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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택시에 대한 기대와 제약(美 주요 3사 중심)

21c형Pilot 2021. 12. 31. 12:52

https://blog.waymo.com/2021/12/expanding-our-waymo-one-fleet-with.html

 

Waypoint - The official Waymo blog: Expanding our Waymo One fleet with Geely’s all-electric vehicle designed for riders first

December 28, 2021 Expanding our Waymo One fleet with Geely’s all-electric vehicle designed for riders first Over a decade into our journey building the World’s Most Experienced Driver, we’ve partnered with some of the world’s leading automakers to

blog.waymo.com

지난 28일, 웨이모가 지리 자동차와 함께 로보택시 차량을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화제가 되었다.

<출처 : 웨이모 공식 블로그>

전기차로 개발 될 예정이기 때문에 동급 내연기관 차량 대비 더 넓은 실내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스티어링휠과 페달을 제거했기 때문에 공간 확보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제외하고 최근 출시되는 승합차의 디자인과 크게 다른 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현존하는 주요 로보택시 개발 기업 중에 가장 앞서 개발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전용 차량을 컨셉 수준으로 선보였다는 것 역시 늦은감이 있다. 로보택시에 대한 전망 그리고 수익성 등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 글에서 다루지 않겠지만, 현재 해당 분야에서 가장 앞서 나간다고 평가받는 웨이모, 크루즈 그리고 ZOOX의 현재 이야기와 앞으로 로보택시가 넘어야할 몇 가지 허들에 대해 다뤄 보겠다.

1. 웨이모 

웨이모는 이미 오래전부터 애리조나 피닉스 지역에서 로보택시 실증사업을 실시해온 단연 선두주자임에 틀림없다. 주로 FCA의 퍼시피카 PHEV를 이용해 개발 및 실증사업을 진행하다 최근에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재규어 I-PACE 모델도 추가해 활용하고 있다. 로보택시 뿐만 아니라 초창기 자율주행 평가 모델을 보면 HEV와 PHEV 차량이 많았는데, 이는 최대한 많은 주행거리를 뛰며 데이터를 쌓아야하는 초기 개발 특징 상, 주행거리가 짧은 BEV 대비 유리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율주행 시스템의 엄청난 전력 소모량을 고려한다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좋은 선택지가 되었다.

<웨이모 자율주행 차량 - FCA 퍼시피카 PHEV(출처 : 블룸버그)>

아마 모든 자율주행 기업들은 처음 자율주행차 개발을 할 당시 이미 출시가 된 양산차를 개조하는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다. 심지어 배송로봇을 만드는 Nuro 조차도 초기 개발 단계에서는 토요타 프리우스를 활용했다. 양산차를 이용했을 때의 결정적 장점은 '즉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정말 복잡하고 다양한 안전 규제를 모두 만족해야지만 실제 도로 위에서 주행할 수 있다. 양산차는 이미 그 규정을 다 통과했기 때문에 약간의 개조를 통해 즉시 사용에 문제가 없다. 양산차 위에 크고 작은 라이다와 같은 다양한 추가 장비들을 달고 차량을 개조해야하기 때문에, 외관상 좋지 못하다는 조롱을 받기도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제조사들은 별도 규제 만족을 위한 고민할 필요가 없이 즉시 차량 제작 및 평가가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NHTSA는 미국에서 평가를 하는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법규 만족 여부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양산차를 활용한 자율주행차 평가는 피하기 어려운 선택지가 된다. 

<웨이모 자율주행 차량 - 재규어 I-PACE(출처 : 웨이모 공식 블로그)>

자율주행 시스템도 몇 세대를 거쳐오며 성능 뿐만 아니라 패키징 기술 역시 발전해 왔다. 웨이모의 경우 현재 5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평가하고 있는 I-PACE를 보면 외관상으로 드러나는 투박스러움이 과거 퍼시피카 대비 많이 나아진 느낌이다.

