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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완전 자율주행 개발 전략 논쟁으로 바라본 자율주행 시대

21c형Pilot 2021. 8. 4. 17:45

"과연 자율주행 레벨 4/5 시스템을 갖춘 차를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올까?"

SAE 레벨 5에 준하는 완전자율주행 가능성은 보통은 기술적인 한계의 관점에서 접근하지만 추가적으로 조금 다른 시각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봤다.

SNS나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해 '테슬라의 비전 머신러닝 전략' vs '웨이모, 크루즈 등의 센서 퓨전 전략'은 이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논쟁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과 지식을 통해 자신의 주장과 가설을 뒷받침할 논리를 만들고 있다.  웨이모와 크루즈 등 대부분의 자율주행 기업의 전략은 HD Map을 구축한 뒤 카메라+라이다+레이더 센서 퓨전을 통한 자율주행을 하기 때문에 개발 기간, 데이터의 양, 그리고 비용 등에 있어 겉으로 봤을 땐 비전 ML 전략대비 열세일 것으로 추측하는게 무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어쨌든 자율주행의 최우선은 안전이고 베타 버전 출시를 통한 incremental update 보다는 완성품을 출시하려는 기존 레거시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또한, 라이다를 사용하면 가격이나 성능을 떠나 일단 어느 정도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만들기 쉽기 때문이기도 하다. Comma ai의 CEO인 지오 핫은 심지어, '(라이다를 쓰는 전략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제 알았는데 돌아가기에 너무 늦었고 아무도 돌아가야한다고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테슬라는 비전 기반 머신러닝 전략을 취하고 있고 그 핵심 중 하나는 확장성(scalability)이다전세계 도로 위에 다니는 수백만 대의 고객 차량을 통해 얻어지는 실도로 데이터는 양과 질 차원에서 모두 풍부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머신러닝을 하는 것은 웨이모, 크루즈와 같이 경쟁사들이 특정 지역에서 고작 수백대의 차를 활용하는것 대비 확장성 관점에서 완전히 다른 레벨이라는 것이다. 물론, 시뮬레이션이라는 수단으로 이 간극을 좁힐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real world driving 환경을 가상으로 구현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테슬라가 실제로 뉴럴네트워크 구축, 수퍼 컴퓨터 사용 및 도조 개발에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차량 만큼은 affordable한 가격에 출시되어 양산성도 확보하고 있다. 어쨌든 테슬라의 비전 기반 머신러닝 전략은 자율주행 수준의 완성도가 더 빨리 높아질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지역 역시 훨씬 광범위하기 때문에 테슬라 자율주행 역량의 큰 장점 중 하나는 "확장이 용이하다. , 상용화에 유리하다."로 말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이미 많이 알려진 내용이다. 그런데 이 논쟁을 보다보니 문득 "자율주행이 꼭 확장성을 갖춰야 하나?"라는 대전제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 , 앞으로 모든 양산차가 레벨 4,5 수준이 되는 것이 이 시장의 궁극적인 목표인가?(Or 레벨 4,5 자율주행 시스템이 양산차에 들어가야 하는가?) 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에 양산차에는 레벨 3 자율주행 내지는 지금보다 훨씬 뛰어나고 안정적인 성능을 보이는 레벨 2 주행보조 정도의 시스템이 한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기술적 한계다. 가장 쉽고 또 그럴싸한 이유다. 레벨 5 완전자율주행은 "인간이 주행할 수 있는 곳, 환경이라면 모든 주행과제, 위험/돌발 상황 대처를 오로지 시스템이 대응"해야 한다 설명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는데, 우리가 차를 끌고 좁은 골목길까지 들어가는 것처럼자동차가 공식적으로 주행해도 되는 환경이라면 시스템도 어디든지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인간도 주행할 수 없는 환경'(폭설 등)에서까지 시스템의 주행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어쨌든 레벨 5는 정말 고도화된 능력이 요구된다.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하는 차량과 맞닥드렸을 때, 우리는 보통 운전자끼리 수신호를 보내 양보를 한다든지 다음 행동을 판단하게 되는데레벨 5는 이렇게 인간이 수신호 또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에 기반하여 실시했던 주행과제 마저도 스스로 판단해야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비약적인 발전 없이는 어려울 것 같다.

반면, 요즘 유튜브에 올라온 테슬라 FSD v9.0이나 크루즈, ZOOX 등 다른 자율주행 기업의 시범 영상을 보면, 잘 제어된 고속도로에서는 레벨 4 수준에 이뤘다고도 해도 허풍이 아닌 것 같다특히 FSD v9.0 주행 영상을 보니, 레벨 4에 요구되는 시스템의 fallback 기능이나, failure mitigation 전략만 추가된다면 정말 고속도로 內 레벨 4도 멀지 않았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레벨 5는 양산차 적용이 어렵다쳐도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춘 양산차는 가능하지 않나?"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이마저도 좀 어렵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아래 두 번째 이유와 연결된다.

