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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주문 후기] 뉴빌리티, 연세대 국제캠퍼스(송도)에서 로봇 배달 실시

21c형Pilot 2021. 10. 7. 22:24

https://economist.co.kr/2021/10/05/it/general/20211005115057605.html

 

로봇이 배달와도 당황마세요…인천 송도에서 첫 상용화

배달로봇 ‘뉴비’, 5일부터 인천 송도 주행
치킨 시작으로 편의점 상품도 배달할 예정

economist.co.kr

 

배달 로봇을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 뉴빌리티가, 지난 5일부터 인천 송도 일부 지역에서 '치킨 드 셰프'라는 브랜드의 치킨을 로봇으로 배달하는 실증사업을 시작했다. 이번 실증사업 해당 지역인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찾아가서 실제 치킨 주문을 하여 로봇 배달을 경험해 봤다.

 

1. 주문하기

[퓨쳐키친]이라는 어플을 다운 받으면 주문을 시작할 수 있다. 퓨쳐키친은 무인 자동화 로봇 서비스 플랫폼 회사라고 한다.

원하는 메뉴를 고르고 배달 방법을 '자율주행로봇'으로 선택한다. 이 때 일반으로 주문하는 것 대비 할인된 금액이 적용되게 된다. 그 다음은 배달존을 선택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내가 원하는 위치를 정확하게 고를 수는 없지만 캠퍼스 내 다양한 위치를 고를 수 있게 되어 있다.

 

<연세대 국제캠퍼스 내 배달 위치 리스트>

 

원하는 배달 위치를 누르고 결제를 마치면 주문은 끝난다.

뉴빌리티는 배송 로봇을 담당하고 주문은 다른 기업의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다보니 이 둘의 씸리스한 연결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실증사업을 개시한 지난 5일 바로 주문을 하려고 했지만, 배달존을 선택하면 어플이 계속 꺼지는 문제가 발생하여 이틀간 사용할 수가 없었다. 해당 기업에서 버그를 해결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시도했으나 여전히 되지 않았다. 혹시 내 스마트폰의 문제일까 싶어 아내의 스마트폰(같은 안드로이드)으로 주문을 하니 정상적으로 작동이 되었다.

배달존을 누르면 캠퍼스 내 다양한 건물들이 리스트업 되는데 건물 이름과 주소만 선택할 수 있고 세부적인 위치를 알 수 없었던 것도 아쉬웠던 부분이다. 예를들어, 진리관 A라고 한다면 입구가 여러군데 있을 수 있는데 내가 어디에서 기다려야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없었다. 향후에는 우버를 호출하듯 지도를 활용해서 내가 원하는 지점을 구체적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배달하는 경로를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다. 만약 아직 그러한 서비스에 대한 제한이 있다면, 주문이 접수/배달 시작 시점에 팝업이나 문자 메시지로 알림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무인 배달의 경우 전화로 문의할 수 있는 창구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주요 이벤트마다 고객에게 알림을 줌으로써 안심을 시키는 부분이 필요해 보인다. 로보택시든, 배달로봇이든 기존에 사람이 하던 역할을 로봇이 대체하게 되는데 마치 현재 택시 운전사의 역할이 '운전만'이 아닌 것처럼(분실물이 생기면 연락준다든지, 목적지가 바뀌면 곧 바로 경로를 바꾼다는지 등), 본연의 역할 외에 사람이 해주었던 기능을 어떻게 로봇이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역시 중요하다.

아마도 이 문제는 로봇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배달 플랫폼 기업이 주관하는 영역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미래 모빌리티도 마찬가지지만, H/W 디바이스를 훌륭하게 개발하는 것 외에도 그것을 충분히 잘 사용할 수 있으려면 기타 UX/HMI 환경이 씸리스하게 받춰져야 한다.

 

2. 배달 과정

어플 안내에는 30~4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 기다린 시간은 20분 남짓이었다. 규제샌드박스 관련 조항 때문에 아직까지는 로봇이 혼자서 배송하지 않고 뉴빌리티 직원 두 명이 오퍼레이터로서 함께 배달한다. 흥미로운 점은, 만약 배달 로봇과 직원들이 나란히 이동해왔으면 '로봇이 배달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시각적으로 상쇄될 것 같은데 뉴빌리티 오퍼레이터들이 로봇을 가게 두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둔채 이동하다 보니 우려했던 느낌은 들지 않았다. 

로봇을 조금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 낮 시간에 주문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 첫 주문이라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가 없어서 재택 근무 중 점심 시간에 이용을 못했다. 하지만 밤에 주문을 하니 LED 헤드라이트 등 로봇의 또 다른 심미적인 장점을 볼 수 있던 것은 좋은 점이었다. 보통 자율주행 자동차는 낮보다 밤에 주행이 어렵고, 맑은 날 보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 주행이 어렵다. 그런데 음식 배송 환경은 조금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배송은 야식 등의 이유로 야간에도 수요가 많고 또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등 밖에 나가기 힘든 환경일수록 수요가 많아진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사람 입장에서는 날씨가 안좋아 자율주행 자동차가 돌아다니지 못하는 것은 본능적으로 이해할지라도, 내가 비가오고 눈이와서 밖에 나가기 싫어서 배달을 시키는데 날씨가 안좋아 배달이 안된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자율주행 배달 로봇을 만드는 기업에게는 이 것이 큰 해결 과제가 될 것이다. 뉴빌리티의 기술력은 낮과 밤의 주행 성능 차이를 어느 정도로 좁혀 두었는지 궁금한 부분이다.

