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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OEM/메르세데스벤츠

[벤츠] EQS에 SAE 레벨 3 Drive Pilot을 탑재해 출시 예정

https://www.edmunds.com/car-news/mercedes-drive-pilot-level-3-automated-driving-united-states.html

벤츠가 미국에 출시되는 EQS에 SAE 자동화단계 기준 레벨 3에 해당하는 Drive Pilot을 탑재해 출시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 내용에는 2년 내 출시가 목표라고 되어 있는데, 아직 해당 매체 외 다른 곳에서는 같은 내용으로 보도된 것이 없어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벤츠가 Drive Pilot이라는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더욱이, 벤츠는 미국 교통부 산하 NHTSA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자사의 3단계 시스템을 소개한바 있다. 이 보고서는 Voluntary Safety Self Assessment라고 불리는 것으로 미국에서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평가 및 판매하려는 제조사들에게 제출하도록 권장되고 있다.

https://www.daimler.com/innovation/case/autonomous/drive-pilot-2.html

 

DRIVE PILOT | Daimler

Mercedes-Benz is developing DRIVE PILOT, an SAE Level 3 conditional automated driving system feature, to transform the time spent in private vehicles.

www.daimler.com

 

 

SAE 레벨 3 자율주행이란?

SAE에서 정의하는 레벨3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특정 조건에서는 시스템이 주행을 담당하고, 인간은 주행에 개입하거나 전방 주시의 의무가 사라지는 단계이다. 하지만, 예정대로 시스템이 해제되기 전 또는 기타 이유로 시스템이 해제되는 경우에는 운전자에게 제어권 전환을 요청하여 운전자가 주행을 시작하는 컨셉이다.

예를들면, "고속도로에서", "시속 40km/h 이하에서", "(따라서) 앞차와의 거리가 일정 수준 이하"에서만 작동하는 레벨3 시스템이 있다고 하자. 고속도로에서 시속 40km/h는 정체구간이라고 보여지는데, 만약 정체가 풀려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게 되어 앞차와의 간격이 멀어지고 적정 속도로 높여 주행해야할 경우는 시스템의 해제 예정을 알리고 인간에게 제어권을 넘기려는 알림을 줄 것이다. 만약 여기서 인간이 제어권을 정상적으로 받게되면 문제가 없지만, 어떠한 이유로든 제어권을 받지 못하게 되면 시스템은 차량을 안전한 상태로 유지하도록 해야한다(예. 갓길 정차, 비상등 점등 후 정차 등등 각국의 도로교통법에 맞춰)

 

혼다 Traffic Jam Pilot, 세계 최초 자율주행 3단계 시스템

https://21cpilot.tistory.com/70

 

혼다 자동차,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레전드' 출시 예정

지난해 11월, 일본 혼다 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3단계 시스템인 Traffic Jam Pilot을 양산차에 적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혼다 자동차는 지난 11월 11일 공식 브리핑 자료를 배포하고 TJP

21cpilot.tistory.com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레벨 3 시스템인 혼다의 Traffic Jam Pilot의 경우, 30km/h 미만에서 작동하며 50km/h가 넘어가게 되면 해제된다고 밝히고 있다. 혼다의 이 컨셉이 발표되었을 때 "저렇게 낮은 속도에서 자율주행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 생각을 달리해보면 이 시스템은 굉장히 유용할 수 있다. 교통량이 적은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것은 여러 주행과제 중에서 난이도가 낮은 편에 속한다. 게다가 요즘은 레벨 1, 레벨 2 수준의 주행보조 기능들이 발달해서 이 시스템의 지원을 받아 주행할 경우 고속도로 주행은 더욱 쉬워진다. 문제는 고속도로 통행량이 많아 정체가 심하면 운전의 난이도와 피로도는 급격히 올라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30km/h 미만에서 시작, 50km/h 이상에서 해제'라는 조건은 인간이 고속도로에서 피로도를 느낄 수 있는 상황에서 시스템이 운전을 대신해준다는 개념에서 굉장히 실용적인 솔루션으로 보이기도 한다. 명절 때 극심한 정체를 보이는 고속도로에서 누구도 운전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아직 벤츠의 레벨 3 시스템인 Drive Pilot은 어떤 속도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는 알려진바 없다.

 

SAE 레벨 3 자율주행의 이슈

앞서 소개한대로 레벨 3 시스템은 스스로 주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제어권을 인간에게 언제든지 넘길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은 그 제어권 요청을 받아야 한다. 제어권을 넘기는 시점은 예측 가능할 수도(경로상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는 경우, 전방 차량이 속도를 높여서 시스템 작동 속도 조건 이탈이 예상되는 경우 등), 예측하기 어려울 수도(앰뷸런스가 와서 길을 비켜줘야 하는 경우, 전방에 사고가 감지된 경우,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경우 등)있다. 따라서, 시스템 작동 중에 모든 주행 과제를 시스템 스스로 해결하고 인간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없을지라도, 언제 인간에게 제어권이 넘어올지 모르는 것이다. 이렇게 주행 의무와 책임이 다이나믹하게 바뀌는 특징으로 인해, 시스템 주행 시 인간에게 어떤 행동까지 허용되는지가 중요한 이슈가 된다.