 

둘째, 시스템과 인간의 역할이 역동적으로 바뀌는 자율주행은 필연적인 안전 이슈를 남길 것이기 때문이다이러한 이슈의 대표적인 케이스는 레벨 3 자율주행이다. 레벨 3는 특정 조건(ODD)에서만 인간의 역할이 없는 자율주행이 가능하고그 조건을 벗어나게 되거나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인간이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 중에도 인간은 제어권 전환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을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된 차량도 운행 시작에서 종료까지의 전체 trip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게 남아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자율주행 시스템' 관점이 아니라 '전체 trip'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이 문제는 레벨 4 자율주행 시스템을 차량에 적용할 때도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레벨 4 자율주행 시스템을 소비자가 구매하는 일반 차량에 도입하려한다면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예상되는데,

 

1) 레벨 3와 마찬가지로 시스템과 인간이 차량의 제어를 나눠가지며 제어권 전환의 안전 이슈를 남긴다앞서 예로 든 것처럼 FSD가 고속도로에서 레벨 4를 달성했다고 해보자, 이 레벨 4 시스템의 작동 조건(ODD)은 고속도로다. 이 차를 타고 서울에서 대전까지 가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보면,

[아파트 주차장 → 서울 시내 → 고속도로 → 대전 시내 → 목적지] 와 같은 루트로 주행하게 된다아파트를 떠나 시내 도로에 진입하여 레벨 2 오토파일럿을 켜고 주행을 하다가 고속도로에 진입한 뒤부터는 레벨 4 자율주행을 한다. 그리고 고속도로 IC에서 나오면서는 레벨 4 자율주행이 끝나기 때문에 다시 레벨 2 오토파일럿으로 돌아와야 하고 즉, 운전자가 제어권을 제가 다시 가져와야 한다.

바로 여기가 문제다. 레벨 4라는 자율주행 단계 자체는 인간에게 아무런 역할(주행뿐만 아니라 위험 시 대응까지도)을 주지 않는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는 고속도로 출구 IC에 다가올 때 쯤 제어권을 직접 가져오거나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즉, 레벨 3와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오히려 레벨 3보다 더 안좋은 상황이다. 왜냐하면 레벨 3는 운전자에게 '제어권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라도 붙이지만레벨 4는 그런 조건이 아예 없어 운전자가 얼마든지 mind off 해도 되는 단계이기 때문 trip 도중에 안전한 제어권 전환이 더 어려워진다고 예상할 수 있다.

요컨대, trip 전체를 레벨 4로 가져가지 않는 이상, 레벨 4 2가 섞인 형태의 차량은 주행 중 제어권 전환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이는 현재 레벨 3가 갖고 있는 과제와 동일하다.

 

2) 레벨 4 시스템을 양산차에 도입할 경우 예상되는 또 다른 문제점은 작동 조건(ODD)을 정확히 정의하고 고객에게 알려주기 어렵다는 것이다현재 현대차의 HDA도 그렇고 테슬라 오토파일럿, FSD도 마찬가지로 주행 보조 시스템의 작동 조건(ODD)을 명확하게 정의해서 소통하고 있지는 않다HDA는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이기 때문에 '고속도로' ODD를 예상할 수 있긴 하나, 테슬라 같은 경우는 조금 더 심각하다. '오토파일럿'이라는 이름만으로는 직관적으로 이 기능을 어디에서 써야하는지 정확히 정의하기 어렵다. 심지어 FSD는 시내 주행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은 정확한 기능과 한계를 안내받지 못한다. 지금 이런 상황이 그나마 용인될 수 있는 어쨌든 이 모든 기능들이 레벨 2 주행 보조에 해당, 운전자의 supervision이 상시 요구되는 것으로 사고발생 시 대부분의 책임은 전방 주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운전자 과실이 될 가능서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다양한 엔지니어링 관점의 변수로 정의된 ODD 일반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반면, 인간의 supervision이 요구되지 않는 레벨 4의 사용에 있어서는 운전자가 언제 레벨 4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지/없는지를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trip 전체가 레벨 4로 운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차량에 탑재되어 제어권이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서는 이것이 굉장히 중요해진다ODD 조건이 맞지 않아서 아예 레벨 4 시스템이 시작을 않는 상황은 괜찮지만 거꾸로  작동 중에 ODD조건을 벗어나게 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야할까?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인간에게 제어권을 가져가라고 요청하는 것이고 둘째는 차량을 안전하게 어딘가 정차시키는 즉, fallback 내지 failure mitigation을 통한 MRC(Minimum Risk Condition) 달성이다. 그런데 전자는 레벨 4 정의에 맞지 않게 되고 후자는 고객이 원하는 차량이 절대 아닐 것이다. 나는 목적지까지 네비를 찍고 가다가  레벨 4 상황에서 잠깐 잠을 자고 있었는데 레벨 4 ODD를 이탈할 상황에서 내가 제어권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시스템이 마음대로 어딘가에 차를 멈추게 하는 것은 고객입장에서 용인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다.

