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OEM/테슬라

테슬라 오토파일럿 - I. 시작하기 ~ II. 정의까지

21c형Pilot 2021. 12. 31. 09:51

I. 시작하기

초창기 테슬라 구매자의 대부분은 전기차라는 차별화된 상품성에 매력을 느낀 소수의 시장 개화자들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차별화 된 상품성이란 기존의 차량과 전혀 다른 실내 UI를 통한 심미적인 영역도 있었지만, 기존의 동급 내연기관 차량 및 전기차와 완전히 차별화된 주행성능(부드러운 주행질감과 즉각적인 응답능력)도 크게 기여했다. 또한, 수퍼차저라는 전용 급속 충전 네트워크의 구축 역시 구매 저해 요인을 제거해 줌으로써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 개화에 일조했다.

이후, 테슬라가 시장을 확대하는데 크게 기여한 이벤트를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는데 하나는 오토파일럿의 출시('14.10), 다른 하나는 모델 3의 출시('17.10)다. 오토파일럿은 테슬라 차량의 상품성을 주행성능에서 주행자동화 기능까지 확대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4년이 지난 지금도 오토파일럿 기능만 보고 테슬라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단차 등 기초적인 품질 이슈로부터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동인으로는 오토파일럿의 역할이 컸다. 모델 3의 출시는 주행성능과 주행자동화라는 상품성을 지닌 뛰어난 전기차를 대중화 시켰다는데 의의가 있다. 모델 S가 처음 미국에 출시되었던 '12년도만 해도 판매가격은 약 6만 달러에서 10만 달러에 이르렀다. 모델 3가 출시되기 바로 직전까지만 해도 모델 S와 X의 중간 트림은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하기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다. 당시 테슬라는 일반 모델과 성능형 모델을 구분했기 때문에, 나는 중간 트림을 일반 모델 중 가장 비싼 것이라고 기준을 잡아 보겠다. 그럴경우, 모델 S AWD 90D와 모델 X AWD 90D가 해당하며 이들의 가격은 각각 약 9만 달러와 9.6만 달러였다. 17년도 미국에 처음 출시된 모델 3 롱레인지가 높은 주행성능과 오토파일럿을 그대로 제공하며 약 4.4만달러에 판매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분명 모델 3의 출시는 상품성을 갖춘 전기차 대중화에 대한 신호탄이었다. (이상 모든 가격은 미국 MSRP 기준)

최근에는 테슬라 외에도 많은 완성차 기업들이 경쟁력있는 가격에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다. 공급가격 인하를 통한 전기차 대중화 전략은 기업 입장에서 점점 강화되는 환경 규제를 만족하기 위해 달성해야할 과제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현재 반도체 공급 이슈나 기타 공급망 붕괴로 인해 현재는 전반적인 차량 가격의 상승과 차량 인도 기간 대폭 지연이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는 테슬라도 피해가지 못한 과제로 보이며, 어떤 이유였던지 간에 테슬라 역시 지속적으로 차량 가격을 올리고 있다.

차량 가격이 비싸지면 비싸질수록 일반 소비자들은 더 확실한 구매동인이 필요해 진다. 현재 전기차 구매자의 대부분은 충전 문제로부터 어느 정도 해방된 조건에 있는 집단(예. 아파트 혹은 단독 주택에 충전기가 충분히 있거나 근처에 공용 충전 네트워크가 있는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고 가정하면, 구매 동인은 주행거리 보다 그 외적인 것에 있다. 디자인, S/W 업데이트, 그리고 주행보조 기능 등이 있을 수 있다. 테슬라는 단연 오토파일럿이다. 클리앙 등 국내 주요 자동차 소비자 커뮤니티 모델을 모니터링해본 결과 많은 테슬라 구매자들은 오토파일럿 사용에 높은 가치를 두고 차량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테슬라는 공급 대비 많은 수요라는 한계로 사전 시승 등이 원활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오토파일럿은 '일단 믿고 사고 보는' 구매 동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편, 오토파일럿은 끊임없이 언론이나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며 비판을 받는 기능이기도 하다. 오토파일럿의 성능에 대한 의문, 소비자 오사용과 그를 유발하는 잘못된 네이밍, 그리고 규제 이슈 등등 다양한 범주의 이슈가 끊임 없이 제기되지만 누구도 이렇게 오랜시간 제시된 이슈를 명확히 종결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번 글을 통해, 현재 테슬라의 핵심 구매 동인으로 자리하고 있는 오토파일럿의 기능, 성능 그리고 한계 뿐만 아니라 이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들을 종합적으로 분석 및 정리하고자 한다.