SAE에서는 레벨 3 시스템의 컨셉에 대해서는 소개하고 있지만 시스템 작동 중 인간의 역할 또는 행동양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지 않다. 예를들어, 인간의 역할은 "필요시 제어권을 넘겨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라고 언급하고 있지, 자율주행시 '영화를 본다거나, 게임을 한다거나' 등의 운전과 무관한 어떤 구체적인 행위가 '허용'되는지에 대해서는 나타나있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AE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 작동 중에는 인간에게 굉장히 많은 자유도가 주어지는 것처럼 과대해석되고 이것이 정설인것 마냥 알려지고 있다. 이것은 정말 잘못된 개념이다. 운전자가 제어권 전환 요청을 인지하여 정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려면, 자율주행 시스템 작동 중에 '과연 운전과 무관한 어느 정도의 행동까지 용납이 되는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영화를 봐도 된다면? 그럼 볼륨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지? 영화가 너무 졸려서 운전자가 잠에 든다면? 영화가 너무 재밌어서 몰입하느라 제어권 전환 요청 경고를 계속 무시했다면? 정말 다양한 우려가 꼬리의 꼬리를 물고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모든 운전자가 대부분 서로 다른 행동양식을 보일 것이기 때문에 3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이 작동하는 동안에 운전자에게 허용되는 행동을 규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게다가 이 문제는 사고발생 시 법적 책임소재와도 관련이 있다. 만약 시스템이 인간에게 제어권 전환 요청을 했지만 영화를 보느라 경고를 듣지 못해 결국 사고가 났다면 두 가지 쟁점이 있을 수 있다. 

첫째, 시스템의 제어권 전환 요청은 자동차 제작 법규에 맞춰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는가?

둘째, 시스템의 제어권 전환 요청은 실제로 인간이 인지하기에 충분히 효과적이었는가?(경고음이 충분히 컸는가, 경고 진동이 충분이 센가? 등)

최근 유럽을 필두로해서 자율주행 레벨 3 시스템의 제어권 전환과 관련된 자동차 제작 법규가 만들어지고 있다. 만약 제조사가 이 부분을 준수했더라면 사고 발생 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여지를 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관련 법규가 없는 지역이거나 법규가 있더라도 PL 등의 이슈가 민감한 지역에서는 자동차 제작 법규 준수 의무를 넘어 실제로 인간에게 얼마나 효과적인 제어권 전환 요청을 했는지를 따질 수도 있다. 대표적인 시장은 미국이다. 미국은 현재 자율주행 레벨 3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있어 자동차 제작 법규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미국은 대표적인 네거티브 규제 채택 지역으로 법규에서 금지하는 것 외에는 대부분 허용하는 형태인데, 레벨 3 시스템의 제어권 전환과 관련된 자동차 제작 법규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만약에 제어권 전환과 관련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논쟁의 쟁점은 두 번째 이슈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은 레벨 3 시스템을 판매하기 굉장히 어려운 시장이다. 실제로 아우디가 몇 년전 Traffic Jam Pilot이라는 레벨 3 시스템을 양산하기로 발표했을 때도 미국 시장은 제외한다고 했었는데 이는 미국 시장의 규제 환경을 감안한 전략이라고 보인다. 이후 아우디는 내부 사정에 이후 Traffic Jam Pilot 출시 자체를 미뤄 현재 양산을 하고 있지 않다.

이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 역시 레벨3를 출시하고도 고객들에게 과대 마켓팅을 하기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다. "자율주행 3단계 시스템이 작동 중에 여러분은 마음껏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셔도 됩니다."라고 광고한다면 고객들에게는 굉장히 훌륭하고 유용한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인지가 되어 판매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단 한건의 사고라도 발생하는 순간 이 광고 문구 하나가 불러올 여파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자율주행 3단계 시스템 작동 중에도 여러분은 전방 주시를 하고 제어권을 받을 준비를 충분히 하셔야 합니다."라고 광고를 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기존 주행보조 시스템과의 상품성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차량 구매 요인을 떨어트리기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심지어 전방 주시를 요구하는 것은 SAE에서 제공하는 3단계 시스템의 정의에도 맞지 않아, 스스로 2단계 시스템이라고 인정하는 꼴이 된다.

 

벤츠 Drive Pilot은 어떻게 대응할까?

벤츠 역시 레벨 3 Drive Pilot을 개발하고 미국 출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고민을 하지 않았을리 없다. 그럼 벤츠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했을까? 벤츠는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Drive Pilot에 대한 소개에서 그 힌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DRIVE PILOT is designed to operate the vehicle under certain conditions on fully access-controlled highways, such as Interstate Freeways. Under these conditions, the driver can engage DRIVE PILOT to operate the vehicle and afterward relax and focus on non-driving tasks provided by the vehicle’s multimedia system. When it’s time to leave the freeway, or if an unusual situation develops, such as approaching a crash scene or the occurrence of a malfunction, DRIVE PILOT will alert the user to resume driving, while maintaining vehicle control until the user is able to do so.