현재 웨이모의 주력 평가지역은 캘리포니아주다. 그 중에서도 주요 평가지역이었던 마운틴뷰 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에서도 GM 크루즈와 직접 경쟁하고 있다. '20년 캘리포니아 차량관리국(DMV) 자료에 의하면, 웨이모는 캘리포니아에 총 239대의 자율주행 평가 차량 등록을 했다. 그리고 '20년 한해 동안 그중에서 145대를 직접 활용해 평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게 1년간 주행한 거리가 무려 63만 마일에 이른다. 사실, 이마저도 '19년도에 비하면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이다. '19년도에는 더 적은 110대의 차량으로 145만 마일을 주행했는데 '20년 코로나 19로 인한 캘리포니아 지역 락다운 조치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에는 그간 많은 역할을 해왔을 것으로 예상하는 존 크라프칙 CEO가 사퇴하기도 하고, 라이다를 활용한 센서 퓨전 전략에 대한 지속된 비판이 있는 등 여러 부침을 겪어왔지만 꾸준히 로보택시 개발과 실증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지난 28일, 드디어 양산 차량이 아닌 로보택시 전용 모델 컨셉을 공개하며 수년 내로 미국에 출시할 예정임을 밝혔다.

사실, 이번에 발표한 컨셉은 개인적인 기대와는 다소 달랐다. 웨이모는 최근 기존 자율주행 차량을 활용한 물류배송 실증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로보택시 뿐만 아니라 물류배송 역시 잠재적인 사업 모델로 검토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번 발표된 차량 컨셉은 누가 보더라도 승객 전용이다. 물론, 시트를 탈거하는 등의 조작으로 배송 차량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발표 내용에서 물류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었다는 것을 보면 온전히 승객 운송을 위한 로보택시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쟁사인 GM 크루즈가 자율주행 전용차 오리진을 다시금 언급하며 '로보택시와 물류배송이 둘 다 가능한 PBV'라고 강조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자율주행 기업이 물류배송에 관심을 갖는 것은 로보택시만으로는 수익성이 확보되기 어렵다는 전제가 깔려있을 수 있다. 물류배송이 주력 사업이 될 Nuro 뿐만 아니라, 현대차와 JV로 설립한 것으로 잘 알려진 모셔널의 CEO 칼 야네마 역시, 최근 물류배송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https://foodondemandnews.com/12302021/10910/

 

Self-Driving Deliveries Rolled Closer to Reality in 2021 - Food On Demand

As the food delivery business accelerated, so too did interest in autonomous deliveries. here's a look at some of the the self-driving delivery tests that occurred in 2021.

foodondemandnews.com

웨이모가 물류배송을 위한 전용 차량을 별도 개발할 것인지, 아니면 로보택시 사업에만 전념하게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 전자의 경우라면, 최소한 투자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최근 급격히 유행하고 있는 'PBV'라는 컨셉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PBV에 대한 정의는 아직 업계에서 정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비용 절감이라는 핵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로보택시와 물류배송차간 플랫폼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번 지리 자동차와의 전략적 협업에서 이 점까지 고려가 되었는지 궁금한 부분이다.

 

2. GM 크루즈

크루즈는 GM의 양산차인 쉐보레 볼트 EV를 활용해 로보택시 평가를 해오고 있다. GM은 내부적으로 이 차량은 ZEAV라고 부르고 있다. ZEAV는 Zero Emission Autonomous Vehicle을 의미한다. 웨이모, 포드 등의 경쟁사들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활용해 평가를 한 것과 달리, GM 크루즈는 처음부터 BEV 플랫폼을 활용했다. 비록, 주행거리 등에서는 불리할지 몰라도 결국 자율주행차가 상용화 될 때는 BEV 기반의 모델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전력 소모 문제 등 다양한 허들을 지금부터 풀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자율주행차에 굳이 Zero Emission이라는 네이밍을 붙인 이유도 경쟁사들 대비 '친환경'이라는 가치의 차별화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

<크루즈 자율주행 차량 - 쉐보레 볼트 EV(출처 : 테크크런치)>

ZEAV 역시 기존 양산 모델을 개조해 활용하다보니 각종 외장 센서들로 인해 확연히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던 지난 '20년 1월, GM 크루즈는 볼트 BEV가 아닌 자율주행 전용 모델 '오리진'을 공개했다. 박스카 형태의 이 오리진은 로보택시에 특화된 승객실 구조를 갖추었고, 각종 센서 패키지 역시 최적화 시켜서 드디어 평가차량이 아닌 완성형 외관을 지닌 자율주행차가 탄생하게 되었다.

