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OEM/테슬라

2021.44.25.2 S/W OTA 업데이트 간단 후기

21c형Pilot 2021. 12. 27. 12:12

테슬라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불리는 2021.44.25.2 S/W 업데이트 후기입니다. 아직 저는 업데이트 받은지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고 오전에 한 20분 정도 주행해본 것이 전부라 자세한 이야기를 하긴 어렵겠지만 생각하는 바를 정리해 봅니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생각이 많이 개입된 후기이며, 저는 엔터테인먼트 쪽은 별로 관심이 없어서 주행 관점에서만 간단히 정리해 봤습니다. 여러 항목이 업데이트 되었지만, 제가 경험한 것에 대해서만 코멘트하겠습니다.

1. 공조 시스템 UI

위 사진은 새롭게 바뀐 공조 UI 화면입니다. 빨간색 원에 있는 곳을 클릭하면 이 UI 팝업이 생깁니다. 제가 이 UI를 좋다고 느낀 이유는 기존에 디프로스트 사용과 관련된 제 불편함을 해결해 줬기 때문입니다.

<업데이트 전 터치스크린 모습>

이번 S/W 업데이트 전에는 우측 붉은색 디프로스트 키를 눌러 기능을 작동시키고 나서, 풍량 조절을 해야할 때 좌측 붉은색 부분에 있는 팬(fan) 키를 눌러서 다시 조절을 해야했습니다. 저는 디프로스트 기능을 거의 상시 작동시키고 운전을 하되 풍량은 10중에 2~3 정도로 맞춰놓기 때문에 여러번 조작을 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바뀐 공조 UI에서는 일단 공조 키만 누르고 들어가면 그 자리에서 디프로스트, 팬 조절 기능을 한 번에 작동할 수 있게 되어 편리하게 느껴졌습니다.

반면, 이렇게 바뀐 UI가 오히려 불편하다고 말씀하시는 유저분도 계셨습니다. 저처럼 디프로스트를 상시 켜놓지 않고 필요시 빠르게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디프로스트 기능을 켠 다음에 팬의 풍량을 최대로 하면 되는데, 이미 그 기능이 있었기 때문에(디프로스트 키를 길게 누르면 된다고 합니다.) 오히려 그런 동작은 뎁스가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새로운 공조 UI가 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유저마다 성향과 추구하는 UX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공조같이 자주 쓰는 셋팅은 커스터마이징 기능의 제공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만 그 중에서 세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공조 키의 모양이 직관적이지 않다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위 사진을 보면 온도 조절, 전면 디프로스트 및 후면 디프로스트를 나타내는 아이콘이 같이 어우러져 있는데, 저는 처음에 저 작은 디프로스트 아이콘이 키인줄 알고, '왜 이렇게 작게 만들어 뒀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게 아니라 그냥 저 부분을 터치하면 전체 공조 UI가 팝업되어 나타나게 되어 있었습니다. 차라리 (기존의 A/C 라든지) 공조 기능을 포괄적으로 표현해줄 수 있는 문자나 아이콘이 제공되었다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온도 조절인데요, 공조 기능에서 풍량과 온도 조절은 가장 큰 두 핵심인데 새로운 UI 내에서는 풍량만 조절할 수 있고, 온도 조절은 바깥에 최하단에 있는 바(bar) 메뉴에서 따로 조절해야 합니다. 전체로 놓고 보면 한 화면이라 이게 정말 불편한 점이라고 말할 수 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공조 시스템 조작의 많은 시간이 주행 중 이뤄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공조 시스템 조작은 손가락과 눈의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더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은 풍량 조절 방식입니다. 위 사진에서 초록색 사각형 부분이 풍량 조절 UI인데 기존에는 +/- 키를 이용해서 단계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손가락으로 스와이프 해서 조절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정말 마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합니다. 보기에는 깔끔하고 멋스러울 수 있는데, 역시 주행 중에는 +/- 키를 이용해 직관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입니다.

 

2. 박스형 디스플레이

역시 개인차가 클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일부 메뉴들 중에 하위 기능이 박스형 디스플레이로 제공되어 훨씬 직관적으로 보이고 안정감을 줍니다. 특히 '컨트롤' 메뉴에는 다양한 하위 기능들이 있는데 전부다 큼지막한 박스형태로 키가 구성되어 있어서 주행 중에 누르기도 조금 수월해 진 것 같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아쉬운 점은 하나 있는데요 바로 와이퍼 작동입니다. 기존에는 와이퍼 작동 키가 상시 보여졌기 때문에 해당 키를 누르고 들어가 바로 조작을 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스크린 하단 메뉴 바에 와이퍼 키가 사라지고 다시 컨트롤의 하위 메뉴로 들어갔습니다. 과거 독일에서 운전자가 와이퍼 작동 속도를 터치 스크린을 통해 변경하려다 주의분산에 의해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고, 당시 독일 법원은 다음과 같이 언급하며 운전자에게도 면허 정지 1개월 면허 정지 판결을 내렸습니다. 