 

여기까지가 레벨 4/5 자율주행 시스템이 일반 차량에 탑재되기 힘들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이 주장의 핵심은 "레벨 4 시스템의 수용성은 시스템이 해당 차량의 전체 trip 과정을 커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A에서 B까지 point to point로 이동하는 경우(버스/셔틀)특정 지역/환경 내로 주행 가능 영역이 제한되더라도(로보택시적어도 그 조건 속에서는 전체 trip을 책임질 수 있어야 레벨 4가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 trip 내에서 운전자와 제어권을 나눠가지면 안된다.

자율주행차를 도입하는 이유는 "Safety"를 위해서라고 모두가 강조한다. 일반 고객들이 차량에 탑승하여 운행을 종료하는 시점까지, 전체 trip 과정에서 일부 조건에서만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4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과연 우리의 이동을 더 안전하게 하는가?는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테슬라의 비전 ML 전략' vs '웨이모, 크루즈 등의 센서 퓨전 전략' 논쟁을 보다가 자율주행 레벨 4/5 시스템을 갖춘 차량을 고객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시대가 올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 배경을 소개해 봤다. 기존의 전형적인 논쟁으로라면 비전 기반 머신러닝 전략이 확장성과 범용성이 훨씬 좋은 반면, 센서 퓨전 전략은 '안전한 시스템' 만들기 외에는 이 확장성과 범용성에서 열세를 보여 항상 이 부분을 공격 받았다HD map 구축을 위한 시간과 비용 또한 과제로 남겨져 있다. 그런데, "자율주행차에 정말 확장성과 범용성이 필요해?"라고 질문을 던져보면 우리가 자율주행차의 사용 시나리오를 어떻게 정의하고 사업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이 열세 항목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래 사진은 지난 7 VW이 발표한 New Auto 내용 중 한 페이지인데, 승용차 Shared Mobility에 각각 장착된 센서의 인지 범위가 서로 다르다. 발표 당시에도 VW S/W 사업부인 CARIAD는 양산차 솔루션을 담당하는데 주로 전방 위주 센서 인식을 한다고 하고 Argo AI가 주도하는 공유 모빌리티는 라이다, 카메라, 레이더를 통한 360도 뷰를 볼 수 있는 자율주행 솔루션을 만드는두 개의 서로 다른 접근법을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VW 역시 양산차에는 레벨 3 이하의 자율주행, 나머지 셔틀 등의 공유 모빌리티는 레벨 4/5 수준의 자율주행이 적합하다고 본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NEW AUTO - Mobility for Generations to Come - YouTube (이 영상에서 1시간 18분부터 1시간 20분 정도 쯤)

 

단순히 '기술 개발' 관점에서 자율주행 레벨을 고도화 시키고 at scale 형태로 범용화 시키는 것만 놓고보면 웨이모와 크루즈의 전략이 틀렸고 테슬라 전략이 맞을 수도 있다하지만, '자율주행 사업'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가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 사업 영역을 어디로 정의했느냐에 따라서 웨이모와 크루즈의 전략 또한 충분히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VW New Auto 발표내용처럼 양산차에는 전방 센싱 위주의 레벨 3 이하 자율주행까지 집중하고고도의 자율주행 기술은 공유 모빌리티에 적용하겠다는 전략이라면 지금까지 라이다 사용 진영이 비판 받았던 라이다 가격, 라이다 성능, HD Map 구축 한계 등의 문제에서 자유로워진다

많은 사람들이 자율주행 시대의 In-Car UX와 다양한 Privacy 경험을 이야기하며 다양한 컨셉을 만들고 있는 와중에 '자율주행 레벨 4/5는 일반 차량에는 적용이 안될것 같다.'라고 주장하는게 시대에 뒤떨어지는 듯한 느낌도 들게한다. 하지만 앞서 제기한 이슈들을 풀기 전까지는 정말 어려울 것이다. 기술적 허들을 극복하더라도 기술 문제로 해결되지 않는 Human Factor의 영역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자율주행 기술의 확장성만 놓고보면 테슬라의 비전 기반 머신러닝이 센서 퓨전 방식보다 유리하지만, 일반 차량에서는 인간-시스템간 역할 분담에 따른 안전 문제 때문에 실제로 고등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되어 사회적으로 널리 수용 및 확장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인간의 역할이 아예 없는 제한적인 자율주행  이동 수단(버스, 셔틀, 로보택시) 개발 전략을 두고 보자면 라이다+카메라+레이다 퓨전 방식의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이러한 시나리오 정의 없이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있어 반드시 어떤 전략이 옳다고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