 

3. 치킨 수령

로봇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어플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로봇 커버를 어떻게 열어야 할지 헤매고 있었다. 그 때 옆에 있던 오퍼레이터들이 다가와서 친절히 설명을 해주었다. 배달이 완료되면 어플에 '열기'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커버가 열려 치킨을 수령할 수 있다. 커버를 닫는 것 역시 사용자가 해줘야 하는데, 만약 사용자가 실수로 닫지 않고 가버리면 어떻게 되냐고 묻자 안전상의 이유로 일정 시간 동안은 기다렸다가 닫는다고 설명을 해줬다.

로봇은 현재 도로 위로 다니고 있기 때문에 보행자의 안전문제를 보장할 수 있는 각종 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주행 중에 사람을 피해서 잘 다닐 수 있는 경로 탐색 및 이동 성능은 물론이거니와, 오퍼레이터의 설명처럼 로봇의 커버가 열렸다 닫히는 과정과 같이 실제 사용자가 로봇을 다루는 과정에서도 상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많은 고민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커버가 닫히는 문제의 경우 지나가던 아이들이 호기심에 손으로 만지다 끼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닫힘 시 적절한 자동반전 기능을 넣는다든지, 상해를 예방할 수 있는 재질로 만든다든지, 가까운 거리에 사람이 있을 때는 커버를 닫지 않는다든지 등의 안전 설계도 필요할 것 같다.

 

치킨 주문 후 약 20분 정도 시간이 지났고, 수령하며 오퍼레이터분들께 설명을 듣는 시간 5분, 그리고 다시 주차장으로 가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10분, 이렇게 총 30분 가량의 시간이 지났지만 치킨이 식는 문제라든지 음식의 보관 문제에 이상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4. 소감

자율주행, 로봇 등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아직 우린 그 어느 것도 쉽게 경험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록 실증사업이지만 바야흐로 로봇 배송의 시대가 열리고 있고, 오늘 그 경험에 동참할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비록 집 앞까지 배달이 되지 않지만 로봇으로 실제로 치킨을 받아보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 일부러 연세대학교까지 찾아가 배달을 시켰다.

내가 치킨을 주문한 시간대는 캠퍼스가 거의 텅 비어있었다. 기다리고 있는 진리관 C 앞에도 거의 지나가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 때 뉴빌리티의 배달로봇이 LED 라이트를 켜고 등장하니 나는 의심의 여지 없이 내 치킨을 배달하는 로봇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로봇이 멈춘 장소는 내가 기다리고 있던 곳과 약 50m 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나는 로봇이 끝까지 오겠지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아 내가 직접 찾아가야만 했다. 지금은 단지 내가 50m를 움직이면 해결될 문제이지만, 만일 앞으로 배송 로봇이 많아져서 같은 장소에서 여러 대의 로봇이 동시에 출현할 경우 내가 시킨 음식을 배달하는 로봇을 알아채는 문제가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로보택시도 마찬가지다. 택시 기사가 없고, 전화로 위치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우버 기사도 없기 때문에 온전히 Human-Machine간 통신에 의존해야 하는데, 로보택시가 많아지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택시는 차량이기 때문에 번호판이 있어 호출 어플에 차량의 제조사/모델/번호판 정보를 제공해줄 경우 금새 찾을 수 있지만 로봇은 크기가 작고 일반인들이 제조사나 모델을 쉽게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로봇 식별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될 것이다.

 

로봇이든 AI든 새로운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느냐, 혹은 보조하느냐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치킨도 로봇이 만들고 배달도 로봇이 한다면 사업자는 비용을 절감하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도 그 많은 노동자들은 어디로 가게되는 것이냐는 이슈가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전에 없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는 하지만, 새로운 모빌리티 혁명으로 일자리를 잃게되는 사람들이 고스란히 새로운 일자리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기는 것에 대하여 총량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나 역시도 로봇이 치킨을 배달하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 신비로우면서도 한켠으로는 이러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에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배달 오토바이의 지상 출입을 원천 봉쇄한 일이 화제가 되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배송 오토바이들 때문에 아파트 단지 보행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비단 그 아파트, 그리고 송도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으면 어떻게 하지?'라고 했던 생각이 '로봇이 오토바이보다 훨씬 안전하네.', '로봇으로만 배송하면 우리 아이가 아파트에서 뛰어 놀다가 오토바이 때문에 다칠 걱정은 없겠네.'라는 생각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 같다. 연세대 캠퍼스에서 치킨을 기다리던 20분 동안에도 엄청나게 많은 배달 오토바이와 킥보드가 빠른 속도로 캠퍼스를 횡보하는 것을 경험했다. 그것도 이 컴컴한 어둠 속에서. 배달 오토바이에 대한 여론이 굉장히 안좋아지고 있다. 사고와 관련된 뉴스에서도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대부분의 화살이 오토바이를 향하고 있을 정도로 현재 도로상의 배달 오토바이 안전 문제와 난폭, 불법 운전으로 인한 시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토바이 배달보다 10분, 20분이 느려질지라도 나와 가족이 다니는 동네 길거리의 안전이 보장된다면 사람들은 분명 로봇을 택할 것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고 기술적으로 보완할 점, 제도적으로 뒷받침 되어야할 점, 그리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점들이 많은 과제로 남아있겠지만 일단 첫 로봇 배달 경험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일론 머스크가 스마트 써먼 기능을 언급하며, 사람이 없이 움직이는 차를 지나가다 보면 그것이 "사람이 로봇과 만나는 순간"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경험이 확대되면 생각보다 빨리 우리 사회에 로봇이 침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로봇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커뮤니티에 배달 후기를 알리며,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으니 한 번 가보시라고 해주었다. 역시나 로봇이 귀엽게 생겼다고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았다. 아마 그 아이들은 뉴빌리티의 배달 로봇이 '처음 로봇과 만나는 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치킨보다 로봇에 더 눈이 가게 될지도. 그것이 그 아이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