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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텀 시승기] 주행보조 시스템에 대한 단상

21c형Pilot 2021. 10. 3. 20:34

우연한 기회가 있어서 테슬라 모델 Y와 현대의 DN8 소나타를 시승해 볼 수 있었다. 시승 목적은 주행보조 시스템을 경험해 보기 위해서였는데 테슬라 시승 차량에는 기본 오토파일럿에 FSD 옵션까지 장착돼 있었지만, 쏘나타에는 HDA1이 장착되어 있어 현대차의 최신 주행보조 시스템인 HDA2는 아니었음을 말해둔다.

모델 Y 차량으로 2박 3일에 걸쳐 500 km를 주행했고 쏘나타 차량으로 3개월간 약 2,500 km를 주행했다. 이번 글은 이 둘을 비교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주행보조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느낀 몇가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시승 기간 동안 개인 소유의 기아 K7(14년형 VG)까지 총 3 대를 번걸아가며 주행했다. 나의 K7에는 일체의 주행보조 기능이 탑재되어 있지 않다. 

SAE는 시스템과 인간의 역할에 따라 차량 주행 자동화 단계를 총 6개로 나누었다. 그 중에서 주행보조 시스템은 레벨 1 또는 2에 해당하게 되는데, 시스템이 차량의 종 또는 횡방향만 제어해줄 경우에는 레벨 1, 그리고 종/횡방향을 동시에 제어해줄 경우에는 레벨 2에 해당하게 된다. 따라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현대의 HDA1은 모두 차로 유지 및 차간거리 유지를 하며 주행하기 때문에 레벨 2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전방 주시 및 모든 주행 과제에 대한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

'전방 주시와 모든 주행 과제에 대한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는 말은 사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굉장히 모호한 표현이다. 오토파일럿이든 HDA1이든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떼고 있으면 얼마 후 경고음을 울리며 잡으라는 메시지를 준다. 그런데 만일 내가 계속해서 스티어링휠을 잡고 주행해야 한다면, 그것이 과연 시스템이 운전자를 보조한다고 볼 수 있는건지, 내가 시스템을 보조해주는 것인지 개념이 헷갈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고가 울리지 않을 정도로만 간헐적으로 스티어링을 만져가면서 그 동안에는 Hands off를 하며 스마트폰을 만진다는지 얌전히 허벅지 위에 손을 올려놓든지 하며 주행을 할 것이다.

결국에는 협동 주행이 되어야 한다. 운전자에게 모든 의무를 엄격하게 맡기게 될 경우 '보조'의 의미가 사라지며 시스템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에는 기능의 한계로 사고의 가능성이 높아져어느 한쪽이 주행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인간과 시스템이 협동하는 모습이 이상적이다.

https://pressroom.toyota.com/teammate-advanced-drive-backgrounder/

 

Teammate Advanced Drive Backgrounder - Toyota USA Newsroom

Teammate® advanced driver assistance technology is a SAE Level 2 system, based on Toyota’s Mobility Teammate Concept, that provides two functions: Advanced Drive and Advanced Park. It will be available on select 2022 Lexus LS 500h models with AWD, which

pressroom.toyota.com

렉서스는 지난 6월 신형 LS를 선보이며 새로운 ADAS 시스템인 Teammate를 소개했는데 이는 토요타의 Mobility Teammate Concept에서 나온 것이다.

<Mobility Teammate Concept>

Mobility Teammate Concept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운전자와 시스템이 '팀메이트'를 이룬다는 것으로 이 둘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안전 주행, 운전자의 자유도, 그리고 연료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한다. 토요타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이 컨셉은, "운전자와 차량간의 소통이 공통의 목적을 가진, 때로는 서로를 지켜봐주고 도와주는 친한 친구와도 같아야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일단 키워드 한가지는 '소통'이다. 어떻게 운전자와 차량(시스템)이 소통할 수 있을까. 가장 직관적이고 간단한 방법은 다양한 인디케이터와 표시등(telltale)이다.

 

<테슬라 FSD 옵션>
<현대 HDA1>

오토파일럿과 HDA1 모두 주행보조 시스템이 켜졌을 때 표시등이 켜진다. 테슬라는 스티어링휠 모양의 아이콘에 파랗게 불이 들어오고 현대차는 HDA라는 심볼에 초록색으로 불이 들어와서 시스템의 작동은 알린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테슬라가 조금 더 나은 점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오토파일럿이 켜질 때는 차임벨이 울려서 시각 표시뿐만 아니라 청각으로도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차이가 있다. 마찬가지로, 시스템이 꺼질 때도 HDA1은 시각적인 정보만 주는 반면에 오토파일럿은 또 다른 차임벨을 울려 운전자가 상황인 인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시스템이 꺼지느냐, 켜지느냐를 알려주는 것은 기본적이고 중요한 정보다. 그런데 롱텀 시승을 하고나니 처음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주행 중 나의 실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지금 주행보조 시스템이 켜져있는지 꺼져있는지를 잊어버리고 운전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실제로 처음 시승을 시작했을 때는 주행보조 시스템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통행량이 여유있는 고속도로 상황에서는 자주 사용하기도 했지만 가끔씩은 스티어링휠도 움직이고 차로도 바뀌어 가면서 주행보조 시스템의 개입 없이 운전하는 재미를 느끼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리고 통행량이 많아 막히는 상황에서는 주행보조 시스템을 사용하면 편리하긴 했지만 두 가지 갈등이 생겼다. 하나는 끼어들기를 허용하기 싫은 마음이다. 평상시에도 얌채 운전을 하거나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들어오는 차량에게는 나도 오기를 부리며 잘 안껴주려고 하는 운전 습관이 있다. 그런데 주행보조 기능을 켜고 가다보면 평소 내 습관보다 차간 거리를 길게 유지하다보니 웬만한 차들이 자꾸 끼어들어 답답한 상황이 연출됐다. 다른 하나, 그렇다면 차간거리 조절을 해서 아주 가깝게 유지하며 주행하도록 설정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실제로 HDA1은 차간 거리를 5단계로 조절할 수가 있다. 1단계로 조절하면 앞차와 차간 거리를 많이 줄여서 주행을 하게 된다. 그런데 내가 시스템을 100% 신뢰하지 못해서 1단계는 심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결국에 나는 이 두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 위해서 차가 막히는 구간에서도 종종 주행보조 시스템을 끄고 주로 수동운전을 하게 되었다.

