속해서 운전자가 응답하지 않으면 남은 주행 동안 사용을 하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비자들은 헬퍼나 치터 등과 같은 장치를 사용하여 제조사가 마련한 운전자 보호 장치를 스스로 무력화 시키고 있다. 미국 상원 공청회에서 에드 마키(미국상원, 메사추세츠)라는 의원은 실제로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들을 NHTSA 청장 대행 제임스 오웬에게 보여주며 NHTSA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테슬라에게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추궁했다. 제임스 오웬은 제대로된 답을 하지 못했다. 의회는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치터나 헬퍼 같은 장치를 사용할 수 없도록 더 효과적인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라는 압박이다. 사실 운전자 모니터링은 자율주행 3단계 이상에서 필요로 하는 스펙으로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실제로 오토파일럿을 포함한 대부분의 주행 보조 기능에는 운전자 모니터링 기능은 존재하지 않는다. 잘못된 사용을 하는 소비자가 있다는 휴먼 팩터를 제외한다면, 자율주행 2단계 시스템은 운전자에게 주행 의무가 있으므로 굳이 모니터링 시스템 같은 것은 필요 없다는 것이 자연스런 판단이다. 한편, 캐딜락의 수퍼 크루즈도 오토파일럿과 마찬가지로 운전자에게 주행 의무가 있는 주행 보조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퍼 크루즈는 카메라를 통한 운전자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수퍼 크루즈가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주행 보조 시스템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이유에는 이러한 안전 장치의 역할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셋째, 베타 버전, 결함과 부주의는 한 끗 차이

주행 보조 기능 관련 베타 버전의 사용 관련해서는 세 가지 이슈가 있다. 

  • 테슬라는 베타 버전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 결함과 부주의를 구분할 수 있는가?
  • 당사자 외 다른 도로 사용자들도 베타 버전 사용에 동의하는가?

베타 버전의 사전적 정의는 사용자에게 배포되어 쓰이고 오류나 개선 사항을 업데이트 할 수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실제로 테슬라가 베타 버전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이 말하는 '베타'의 정의는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현재로서는 '기능이 설계 및 개발 의도대로 작동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는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운전자의 전방 주시 의무가 있다.' 라는 접근 방식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인다. 언론의 보도 영상을 하나 보자. 30초 경의 사고 영상을 보면 순식간에 갑작스런 조향을 실시하여 중앙 분리대와 충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관계는 영상만 보고 파악하기 어렵지만 운전자가 직접 조향을 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유형의 사고로 보인다. 만약 운전자의 개입 없이 시스템 오류로 사고가 난 것이 맞다면 전방 주시를 하고 있었을지라도 막기 어려웠던 사고로 보인다. 이 때는 앞서 정의한 베타 버전 내용의 '설계 및 개발 의도대로 작동'에 해당사항이 없어 이것은 부주의 보다는 결함에 가까운 사례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베타 버전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문제 보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도로는 모든 사용자가 함께 이용하는 하나의 생태계다. 그 모든 도로 사용자가 누군가의 베타 버전 사용에 동의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이다. 베타 버전의 사용은 자신 뿐 아니라 다른 도로 사용자를 위협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