<크루즈 자율주행 전용차량 - 오리진 (출처 : 크루즈)>

그리고 지난 10월, GM 인베스터 데이에서 당시 크루즈의 CEO였던 댄 암만은 PBV로서의 오리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로보택시 뿐만 아니라 24시간 내내 승객모드와 배송모드를 바꿔가며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리진의 물류배송 기능(출처 : GM 인베스터 데이)>

당시 크루즈가 공개한 사진은 GM이 설립한 물류배송 전용기업인 BrightDrop의 유틸리티와도 닮았다. BrightDrop은 EV600이라는 배송차량에 EP1이라는 전동카트를 탑재하여 물류배송을 진행하는 컨셉이다.

<EV600 차량과 EP1(출처 : CES 2021)>

EP1에 물류 넣은 채로 EV600에 탑재하여 이동하고 라스트 마일 배송은 사람이 직접 EP1을 이동하며 배송을 하는 것인데, EP1은 전동카트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업무 강도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물류의 크기와 고유 특징(깨지기 쉬운 것, 눌리면 안되는 것 등)이 매우 다양한데 일괄적으로 EP1에 패키징을 한다면 그 효율성이 얼마나 받쳐줄까 하는 의문은 든다. 그리고 이 의문은 크루즈 오리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2년 전 크루즈가 오리진을 공개했지만 아직까지 모든 크루즈의 자율주행 평가 차량 플릿은 여전히 쉐보레 볼트 EV다. 캘리포이나 차량관리국 기준으로 '20년에 137개 평가차량을 등록했고, 실제로 샌프란시스코에서 137대 모두가 평가에 사용됐다. 그리고 총 주행거리는 약 77만 마일을 기록해 웨이모보다 14만 마일 이상 더 평가를 한 셈이다. 캘리포니아주의 코로나 락다운 기간 웨이모는 평가를 중단했지만, 크루즈는 매월 일정 수준 이상의 평가 주행거리를 기록했다. 당시 긴급 의약품과 식료품의 비대면 배송에 평가 차량을 활용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한다.

https://www.theverge.com/2020/4/29/21241122/cruise-self-driving-car-deliveries-food-banks-sf

 

Cruise redeploys some of its self-driving cars to make food deliveries in San Francisco

The company claims it is working to protect its backup drivers during deliveries.

www.theverge.com

 

 

3. ZOOX

<ZOOX 자율주행 평가 차량 - 토요타 하이랜더(출처 : ZOOX)>

ZOOX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웨이모와 크루즈에 대항할 수 있는 기업이란 기대를 받아 왔다. ZOOX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토요타 SUV인 하이랜더 차량으로 자율주행 평가를 진행해 왔다. 공교롭게도 자율주행 선두 3개 기업 모두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맞붙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절대 자율주행 평가를 하기 만만한 장소가 아니며, 많은 교통량, 보행자, 공사 구간 그리고 복잡한 도로 환경 등 평가에 열세로 작용할 요소들이 많다. 웨이모가 초창기에 애리조나 피닉스, 챈들러와 같이 한적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평가 지역으로 선정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로보택시의 상용화와 확장 가능성을 점치기 위해서는, 실제 사람들의 수요가 많은 지역 그리고 그만큼 교통체증이 많고 운전이 쉽지 않은 지역에서의 성능을 증명할 필요성이 있어졌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로보택시 상용화는 곧 이 모든 것을 증명할 수 있게 된다.

역시 캘리포니아주 차량관리국 보고서에 의하면, ZOOX는 지난 '20년 45대의 평가 차량을 등록해 10만 마일을 주행했다. 캘리포니아주 코로나 19 락다운 기간 동안 2개월 정도 평가를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할지라도 웨이모와 GM 크루즈 대비 매우 부족한 수치이다. 하지만 이 세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평가 주행거리가 훨씬 적은 수준이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데이터만 가지고 기업의 역량을 예상했을 때, 웨이모와 GM 크루즈를 선두기업, 그리고 ZOOX를 2그룹에서 가장 뛰어난 경쟁자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아마존에 인수되며 막대한 자금력과 실증사업 기회를 바탕으로 더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아마존에 인수 된 직후, ZOOX는 GM 크루즈 오리진과 마찬가지로 자율주행 전용차량을 공개했다.

