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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이란 이슈 아래 자리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https://21cpilot.tistory.com/103

 

[바이든 행정명령] Executive Order on Strengthening American Leadership in Clean Cars and Trucks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presidential-actions/2021/08/05/executive-order-on-strengthening-american-leadership-in-clean-cars-and-trucks/ Executive Order on Strengthening American L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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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바이든 대통령은 [Executive Order on Strengthening American Leadership in Clean Cars and Trucks]라는 제목의 행정명령에 사인을 했다. 이 행정명령은 친환경 차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그 적용 대상이 되는 차량의 종류 또한 확대하여 실질적으로 2030년에 판매되는 신규 차량은 BEV, FCEV 그리고 PHEV와 같은 Zero Emission Vehicle이 되도록 하겠다는 목적이 담겨져있다. 자동차 제작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제를 만드는 미국 양대 규제 기관인 EPA(미연방환경청)과 미교통부 산하 NHTSA(미고속도로안전청)은 이 행정명령에 명시된 타겟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법규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 발표를 하나의 이벤트로 만들어 진행했는데 언론에서는 이를 'EV Event'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행사에 백악관은 미국 빅3 자동차 기업인 GM, 포드 그리고 스텔란티스(FCA)의 CEO를 초대했을뿐 아니라 미국자동차노동조합 UAW Local 600의 회장인 버니 리키, 백악관 기후(Climate) 고문이자 前EPA 청장인 지나 매카시, 그리고 일부 민주당 상원의원이 참석했고 이 행사는 백악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공개되기도 했다.

좌측부터 지나 메카시(백악관 기후 고문), 짐 페얼리(포드 CEO), 메리 바라(GM CEO) 등

 

미국에서 대통령이 특정 법안에 대해 서명을 하거나, 행정명령에 대한 서명을 할 때 이러한 이벤트를 동반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아직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장면은 지난 트럼프 정권 때의 일인데, 당시 트럼프는 [Reducing Regulation and Controlling Regulatory Costs]라는 행정명령 13771을 만들어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규제가 너무 많아 간소화 시켜 관련 비용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는데 새로운 법규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법규 최소 두 개를 없애야한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이 골자로 담겨져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1960년도에 있었던 규제의 양과 2017년 당시에 존재하는 규제의 양을 보여주는 서류 더미를 만들어 놓고, 규제를 없애야한다는 쇼맨십으로서의 테이프 커팅을 했을뿐 아니라, 이는 트럼프가 대통령직에 오른 후 처음으로 발표한 행정명령이라는 것을 미뤄보면 규제에 대한 그의 반감, 그리고 사업가 출신답게 친기업 성향인 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21년 1월에 대통령 권한으로 이 행정명령을 폐기하여 현재는 유효하지 않다.

지난 5일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이벤트를 실시한 이후, 언론에서는 행정명령 내용이 연일 대서특필되기 시작했고 주요 보도 내용은 "미국에서 2030년부터는 자동차 제조사 신차의 최소 50%를 전기차로 판매해야 할 것"이라는 이슈였다. 물론, 조금 구체적으로 이 메시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는데 우선 여기서 전기차 즉, Zero Emission Vehicle이라고 표현된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배터리 전기차뿐만 아니라 수소연료전지차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포함된 것을 말한다. 또한, 규제 당국이 직접 판매 비율을 규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행정명령의 맥락을 보았을 때, 전체 판매량의 50%를 Zero Emission Vehicle로 판매하지 않으면 플릿 규제 대응이 어려운 수준으로 온실가스/질소산화물 등의 배출가스 그리고 연비규제를 강화시킬 것이라는 내용이다.

 

규제 강화에 대한 보도 외에 또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졌는데 바로 이번 행사에 테슬라가 초대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Tesla Not Invited To White House Event On EVs, US Manufacturing

Tesla was not invited at the White House signing of the order targeting 50% EV sales by 2030, although GM, Ford, Stellantis, and UAW representatives were.

insideevs.com

 

 

Elon Musk says Tesla wasn't invited to the White House electric-car summit, despite selling the most EVs in the US

The White House is holding a summit on the future of electric vehicles but appears to have excluded the nation's top-selling electric-car company.

www.businessinsider.com

한 매체는 트위터를 통해 이러한 전기차 관련 행사에 "Most American Made EV"인 테슬라를 백악관은 제외하는 것이냐는 의문을 남겼고 여기에 대해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가 초대받지 못한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응답했다.

https://www.cars.com/articles/2021-cars-com-american-made-index-which-cars-are-the-most-american-437020/

심지어 테슬라 모델 3는 지난 6월, 미국의 cars.com이 선정한 "가장 미국스러운 자동차"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미국스러움의 대명사였던 포드의 머스탱을 2위로 끌어내리고 1위를 차지해 더 큰 의미를 지니기도 했다.