 

II. 정의

테슬라의 공식 오너스메뉴얼(미국 기준)에는 오토파일럿이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를 해두고 있지 않다. 다만, 오토파일럿 기능이 무엇인지를 소개하고 있는데 아래와 같이 Traffic-Aware Cruise Control(스마트크루즈), Autosteer(차로 내 유지 보조)를 포함한 다양한 기능들이 나열되어 있다.

우선, 오토파일럿 기능들은 능동 안전(Active Safety) 기능들과 구분된다. 능동 안전 기능에는 Lane Assist(차로 이탈 방지), Collision Avoidance Assist(충돌 예방 보조) 및 Speed Assist 기능을 포함한다. 능동 안전 기능은 평상시에는 작동하고 있지 않다가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시스템이 개입해서 사고를 예방하는 목적이다. 따라서, 오너스 메뉴얼에도 능동 안전 기능은 "안전을 위해 설계(designed to increase your safety)"되었다고 표현되어 있다.

반면, 오토파일럿 기능들은 편의 기능에 가깝다. 일정한 차간거리를 유지하며 크루징을 하고 차로 내 중앙을 유지해주며, 차로 변경이나 주차 보조 등과 같은 기능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기능이 "운전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설계(designed to reduce driver workload)"되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또한, 필요시에만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작동 가능한 조건에서는 지속적으로 제어를 수행하는 것이 능동 안전 기능과의 차이점이다. 

다만, 능동 안전 기능과 오토파일럿 기능에 대한 설정이 모두 Controls>Autopilot 메뉴에서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 설정 변경 메뉴에서는 이 둘을 구분해 놓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모델 Y 오너스 메뉴얼(미국)>

 

https://www.tesla.com/ko_KR/VehicleSafetyReport

 

Tesla 차량 안전성 보고서

At Tesla, we believe that technology can help improve safety. That’s why Tesla vehicles are engineered to be the safest cars in the world. We believe the unique combination of passive safety, active safety, and automated driver assistance is crucial for

www.tesla.com

오토파일럿을 안전 기능으로 봐야할지, 편의 기능으로 봐야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테슬라는 분기별로 자체적인 Safety Report를 공개하고 있는데 여기서 오토파일럿 기능의 사용이 차량의 안전 성능 지표(마일당 사고빈도)를 급격히 개선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편의 기능으로 분류한 오너스 메뉴얼과 다소 매칭되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편의 기능의 사용이 안전 성능에 대한 척도로 활용될 수 있으려면 소비자의 올바른 사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편의 기능의 오사용으로 인한 전에 없던 사고 유형이 발생할 수 도 있다. 테슬라의 주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토파일럿의 사용이 안전 성능 지표를 크게 개선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5명의 목숨을 살리는 것이 한 명의 목숨을 살리는 것 보다 정의로운지에 대한 이슈와 같은 트롤리의 딜레마에도 해당할 수 있는 내용이다.

오토파일럿에 어떤 기능이 포함되는지는 지역별로 다소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기본 사양으로 제공되는 TACC와 Autosteer 외에도, Full Self Driving Capability 패키지를 구매할 경우 나머지 모든 오토파일럿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다(Autosteer on city streets는 향후 출시 예정). 하지만, 국내에서는 Full Self Driving 패키지를 구매하면 Navigate on Autopilot, Auto Lane Change, Autopark, 그리고 Summon 기능만 제공된다. 테슬라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Traffic Light and Stop Sign Control 기능과 Auto Steer on City Streets 기능은 향후 출시 예정으로 안내되어 있다.

<국내 제공 기능(출처 : 테슬라 공식 웹사이트)>

뿐만 아니라, 독일 등 유럽국가와 중국에서는 조금 다른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오토파일럿 기능에 TACC와 Autosteer가 포함된 것은 맞지만, Navigate on Autopilot, Auto Lane Change, Autopark, Summon 그리고 Smart Summon 기능은 Enhance Autopilot이라고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Traffic Light and Stop Sign Signal과 Autosteer on city streets(향후 출시 예정)을 포함한 패키지는 Full Self Driving Capability로 구분하여 따로 판매하고 있다.

<오토파일럿 유럽 판매 패키지(출처 : 테슬라 공식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