<ZOOX 자율주행 전용차(출처 : ZOOX)>

ZOOX가 아마존에 인수되었을 때, 그리고 점점 주목받고 있던 물류배송 산업의 트렌드를 감안한다면 ZOOX에서 물류배송 전용 자율주행차를 먼저 만들지 않을까 예상했다. 언론에서도 비슷한 의문을 갖고 ZOOX CEO인 제씨 레빈에게 물었을 때, 그녀는 "사람이 탑승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면 물류를 태우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는 로보택시에 먼저 집중할 것."이라고 분명히 입장을 밝혔다. 이와 대비되는 전략을 가진 자율주행 스타트업은 미국의 Gatik이다.

<Gatik 자율주행 물류배송 차량(출처 : Gatik)>

Gatik은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승객의 운송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것을 충분히 안전하다고 입증하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에 상용화가 쉽지 않고, 대형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Gatik은 사람이 탑승하는 솔루션에 도전하기 보단, 물류 배송에 전념하는 길을 선택했다. 특히, 자율주행 시스템의 ODD(Operational Design Domain 즉, 운행 가능 조건/영역)를 최소화시켜서, 단순 구간만 무한 반복함으로써 시스템의 개발 난이도를 낮춰 시장 진입 장벽도 낮췄다. 실제로 미국에서 배송 수요가 다양해지고 늘어남으로써 소량의 물품을 자주 배송해야하는 상황이 잦아졌는데 해당 업무의 노동 강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현재 전체적인 구인난까지 더해져 이 영역을 자동화 시켜주는 솔루션의 가치가 높아지게 된 것이다.

제시 레빈은 ZOOX의 자율주행 전용차를 공개하며 상용화까지는 수 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에서야 유튜브나 링크드인을 통해 평가 전용 트랙에서 직원들이 차량에 탑승하고 경험해보는 영상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이라는 거대 모기업 덕분에 ZOOX는 목표로한 상용화 시점까지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진입 장벽이 높은 승객운송인 로보택시를 선택할 것이냐, 물류배송을 통해 시장에 먼저 진입할 것이냐는 전략은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4. 자율주행 전용차, 어떻게 될까? 

GM 크루즈는 오리진을 2년 전에 공개했고, ZOOX도 자율주행 전용차량을 공개하고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웨이모 역시 이 두 차량과는 다소 차이는 있지만 자율주행 전용차량 컨셉을 발표했다. 완전자율주행 기능이 있더라도 인간이 운전할 수 있도록 각종 조작 장치를 남겨둔(혹은 숨겨둔) 차량을 Dual Mode Vehicle이라고 부른다. 반면에,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이 운전할 일이 없도록 조작 장치를 제거한 차량은 ADS Dedicated Vehicle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공개된 자율주행 전용차량은 모두 후자에 해당하며,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 즉, 로보택시를 위한 것이다. 이 세 기업이 공개한 자율주행 전용차량의 공통적인 특징은 스티어링휠과 페달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탑승자로서 내가 제어권을 가져갈 수 없는 차량을 탑승할 수 있는 개인의 수용성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이러한 설계는 법규 장벽을 먼저 넘어서야 한다. 현재 미국 연방안전규정인 FMVSS(Federal Motor Vehicles Safety Standards)는 수십년 전에 만들어진 법규이며 따라서 자율주행이 아닌 일반 차량을 가정하고 수립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율주행차를 이 규정에 적용하게 되면 법규 만족이 어려운 부분이 많아 규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들어, FMVSS에서 '자동차는 반드시 스티어링휠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스티어링휠을 없애는 것 자체로 법규 위반이 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FMVSS 203 및 204 규정은 충돌 사고 발생 시 조향 장치(즉, 스티어링휠과 스티어링휠 칼럼)에 의한 운전자 상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데 스티어링휠이 없으면 해당 상해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규정(Electronic Stability Control 등)에서 스티어링휠을 활용한 여러 법규시험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스티어링휠이 없다면 해당 법규시험을 진행할 수 없어, 관련 법규의 만족을 증명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스티어링휠을 없애는 것에 대한 규제 핵심은 "스티어링휠이 있어야 하는가? 필요 없는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스티어링휠을 활용하는 수많은 법규 시험을 어떻게 진행하고 스티어링휠 없이 어떻게 법규 만족을 증명할 것인가?" 가 문제의 핵심이다.