벤츠는 분명 Drive Pilot이 작동하고 있을 동안 운전자가 주행과 관련되지 않은 행동을 해도 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운전자가 다른 행위를 해도 되는 것은 벤츠 차량에 탑재된 미디어 시스템을 사용할 때로 한정된다. 즉, 운전자가 전방 주시 의무가 없는 레벨 3라고 해서 개인 휴대기기로 영화를 보거나 다른 행동을 하는 시나리오는 일체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이 제공하는 멀티미디어를 통한 "non-driving task"만 사용하도록 권장함으로써 운전자의 행동을 시스템이 제어 가능한 범위 안에 두는 효과를 가져가는 것이다. 제어권 전환의 효율을 극대화 시켜 레벨 3 시스템의 의도대로 필요시 운전자가 바로 제어권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예를들어, 운전자가 Drive Pilot 작동 상태에서 차량 미디어를 통해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제어권 전환 경고가 울릴 경우, 해당 스크린에서 제어권 전환 요청 경고 또는 메시지를 띄워 운전자에게 알려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가 유튜브에 집중해서 경고를 보지 못했을 경우 아예 화면을 꺼버려서 완전히 긴급 상황임을 알려줄 수 도 있다. 벤츠는 소비자와의 소통에 있어서 이런 제한된 "non-driving task"를 제공함으로써 규제 만족뿐만 아니라 실제 주행 환경에서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비록 관련 자동차 제작법이 없더라도 제조사는 효과적인 제어권 전환을 통한 안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best practice를 다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어 그렇지 못한 제조사의 사고 사례에서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에서 방어 논리를 만들 수 있다고 보여진다.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3단계 시스템이 상용화된 일본의 규제 환경은?

싱가포르 법학전문대학원 규제 개혁 위원회에서 작년 9월 배포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관여된 교통 사고의 민사 귀책 분담에 대한 보고서"에 일본 규제 문화에 대한 부분도 소개돼 있어 인용해 보겠다. 

일본 국토 교통성이 2018년 배포한 보고서가 일본 정부에의해 인용되었고, 해당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 현존하는 자동차 사고 보상 규정 제도를 우선 유지할 것

 - 레벨3 자율주행과 관련된 사고의 책임은 일반 차량과 마찬가지로 '사용자'에 있으나, 시스템의 명백한 결함이 있을 때는 제조사의 귀책이 될 것 (레벨3로 번역을 한 이유는 이 보고서 앞 부분에서 일본은 4/5단계가 아닌 당장 양산될 수 있는 3단계 법제화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

 

또한, 일본 규제 당국은 다음 세 가지 옵션을 고려해 왔다.

 (a) 자동차 사고 보상 규정 제도는 현재를 유지한다.

 (b) "자동차 제작사 등에 일정 금액을 보험료의 일환으로 선지급" 이라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현재 제도에 추가한다.

 (c) "시스템 제공자의 법적 책임에 대한 새로운 법리적 개념(무과실 보상 책임에 대해)"을 현재 제도에 추가한다.

하지만 결국 당국은 현재 제도 유지를 결정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율주행 자동차로의 천이 단계에서도 자동차 사용자의 법적 책임 문제에 대한 유권해석에 문제가 없다고 느꼈음

둘째, 자율주행 자동차로의 천이 단계에서 급격한 법제도의 개정은 신중하지 않다고 생각했음

셋째,  (b)와 (c) 내용은 너무 많은 문제에 대해 모두 원만한 해결을 요구한다고 생각했음

넷째, 해외 주요 선진국가에서도 법제도를 급격히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없음

따라서 일본 정부는 당분간은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법리적 프레임워크를 급히 수정할 계획은 없다.

 

일본 정부 의견처럼 주요 국가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와 민사 책임 문제에 대해 기존 자동차 대비 자율주행 자동차 특이 법을 새롭게 내놓는 움직임이 없고, 또한 S/W의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제작사의 결함을 밝히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많은 국가에서 현존하는 자동차 사고 보상 체제를 인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국내의 한 자동차 전문 변호사의 설명에 의하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 현행법상으로 법적 책임은 제조사의 귀책으로 사고가 난 것임이 증명되지 않는 이상 운전자가,  만약 운전자에게도 책임을 묻기 어렵다면 차주가 최종적인 무과실 책임을 부담하도록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규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 연원을 따라 올라가 보면 민법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책임 소재가 밝혀지지 않았을 때 누가 책임을 부담할 것인지, 즉 제조사에 책임을 부담시킬 것인지는 손해배상 법리의 패러다임까지도 바뀌어야 하는 문제라 설령 레벨5가 사용화 된다 하더라도 생각보다 쉽게 제조사에게 최종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법이 바뀌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법학전문 대학원 규제 개혁위원회에서 배포한 위 보고서에도 이런 내용이 수시로 언급된다.

"Liability/Regulatory Regime를 바꾸는데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우리는 단순하게 누구 잘못인지 조사해서 그 주체에게 배상 판결을 내리면 되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법리적 패러다임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것 같다.