"테슬라 차량에 영구 부착된 터치 스크린은 전자 장치이다. 따라서, 이 장치의 작동은 독일 내 규정에 의해 운전하는 행위와 관련 없는 목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비록 운전자는 '속도계가 터치 스크린에 있기 때문에 터치 스크린은 전자 장치가 아니라 안전 제어판(safety control panel)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빠른 시간내로 5개의 하위 메뉴 옵션(와이퍼 속도 조절)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안전 제어판이라고 보지 않는다."

테슬라는 스티어링휠 좌측 칼럼을 통해 와이퍼 1회 조작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와이퍼의 지속 작동 및 속도 조절 등의 상세 기능은 터치 스크린 조작을 통해 작동시켜야 합니다. 따라서, 운전 중에 안전하게 조작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뎁스를 줄여줘야 하는데, 이번 업데이트에서 와이퍼 작동은 기존 대비 한 뎁스가 더 추가된 셈입니다. 물론, '나는 항상 오토로 해둬서 크게 상관 없다.'라고 주장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요.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서 단축 메뉴를 하단 메뉴 바에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기능이 생겼는데, 저도 아직 사용해보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엔터테인먼트 등 주행과 무관한 기능들만 대상인 것 같습니다. 만약에 주행과 관련된 다른 기능들도 해당 키를 메뉴 바로 옮기는 커스터마이징 작업을 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기가막힌 개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사각지대 카메라

아마 이번 업데이트 항목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제조사에서는 '후측방 모니터' 기능이라고도 알려진 이 기능은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해당 방향의 후측면의 카메라 촬영 결과를 실시간으로 띄워줘, 운전자가 차로 변경에 참고할 수 있게 합니다.

저는 이 기능을 현대 DN8 소나타 장기 시승을 할 때 사용해 봤는데, 처음에는 신뢰도 잘 안되고 어색하다가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서 많이 의존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 기능 역시 능숙한 운전자들에게는 리던던시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는 오히려 운전에 미숙한 분들은 이 카메라 보다는 광각 사이드 미러 등에 의존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합니다. 테슬라 정품으로 장착된 사이드미러는 화각이 좁아서 많은 분들이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하시기도 하고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해서 광각 사이드미러로 바꿨더니 훨씬 편해졌습니다. 화각으로 따지면 테슬라가 제공한 사각지대 카메라가 더 넓어보이기는 했는데, 좌/우측 차로 변경 구분 없이 항상 중앙 터치 스크린을 봐야한다는 것이 아직 어색합니다. 현재 다른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동일한 기능은 클러스터 내 좌/우 분리된 화면을 통해 촬영 결과가 따로 송출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통상적으로 후측방 모니터는 보조 기능입니다. 실제로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오너스 메뉴얼에는 '후측방 모니터 시스템은 주행 보조 시스템입니다. 좌/우 카메라의 영상을 보정하여 표현하기 때문에 후행 차가 실제보다 가까워 보일 수 있으므로 안전 을 위하여 좌/우 시야를 직접 확인하십시오.'라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테슬라의 릴리즈 노트를 보면 "You can now automatically see a live camera view of your blind spot whenever you activate the turn signal."라고 기능에 대해서만 설명되어 있고 사용 주의사항에 대한 안내는 없습니다. 향후 오너스 메뉴얼이 어떤 식으로 업데이트 되는지 확인해봐야 테슬라가 생각하는 사각지대 카메라의 용도를 알 수 있겠습니다만, 추측컨데 현대차의 후측방 모니터와 마찬가지로 보조 기능일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운전자는 양쪽 사이드 미러를 사용해서 양측 공간 확인을 해야하며 필요시 사각지대 카메라를 리던던시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모든 작업이 순식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저는 '능숙한 운전자'에게 더 적합하다고 얘기한 것입니다. 어쨌든 보통은 돈을 주고 구매해야할 옵션을 무료로 제공해준 것이니 굉장한 개선이라고 할 수 있고, 사용자 각자가 책임감있고 안전하게 기술의 효능을 누려야할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yBIpurCGs0

4. TACC와 오토스티어 상태표시등

오토파일럿이 갖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TACC와 오토스티어의 상태표시등이 주는 무게감도 터치스크린 내에서 상당한 수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 두 가지 아이콘이죠. 그런데 이 둘의 변화가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새로운 UI에서의 TACC, 오토스티어 상태표시등>

일단 TACC의 상징적 상태표시등이었던 파란 원이 사라지고 단지 설정 숫자와 '최대'라는 한글의 조합으로 바뀌었습니다. 솔직히 안타까울 정도의 변화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토스티어의 상태표시등은 좌측 상단의 PRND 인디케이터 옆으로 이동했고 크기 또한 매우 작아졌습니다. 기존에는 TACC와 오토스티어의 상태표시등이 크기도 동등했고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직관적으로 현재 어떤 기능이 켜져있는지 알 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오토스티어 상태표시등 크기가 작아졌을 뿐만 아니라 둘이 서로 떨어져 있게 되어 한 눈에 들어오지가 않습니다. 저는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오토스티어 상태표시등이 PRND 옆에 있어야 할까요? 둘은 같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요. 차라리 기존처럼 TACC 옆에 있어서 현재 내 차량이 스마트크루징만 하고 있는지, 아니면 횡/종방향 제어를 모두 동시에 해주고 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하는 배치가 더 좋지 않을까요? 이해하기 어려운 변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