그리고 각종 충돌 및 충격 규제 역시 어떻게 만족할 수 있는지도 해결 과제가 된다. ZOOX는 CEO 제시 레빈이 처음 자율주행 전용차를 공개하며 실시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 차량이 모든 FMVSS 충돌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밝힌바 있다.

"Unlike many of the concept cars other companies have shown in the last several years, this vehicle has passed all the FMVSS crash test."

그런데, 현재 ZOOX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모든 FMVSS 충돌 테스트가 아니라 Key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되어 있다.

<ZOOX 홈페이지 자료>

아마도 커뮤니케이션 하는 과정에서 내부에서 의사소통이 잘 안되었던 것으로 추측한다. 만약 ZOOX의 차량이 FMVSS 충돌 테스트를 모두 통과할 수 있었다면 규제 장벽의 꽤 많은 부분을 해소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법제화 프로세스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법제화 과정에 참여할 수 있으며 자율주행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다양하기 때문에 기업의 의도대로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다고 보기 힘들다. 자율주행을 바라는 사람들 만큼이나, 안전을 걱정하고 기타 다양한 이유를 근거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규를 획기적으로 바꾸기 어려우니 NHTSA는 법규 면제 청원이라는 제도를 도입해왔다. 즉, 특정 법규의 만족이 불가능하더라도 관련 시스템의 안전 성능이 충분히 뛰어나다고 판단된다면 그 법규의 대응을 면제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기업에게 큰 자유도를 가져다 주지는 못한다.

우선, 규정 상 법규 면제 부여가 가능한 대수 및 기한이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한정된 대수만큼 면제를 받고, 유효기간이 지나면 또 다시 면제 승인을 갱신해야하는 불확실성은 기업의 장기적인 사업 계획 수립에 여전히 장벽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NHTSA는 명문화된 이 제도에도 불구하고 승인을 굉장히 꺼리는 경향을 보인다. 자율주행과 관련해서 NHTSA가 해당 법규의 면제 청원을 승인한 것은 Nuro의 사례가 유일하다. 해당 사례와, 초창기 구글이 NHTSA를 통해 입수한 유권해석 내용을 보면 대중들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한 것을 승인하는 것도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1) '15년 구글 자율주행 평가차에 대한 NHTSA의 유권해석

https://isearch.nhtsa.gov/files/Google%20--%20compiled%20response%20to%2012%20Nov%20%2015%20interp%20request%20--%204%20Feb%2016%20final.htm

 

Google -- compiled response to 12 Nov 15 interp request -- 4 Feb 16 final

NHTSA does not understand what interpretation Google is seeking of this specific paragraph.  S14.1, to which S5.5.1 refers, contains multiple references to the driver’s seat, eye position, etc., to which Google’s proposed vehicle design could not cert

isearch.nhtsa.gov

구글은 법규에 나와있는 'Driver'란 용어가 더 이상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까지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이듬해 NHTSA의 대답을 들었다. 예를들면, 차량의 비상등 작동 유닛에 대한 법규상 정의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Vehicular hazard warning signal operating unit means a driver controlled device which causes all required turn signal lamps to flash simultaneously to indicate to approaching drivers the presence of a vehicular hazard.”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a driver controlled'라는 문구였다. 즉, 비상등은 사람이 조작해야한다는 것으로 차량이 멋대로 주행 중에 조작하면 안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런데 자율주행차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상등을 작동해야할 상황에서 당연히 시스템이 판단하여 점등을 시켜야 한다. NHTSA는 여기에 대해 구글 자율주행차의 경우 법규 문구에 나와 있는 Driver라는 단어가 자율주행 시스템으로도 인정된다는 회신을 주었다.

 

2) Nuro에 대한 FMVSS 면제 청원 승인

Nuro는 경차 보다도 작은 사이즈의 자율주행 배송 차량을 개발한다. 배송 전용이기 때문에 사람이 일체 탑승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존 차량들과 결정적인 차이다. 특히, FMVSS에서는 LSV(Low Speed Vehicle)로 분류되는 차량에는 소수의 필수 규정만 요구하고 나머지 FMVSS의 만족을 모두 별도 승인없이 면제해주는데, LSV의 성립조건은 '(1) 바퀴가 4개 있을 것 (2) 최대 속도가 25mph 이하일 것 (3) 차량 총중량이 1,361kg 이하일 것'이다. Nuro의 배송차량은 이를 모두 만족하여 LSV로 분류가 되었고, 규정에 의해 총 13가지 규제만 만족하면 안전 법규 만족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최소한의 13가지 규제 중에서도 Nuro가 만족할 수 없는 것이 세 가지가 있었다.