 

 

미국 CNBC 방송은 이번 행정명령에서 요구하는 규제 강화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NHTSA의 상위기관인 미국교통부 장관과 인터뷰를 진행하며 "왜 테슬라가 초대받지 못했나?"라고 문의하기도 했는데 피트 부티기그 장관은 "업계에는 다양한 기업들과 리더들이 있다."며 즉각적인 답변을 피하기도 했다.

오로지 전기차만 판매할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에너지'라는 가치아래 다양한 친환경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고 업계 전반의 전동화 속도를 가속시키고 있는 역할로 봤을 때, 'EV Event'에 테슬라가 빠진 것은 잘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약 20분간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들어보면 테슬라가 초대받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있고 나아가 이번 행사가 단지 규제 강화 발표가 목적이 아니라 또 다른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어쩌면 이 행사의 주인공이라는 생각마저도 들게했다. 바로, "Great American Unionized Job"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단상에 등장할 때부터 다른 누군가와 함께 걸어오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는 미국자동차노동조합 UAW의 Local 600 지부회장 버니 리키였다.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EV Event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누군가와 함께 등장하는 모습을 상상하자면 그 옆자리는 일론 머스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EV Event에서 미시간을 기반으로하는 자동차노동조합 지부회장과 같이 등장하는 것을보며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닐것 같다.

심지어 마이크도 버니 리키가 먼저 잡았다. 그는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하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본격적인 연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행사 시작하기 얼마전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숨을 거둔 리차드 트럼카를 언급했다. 리차드 트럼카는 변호사이자 노동계의 리더였다. 미국 광산 노동자협회 회장을 14년간 역임하기도 했고 1995년부터 사망전까지는 미국노동연맹–산별노조협의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다. 공교롭게도 이번 EV Event의 시작은 두 명의 노동계 거물급 인사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연설이 시작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참석자 일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GM의 CEO인 메리 바라에게는 '지금 이 자리에 우리가 있게해준 사람'이라며 칭송했고 지금까지 노동계와 기업의 다양한 리더들과 줌으로 여러차례 회의를 해오면서 그녀가 매우 헌신해왔음을 강조했다. 이후 각각 포드의 CEO인 짐 페얼리와 크라이슬러의 COO인 마크 스튜어스를 간단히 소개한 뒤 델라웨어주 민주당 상원의원인 토미 카퍼를 소개했다. 특히, 토미 카퍼를 소개하면서 델라웨어주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자동차 업계 노동자 비율을 보유한 곳이라며 이는 자동차로 대표되는 미시간주 보다 높은 수치임을 강조했다. 이렇게 노동계에 대한 언급이 계속 이어졌다.

참석자 소개를 마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현재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현실을 인지시키며 전동화 트렌드는 되돌릴 수 없고 문제는 미국이 세계를 리드하느냐 혹은 뒤쳐지느냐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배터리 산업을 언급하며 미국 중산층에게 매우 좋은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제조역량의 80%가 중국에 집중해 있지만, 그것은 중국이 잘해서, 중국의 배터리 기술이 세계 최고라서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연구실이 미국에 있고, 미국의 대학, 미국의 기업이 전동화 분야에서 리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발빠르게 움직여야할뿐이지 글로벌 리더십을 되찾는다(reclaim)라는 것도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오바마 정부 때 만들어 놓은 환경 규제들을 트럼프 정권이 모두 철회한 것을 비판하며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를 다시 강화해서 2030년에는 신차 판매량의 최소 50%가 Zero Emission Vehicle이 되도록 할것이라 선언했다. 대서특필되고 있는 이 선언적 메시지는 딱 여기까지였다. 바이든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제조 역량"에 투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제조 역량이란 단지 시설이나 인프라만 포함한 것은 아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임금과 복지를 제공하는 것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소비자와 플릿(Fleet) 차량에 대한 지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연방단위로 7,500달러 규모로 지원되고 있는 전기차 구매 지원금에 더해, 미국 노동조합 노동자들에 의해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2,500 달러의 추가 지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리고 약 60만대에 이르는 미연방정부 소속의 플릿 차량 역시 미국에서 만든 전기차로 교체할 것을 언급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큰 박수갈채를 받은 멘트가 있는데,

"보시죠. 우리가 다른 국가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게 하는 핵심 전략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The American worker입니다. American worker는 모두 뛰어난 사람들입니다."