이처럼, 주행 중에 주행보조 시스템을 수시로 켜고 끄는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집중을 하지 않고 있으면 순간적으로 현재의 시스템 On/Off 상태를 잊게 된다. 테슬라는 중앙 터치스크린에, 현대차는 클러스터에 각각 표시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주행 시에 대부분 클러스터가 아닌 전방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현대차의 경우 HUD 옵션을 선택할 경우 HUD에도 HDA1 표시등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이 점은 테슬라에 비해 더 나은 점이다. 하지만 HUD가 클러스터에 비해 시인성이 나을뿐 여전히 시스템의 현재 상태 인식을 놓칠 가능성은 남아있다. 참고로 지난해 유로 NCAP과 탯참 리서치가 실시한 주행보조 시스템 성능 평가 항목 중, System Status부분에 있어서는 HUD를 통해 상태 알림을 제공하는 제조사들이 모두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HDA1을 사용 중, 개인의 의지로 시스템을 OFF 시키고 주행을 하다가 어느 순간 내 머릿속은 HDA1이 켜져있다고 생각하고 제동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는데 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자 순간적으로 "왜이러지?"라고 생각하며 내가 페달을 급히 밟았고, 클러스터를 보니 HDA1이 꺼져있는 것을 확인했던 적이 몇차례 있었다. 정확한 시스템 상태 확인에 실패한 나의 잘못이지만 주행 중에 다른 생각을 한다든지, 옆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주행보조 시스템의 가장 큰 안전 이슈운전자가 시스템을 지나치게 신뢰하고 상황에 안주해버리는(mind off) 'complacency' 문제인데, 그동안 시승을 해보니 이 complacency에는 시스템이 켜져있을 때의 Over Trust/Misuse 뿐만 아니라, 시스템이 꺼져있을 때 시스템이 켜져있다고 생각하고 의지하는 Misuse까지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앞으로 주행보조 시스템은 더욱 널리 보급되겠지만 제조사별로, 심지어는 모델 별로도 작동 방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레벨 2 주행보조 시스템이라고할지라도 익숙하지 않은 차량을 운전하게 되면 사용 방식에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고, 시스템 상태 인식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간단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테슬라 오토파일럿이든 현대 HDA든 주행보조 시스템이 켜지고 꺼지는 상황은 알려주지만 현재 상태를 지속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은 최소한으로만 설계되어 있다. 아직 시승해보지는 못했지만 포드의 주행보조 시스템인 블루 크루즈(Blue Cruise)는 이보다 조금 더 나아보이는 형태를 선보였다.

<Co-Pilot 360>
<Blue Cruise>

포드의 레벨 2 주행보조 시스템은 Co-Pilot 360이다. 그런데 Co-Pilot 360을 기본으로 선택하면 추가 금액을 내고 블루 크루즈를 구매할 수 있는데 블루 크루즈는 일부 구간에서 Hands-Free가 지원되는 주행보조 시스템이다. 따라서, 블루 크루즈 사용 고객은,

- 어떠한 주행보조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는 경우

- Co-Pilot 360만 작동하는 경우(Hands-On 필요)

- 블루 크루즈가 작동하는 경우(Hands-Off 가능)

총 세 가지 경우의 수를 경험하기 때문에 운전자와 시스템간 소통이 더 중요해졌다. 첫번째 사진에서 보듯이 Co-Pilot 360만 작동하는 경우에는 커다란 차량 아이콘과 오토파일럿 표시등과 같은 스티어링휠 모양의 표시등이 같이 클러스터에 나타나게 된다. 뿐만아니라, 차량 아이콘을 하나의 버블이 감싸듯이 표현해줘 주행보조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려준다. 

그리고 블루 크루즈가 작동할 경우에는 별도의 표시등을 추가적으로 사용하기 보단 클러스터 색깔 자체를 전체적으로 파란색으로 바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고 Hands-Free를 나타내는 커다란 심볼 또한 추가했다. 덕분에 주행 중에 시스템 상태를 조금 더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고 특히 Hands-Free가 더 이상 지원되지 않을 때 즉, 블루 크루즈가 꺼질 때도 클러스터 색깔에서 파란색이 한 번에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상태 변화를 더욱 인지하기 좋아졌다.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시승을 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설계 방식으로만 놓고보면 운전자와 시스템간의 협동 주행을 위해 많은 고민이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레벨 2는 앞서 설명한대로 '전방 주시와 모든 주행 과제에 대한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 하지만, "사람이 차를 타는 것이니 사람에 대한 고려/배려가 중요할 것 같다."라는 어느 분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결국 개발에는 이러한 철학이 기저에 깔려있어야 한다. 그래서 토요타는 '팀메이트'라는 명칭을 강조했을 것이다. 시승 기간 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사람에 대한 고려와 배려는 즉, 불완전한 인간 운전자의 두 가지 관점의 complacency 문제를 어떻게 모두 미연에 방지해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