첫째, FMVSS 205 규정을 만족하는 윈드실드 장착 규제

둘째, FMVSS 111 규정을 만족하는 후방 시계 규제

셋째, 외장 미러 및 내부 후사경 장착 규제

그런데, Nuro의 자율주행차는 사람이 탑승하지 않기 때문에 이 세가지 규제가 사실상 무의미하다. 이 규제들은 모두 운전자가 차량 안에서 바깥 상황을 안전하게 확인하는데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Nuro는 이 항목들에 대한 면제 청원을 진행했고, NHTSA는 지난 해 2월 최종 승인을 했다. 따라서, 현재 Nuro의 자율주행차는 연방 규제 장벽은 없다고 보여지는 상황이다. 

https://www.washingtonpost.com/local/trafficandcommuting/grocery-delivery-robot-wins-first-federal-safety-approval-for-a-self-driving-vehicle/2020/02/06/90e97658-48f5-11ea-9164-d3154ad8a5cd_story.html?fbclid=IwAR3OZ4if3q-5B3yIg88eICN226MrHlme5d1YokXic62GthVqXZsWuTPhOCE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단순하고 당연해 보이는 면제 승인도 무려 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Nuro와 비슷한 시기에 GM 역시 스티어링휠과 페달이 없는 ZEAV에 대한 법규 면제 청원을 진행했는데, 2년이 넘도록 NHTSA로부터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하고 결국 철회를 한 상태이다. 당시 GM은 기존 청원을 철회하는 대신 향후에 크루즈 오리진 차량에 대한 법규 면제 청원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NHTSA에 면제 청원이 접수되면, NHTSA는 관보를 통해 대중에게 해당 내용을 공시)

그런데 지난 10월 GM 인베스터 데이에서 댄 암만이 발표한 자료는 법규 개정의 동향이나 면제 제도의 실효성을 고려하면 꽤나 급진적이라고 보여지기까지 한다.

<크루즈 오리진 상용화 계획(출처 : GM 인베스터 데이)>

만약 GM 크루즈가 NHTSA 면제 청원을 재시도 하여 2년 뒤에 승인을 받게 되면, 고작 연간 2,000 대 수준의 차량을 임시로 운행할 수 있다. 그런데 '24년 GM의 양산 목표는 무려 만 대 수준이고 이후로 급격히 늘어난다. 물론, 미국 한정으로 발표한 것이 아니라면, GM 크루즈가 로보택시 진출을 선언한 두바이 등에서 규제 문제 없이 상용화가 가능할 경우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자국인 미국에서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전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GM 크루즈의 CEO인 댄 암만이 해고되면서, 그 이유에 대해 GM 수뇌부들과 자율주행 전략에 대한 갈등이 심했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댄 암만은 공격적으로 로보택시 사업을 우선적으로 진행하기를 원한반면, GM의 경영자들은 현재 양산차에 적용되는 수퍼크루즈, 그리고 향후 울트라크루즈와 같이 수익기 보장되는 주행보조 기능에 크루즈의 역량이 더 반영되기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만약 GM의 생각대로 개발 전략이 진행된다면, 앞으로 크루즈의 로보택시 상용화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로보택시에 대한 관심이 정말 운송수단으로서의 자율주행 택시를 향한 시장의 니즈인가, 아니면 단지 세기의 기술의 도래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인가를 구분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이미 엄청나게 많은 비용이 계속해서 투자되고 있고, 선두 기업은 어느 정도 기술력의 성과와 자율주행 전용차라는 사업 모델을 꺼내놓고 있지만, 충분히 완성도 높은 기술력의 달성, ROI에 대한 전략, 그리고 당장 눈 앞에 마주하고 있는 규제 장벽을 어떻게 넘을 것인가에 대한 전략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라 앞으로 쏟아지는 다양한 동향에 대해서도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