사실 여기까지 연설을 들었을 때, [Executive Order on Strengthening American Leadership in Clean Cars and Trucks]라는 행정명령 제목이 무색해질 정도로 이날 자리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고 한 것인지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바이든은 계속 노동력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 인프라 계획으로 만들어지는 직장의 90%는 대학학위가 필요 없을 것이다. 인프라를 구축하면서도 미국 제품을 사용할 것이고, 미국의 소재, 그리고 미국 노동자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노동조합의 권리를 보호하고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쓸 것이다. 그 기저에는 '블루칼라가 미국을 재건한다.'는 개념이 깔려있다."

"다른 나라의 기업이 계속 미국에 투자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들이 우리의 인프라를 사용해 단지 이익만 취득하면서 정작 전기차나 배터리는 해외에서 만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

"우리는 미국자동차노동조합(UAW)과 깊은 관계를 맺어 충분한 임금을 제공해야하고, 지역 사회를 도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UAW 관계자, 가장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3개의 기업 - GM, 포드, 그리고 스텔란티스 -의 대표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그리고 이들이 보유한 시설은 전기차를 만들뿐만 아니라 많은 조합업무를 창출해내고 있는데 이는 중산층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다."

"몇 달전, 중국, 인도, 일본, 유럽 등의 정산들과 화상으로 만나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야한다는 공감대를 가졌다. 내가 아주 오랬돈안 기후 위기에 대해 생각하며 떠올린 것이 있는데, 나는 기후변화라는 말을 들으면 '일자리, 그것도 좋은 임금의 조합원 일자리'가 생각난다. 우리가 지구를 살리려고 행동을 한다면, 동시에 수많은 좋은 임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고 이것이 곧 경제를 성장시킬 것이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 말을 끝으로 연설을 마무리했고 엄청난 박수갈채를 받았다.

"세상에 이것을 알려주고 싶네요. 미국이 돌아왔습니다. 미국이 돌아왔습니다."

"I also want to put the world on the notice. America is back. America is back." 

 

연설을 끝까지 들으니 왜 EV Event에 테슬라가 초대받지 못했는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동시에, '이번 행사가 과연 EV Event가 맞나?'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아무리 미국 최대의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일지라도 UAW와의 관계, 그리고 이번 행사의 실질적인 성격을 고려하면 어울리는 회사가 나이었던 것이다.

테슬라는 지속적으로 자동차 노동조합과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2018년,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테슬라 직원들이 공장에서 조합에 대한 투표를 하는 것을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원한다면 내일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조합비를 내면서 스탁옵션을 포기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우리의 공장이 UAW였을 때보다 지금 안전 지표가 2 배나 좋아졌고 모두가 이미 건강관련 복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미노동관계위원회(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 측은 일론 머스크의 이 트위터 내용이 마치 조합에 가입하면 스탁옵션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 직원을 위협했고 이것은 노동법에 위반이라며, 트위터 게시글을 삭제할 것을 명령하고 여러가지 시정조치를 내렸으며, 테슬라가 이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리하여 사내 공지할 것 또한 명령했다.

다시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연설을 돌이켜 보면, 단지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이슈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규제 강화는 이미 오바마 정권 때 제조사들이 경험하고 대비한바 있기 때문에 사실 완전히 새로운 이슈도 아니다. 오히려 미국 내부적으로 기업과 노동조합의 관계, 그리고 이 이슈는 테슬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신생 제조사들에게도 관련될 가능성도 있다. 외부적으로는 외국 기업들이 어떻게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 전략을 세울 것인지 그 과정에서 기업 내부적인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큰 숙제로 남겨지게 되었다. 

대통령이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정치 및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는 것은 이상할리 없는 일이지만, 미국은 트럼프 정권때 미국 중심적, 아니 미국만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다 오히려 곤경에 빠진 일을 익히 경험하기도 했다. 자국 기업의 일자리가 미국 중심이어야 하고 특히 외국에서 공장을 세워 차량을 생산하는 것에 굉장히 비판적이었던 정부와 노조의 입장이 있었지만, 반대의견으로는 기업의 이익이 있어야 결국 노동자에게도 투자할 수 있다며 글로벌 비지니스 시대에 지나치게 자국 중심적인 노동 전략은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바이든의 자세한 연설 내용이 크게 보도가 되지 않은 이유는, 이러한 사고 방식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우리나라 현대/기아나 SK, LG 그리고 삼성 같은 완성차 기업 및 배터리 업체가 이런 자국 중심적인 미국의 전략에 맞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려면 어떤 전략을 짜야할지 많은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